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 도입되면 로스쿨 제도 근본 흔들릴 것"

"예비시험 도입되면 로스쿨 제도 근본 흔들릴 것"

서진욱 기자
2013.10.11 06:10

[인터뷰]정상조 서울대 법대 학장 겸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정상조 서울대 법대 학장 겸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사진=서진욱 기자.
정상조 서울대 법대 학장 겸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사진=서진욱 기자.

"국가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으면서 로스쿨 제도 자체를 뒤흔드는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건 굉장한 모순입니다."

정상조 서울대학교 법대 학장(사진·로스쿨 원장 겸임)의 목소리는 낮고 분명했다. "예비시험을 도입할 바에야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고시 체제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말할 만큼 로스쿨의 생사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2017년 폐지되는 사법고시의 대안으로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평균 1500만원(1년)에 달하는 로스쿨의 등록금 탓에 가난한 학생들이 법조계에 입문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정 학장은 "5년 전 로스쿨법을 제정한 이유는 '고시낭인'을 없애고 교육을 통해 법률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취지였다"며 "당시 로스쿨 도입을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이제 와서 예비시험을 만들겠다는 건 굉장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장학금 지원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 정부의 장학금 지원은 단 한 푼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로스쿨은 등록금 총액의 33%에 달하는 장학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매년 19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25%는 등록금 수입, 나머지는 독지가와 동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희망장학금을 신설했다.

변호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기존 변호사들이 예비시험 도입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것에 대해 정 학장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기득권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특화된 전문영역이 있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다"며 "(기존 변호사들이) 상당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예비시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예비시험이 도입되면 공대·사회대·인문대 등 비법대 학생들 상당수가 응시하게 될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길을 열어두게 되면 공대·사회대·인문대 교육이 황폐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 학장은 '다양한 교육을 통한 법률전문가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선 변호사시험 합격률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응시인원을 반영하지 않고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5%로 묶어두게 되면 실질 합격률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시험과목만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특허법·통상법·인권법 등 다양한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합격률 기준을 응시인원의 75%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평가에 대해서도 "D학점까지 상대평가 안에 두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며 "사법연수원에서도 D학점에 대한 상대평가를 강요하지 않는 만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 설립 이후 법학 연구에 투입되는 정부의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어 법학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특화된 지원제도를 만들어 미래의 법학 전문가들의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정학장은 지난해 6월 취임했다. 서울대 법대 78학번으로 런던대 정치경제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중재조정센터 도메인이름분쟁 패널위원과 서울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서울대 법학연구소 기술과법센터 센터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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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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