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WISET 소장 “경력단절 예방 및 조화로운 과학기술 생태계에 기여”

<!--StartFragment-->창조경제시대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여성과학기술인(이하 여성과기인)’. 가속적으로 발전중인 과학기술분야에서 여성인재의 활동은 불가분의 관계에 이르렀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여성과기인은 출산과 양육 등으로 경력단절 위험에 처해있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선구자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리 여성과기인에 대한 지원 및 정책이 매우 호전된 상태다. 최근에는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 일·가정 양립제도가 새로이 자리잡아가면서 여성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 부분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여성과기인의 원활한 사회활동을 지지한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특히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여성과기인의 자질과 능력을 지원하기 위한 각계부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중 재단법인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는 여성과기인 육성 및 지원과 관련된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지정기관으로서, 여성과기인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통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는 WISET이 통합 출범한지 3년째 되는 해다. 이혜숙 WISET 소장은 10년 넘게 다양한 분야의 여성과기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등 과학기술과 함께한 산증인이다. 캐나다 킹스턴에 있는 명문 종합대학 퀸스대학교(Queen’s University) 대학원 수학 박사 출신인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과 교수로서 34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또한 현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KAIST 이사 △세라믹기술원 이사 등과 함께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장도 맡고 있다.
과학기술분야에 공로한 그의 업적은 화려한 수상 실적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이 소장은 2003년 △과학기술부장관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제3회 올해의 여성과학자상에 이어 2007년 제56회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고, 2008년에는 대한수학회에서 공로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이화여대 교수로서 교편을 잡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통의 수학자들이 걷는 아주 평탄한 길을 걸어온 것 같다”고 자신의 삶에 대한 소견을 전했다.
이화여대에 재직하면서 우수한 이공계 여성들을 만나온 이 소장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과학기술분야 변화와 함께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여성들은 취업의 폭이 좁았을 뿐더러 일·가정 양립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산업이 발달했고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이 잘된 나라가 됐지만, 그 당시에는 과학기술분야에 여성들의 참여 기회가 적었어요. 뛰어난 이공계 여성인력을 소개하면 채용을 꺼리기도 했죠. 최근에는 성별 구분 없이 인재를 채용하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가 없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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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과학기술분야에 여성의 참여 기회가 적었던 이유로 ‘역할모델’이 부족했던 점을 꼽는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들이 많음에도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할만한 역할모델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실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분야에도 성(Gender)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볼보(Volvo)가 여성 전용 콘셉트 카를 선보인 것을 언급하며 “현재는 성적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여성들의 시각이 필요한 시대다. 이에 발맞춰 앞으로의 도시 설계도 여성과 남성의 움직임을 모두 감안해 여성 친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관점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장은 아이가 어렸을 적 무엇을 갖고 노는지 보다 그것을 보며 어떤 걸 궁금해 하고 질문할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재능에 있어 남녀의 선천적인 차이보다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성의 과학기술분야 취업과 관련해서도 이 소장은 마음만 먹으면 취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공계는 확실히 취업이 잘 된다”며 “공부하는 것에 비해 기회가 적다는 선입견이 있으나, 안내가 잘 안 돼 있을 뿐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WISET은 공학 분야 진학을 촉진하기 위해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를 전국적 규모로 운영 중이다. 여대학(원)생 공학연구팀제와 멘토링 펠로우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공계 여성들을 위한 창의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도 WISET을 통해 각 분야의 여성과기인을 만나 꿈을 더욱 현실화한 사례는 매우 많다. 일례로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신주연 박사는 자연과학부 당시 WISE 이화여대 거점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공계 여성인재로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해 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취업, 창조경제지원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다. 신 박사는 과학기술에 대한 넓은 안목을 토대로 전문지식을 사회와 나누고 있는 여성과기인이다.
앞으로도 WISET은 이러한 여성과기인의 지속적인 배출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우선 프로그램 형태였던 과학기술여성인재아카데미를 사업화시켜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전국 진로진학상담교사를 통해 이공계 분야에 대한 도전정신과 기회를 알릴 예정이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과기인을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Start-up) 과정을 지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지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특히 경력단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구상처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조직문화가 필요하죠. 우리 센터의 역할은 조직 내에서 그런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돕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이공계분야 여성들을 위해서도 관심어린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과학기술도 사실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넓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공계에서 폭넓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참여율을 높여 여성과 남성이 함께 조화로운 과학기술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원대한 꿈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