에너지전환 시대의 전기요금[투데이窓/임진]

에너지전환 시대의 전기요금[투데이窓/임진]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원장
2026.09.2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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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발전비 줄어도 전기료 안낮아져
미국, 수요 급증이 전기료 상승 압력
발전소외 송배전·저장장치 투자해야

전기요금이 다시 중요한 경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적정한 전기요금은 오래된 정책과제이지만, 최근 이를 둘러싼 여건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에너지전환을 위한 발전설비와 전력망, 저장장치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동시에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전력시스템 전반의 비용을 낮추고,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이미 주요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발전비용의 하락이 반드시 전기요금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의 전기요금이 유럽 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데에는 가스발전의 한계비용이 전력시장 가격을 좌우하는 시장구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낮아졌음에도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소비자는 여전히 높은 가스가격이 상당 부분 반영된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확충과 계통운영 비용의 증가도 전기요금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영국의 사례는 개별 발전원의 비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발전과 전력망, 계통운영을 아우르는 전력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전력수요의 급증이 전기요금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발전설비와 전력망 확충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4년 34.7GW에서 2035년 106GW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는 1~2년이면 들어설 수 있지만 발전소와 송전망은 계획과 인허가, 건설에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전력수요 증가와 공급능력 확충 사이의 시차가 커지면서 전력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AI 시대의 산업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의 유치뿐 아니라 이를 감당할 전력공급과 전력망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과 미국의 사례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필요한 막대한 전력투자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필요한 투자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발전설비와 전력망, 저장장치에 대한 투자가 지연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전력공급 부족과 더 높은 비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첨단산업의 성장과 데이터센터 확충,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전기화로 전력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등 다양한 발전설비가 확대되면서 과거처럼 발전소만 더 짓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송·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 계통운영 등 전력시스템 전반에 걸친 투자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기요금 논의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요금을 올릴 것인가, 동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전력의 수급 여건에 따라 시간대와 지역별 전력 가치가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고, 저장장치처럼 전력시스템 안정에 기여하는 자원에도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장기 전력구매계약 등을 활용해 발전사업자의 수익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민간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시대에 전기요금이 다시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전기료가 비싸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전기요금은 에너지전환의 비용, AI와 첨단산업의 경쟁력, 전력인프라 투자, 가계 부담을 동시에 연결하는 핵심 가격이 되었다는 의미다. 전기요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에너지전환과 산업경쟁력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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