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화 아주자동차대학 총장

이명박 정부가 '고졸취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면서 전문대학의 입지가 어정쩡해졌다. 고졸취업과 4년제 대학 진학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를 의식, '전문대학 집중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주요 내용은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 △수업연한 규제 완화 △평생직업 능력 선도대학 육성 △산업기술 명장대학원 신설 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은 '특성화 전문대 100개교 육성'으로 볼 수 있다. 백화점식 운영을 지양하고 강점 있는 분야에 특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라는 주문이다.
정부가 '특성화'를 주문하기 전, 이미 10년 전부터 '특성화'에 목숨을 건 대학이 있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모범사례로 망설임 없이 추천하는 대학이다. 올 초에는 대통령의 현장 방문까지 성사될 뻔했다. 바로 아주자동차대학 얘기다.
충남 보령에 위치한 아주자동차대학의 이종화 총장(54·사진)을 만나 특성화 전문대 성공 비결, 향후 운영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방의 소규모 전문대학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아주자동차대학은 1995년 '대천전문대학'으로 개교했다. 당시만 해도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후광을 업고 있었다. 학과는 전기·전자·전산·기계·자동차 등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그룹이 해체된 뒤 위기를 겪으면서 살 길을 자동차에서 찾았다. 2004년 교명을 바꾸고 자동차 특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에게는 자신의 전공을 자동차 분야와 접목시키도록 독려했다. 학비까지 지원해 기계자동차 관련 대학원에 다시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지나고 보니 학과 통합을 통해 자동차로 특성화 한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계기가 됐다.
전국 전문대학에 50개쯤 자동차학과가 있다. 대부분 정비 분야에 한정돼 있지만 우리대학은 정비 외에도 설계, 디자인, 튜닝 등 기계와 자동차 전 분야를 배운다. △자동차개발 △자동차디자인 △자동차제어 및 진단기술 △자동차튠업제어 △자동차디지털튜닝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모터스포츠 등 7개 전공 학생들이 모두 모이면 자동차 1대 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낸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산학협력을 잘 하는 것으로 대학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산업체 경력 교수가 80% 이상이다. 개교 이래 교수를 임용할 때 산업체 경력을 필수 조건으로 삼았다. 나 또한 현대자동차 기업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교수로 왔다. 기업연구소에 있을 때는 독일이나 일본사람들과 연구개발(R&D)에 관해 얘기하면 기술적으로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경쟁력 있는 후학을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현장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체 경력을 가진 교수도 방학 중에는 현장에서 연수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동향에 맞춰 교육을 하려면 정기적으로 현장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회사 300여개 중 200개 정도를 중점 관리하고 있다. 학생들을 기업체에 인턴십으로 보낸 뒤 교수들을 파견해 피드백을 받아온다. 해당 기업체의 애로기술을 알아보고, 학생들에 대한 만족도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산업체에서는 우리 대학의 이런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교육과정도 산업체 요구에 부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일을 시켜본 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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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취업률은 어떤가.
▶전공 분야로의 취업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높다. 기계자동차 관련업계에서 추천의뢰를 받는 학생은 300%가 넘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2년제 학사과정을 운영하지만 3년제 시스템을 추구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격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간다. 지난 여름방학 기간에도 4주 가량을 재학생 전원이 학교에 남아 산업체 특강과 전공 실기교육을 받았다. 교육비용은 학교가 부담하고 학생은 공부와 실습만 열심히 하면 된다.
기업체는 점점 더 고급인력을 원한다. 대학졸업장이 아니라 현장직무능력이 뛰어난 진짜 마이스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기 중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방학 때 심화교육을 하기도 하고 학기 중에는 밤 10시까지 특별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세계화 추세에 맞춰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기도 한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 4주에서 16주 간 머물면서 선진 자동차 문물을 배우고 돌아온다.
-슈퍼카 제작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전공코스별로 10~20명씩 약 120여명을 모집해 팀을 만들어 졸업할 때까지 슈퍼카를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 3억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학생들의 교육효과를 생각하면 크지 않은 비용이다. 학생들은 자동차 하나를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졸업 후 현장에 취업하면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다. 방학 중에도 지도교수에게 특강을 받으면서 슈퍼카 제작에 매달리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높다. 교수에게 배운 것을 즉시, 실제 자동차 제작에 적용해 본다. 이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후배들의 멘토로서의 역할도 한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선정하는 WCC(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보다 교육비를 더 투자한다. 교육비 환원율을 높여서 학생들에게 실습위주의 현장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결과다. 교육부가 교육여건부터 재정건전성, 특성화, 산업체 만족도까지 종합평가해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을 가려냈다. 대학의 교육지표는 물론 졸업생의 취업, 산업체의 평가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야 WCC대학에 선정될 수 있다.
-향후 아주자동차 대학의 운영계획은?
▶우리 대학이 모든 면에서 세계 정상에 다가서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 WCC 선정을 발판으로 '세계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 발돋움 하겠다. 이미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술은 세계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산업과 기술을 선도하려면 창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4년제 대학 출신의 엔지니어는 자동차 제작과정 전체를 보고 창의적 기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에 비해 전문대학은 이런 엔지니어를 지원할 수 있는 실무 전문가가 돼야 한다.
우리 학생들과 교수들은 다른 어느 대학보다도 학습과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다. 대학 축제 때도 가수를 초청하는 행사보다 희귀 자동전시, 짐카나, 드리프트 대회를 대학 최초로 기획하고 개최할 만큼 자동차에 대한 열정만큼은 정말 대단하다. 이러한 열정을 가진 인재를 세계적수준의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대학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