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년퇴임' 민상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교수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으라면 학생들에게 '사고의 틀'을 깰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입니다."
국제금융분야의 석학 민상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사진)가 오는 28일 정년퇴임식을 하고 정든 교단을 떠난다. 민 교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기획재정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금융발전을 이끌어왔다.
"36년 동안 교수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사고와 지역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늘 강조했다. 스스로 시각에 제한을 두는 것은 신체적 장애보다 훨씬 큰 문제다."
1995년 민 교수는 국제금융 학술동아리 IFS(International Finance Seminar)를 결성했다. 서울대 학생과 외국 학생이 만나 사고와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 민 교수는 경영대학 내 동아리임에도 다른 단과대 학생의 가입을 허용했다. 국제교류에 앞서 서울대 내부의 소통과 경험의 폭부터 넓히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에게 "세계는 넓으니 도전하고, 경험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건 설교일 뿐이라는 게 민 교수의 지론이다. IFS는 매년 일본 게이오대, 중국 베이징대, 대만 국립정치대 등 여러 대학과 학술적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민 교수는 "대학생은 대학생과 만나야 한다"며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생 금융발전을 위해 살아온 그에게 앞으로 금융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민 교수는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라며 "다만 투기적 행위와 사리사욕을 위한 비대칭적 행동 등에 대한 규제와 금융의 본질적인 역할인 자금배분, 중개기능에 대한 규제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금융의 역할을 저해하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과거 정부처럼 실물경제 중심의 사고 탓에 금융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며 "금융 자체적인 산업과 역할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퇴직 이후 민 교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는 "교수에게 정년퇴임은 큰 의미가 없다"며 "교수직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교육과 연구 활동을 그만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민 교수가 전념할 분야는 생활금융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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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금융은 굉장히 중요할 역할을 맡고 있는데, 공교육에서 관련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생활금융 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다."
민 교수는 현재 청소년과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수로서 그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누구든지 한 번 실수할 권리를 가진다. 첫번째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젊기 때문에 실수할 권리와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