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서 AI(인공지능)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AI 예산안을 2026년 9조9000억원에서 2027년 21조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은 AI가 국가 성장전략과 재정운용의 중심축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예산의 단순 규모를 넘어 이 예산으로 어떤 질적 AI 전환을 만들어낼 것인가다.
AI는 산업현장에서 제조불량 감지, 고객데이터 분석, 품질개선 등 일상의 도구로 자리잡았다. 정부 역시 바우처, 실증, R&D 사업으로 기업의 AI 활용을 지원했다. 특히 AI 바우처는 중소·중견기업의 진입문턱을 낮추고 공급기업엔 시장진입 기회를 제공하며 초기확산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다. "AI를 얼마나 도입했는가"를 넘어 "AI로 일하는 방식과 산업구조가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현재 정책과 현장에서 쓰이는 AX(AI 전환)엔 두 개념이 혼재돼 있다. 기존 업무구조를 유지한 채 AI를 적용해 효율을 높이는 'AI 도입(Adoption)'과 AI를 바탕으로 업무프로세스와 운영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AI 기반 전환(Transformation)'이다.
두 개념은 양자택일이 아닌 발전의 단계다. 과거 전기가 조명을 거쳐 공장 생산체계 전체를 바꿨듯 AI도 보조도구에서 출발해 의사결정과 실행을 주도하는 인프라로 진화한다. 문제는 현재 AX 사업의 다수가 여전히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의 AX가 기존 구조에 AI 모듈을 추가하거나 분석기능만 붙이는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도입 중심으로 사업이 설계된 데는 이유가 있다. 단기간에 많은 기업을 참여시키고 결과를 내야 하는 정부 재정의 특성과 인력·조직·제도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현장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정보를 스스로 찾고 판단·실행까지 하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접어든 지금 단편적 도입만으론 근본적인 산업혁신을 이끌기 어렵다.
이 점에서 피지컬 AI R&D 사업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전북·경남의 피지컬 AI 사업과 다크팩토리 구상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제조현장, 로봇, 데이터, AI모델, 운영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한다. 공정과 설비, 의사결정 구조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AI 네이티브'이자 AI 풀스택 관점의 대표적 사례다.
AX 정책은 3가지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첫째, 정부 예산구조를 단기실적에서 산업전환 성과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둘째, 인력 재교육, 조직변화 지원, 규제개선 등 환경조성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개별 과제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구축부터 기술개발, 실증, 확산, 운영 내재화까지 이어지는 통합형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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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이 출발점이라면 AI 기반 전환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다. 21조3000억원 규모의 AI 예산은 단순한 AI 활용확대를 넘어 AI를 전제로 산업의 판을 다시 짜는데 쓰여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AI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