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명동을 걸을 기회가 있었다. 인산인해로 붐비는 거리를 요리조리 피해 걷는 게 피곤해 언제부터인가 피했던 길이다. 그랬던 명동이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모처럼 산책 아닌 산책을 즐기려니 손님 없이 텅 빈 화장품 숍과 옷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편치 않았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던 상점직원들은 무더위에 부채질만 하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메르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의 경기도 싸늘히 얼어붙었다. 6월 말 현재 메르스 때문에 방한을 취소한 외국관광객이 14만여 명. 그에 따른 관광수입 손실분도 1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적어도 8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HSBC투자은행은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 정도 더 감소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반면 엔저영향으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최대 1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번 바뀐 트렌드는 다시 되돌려놓기 어렵다. 2018년 외국인관광객 2000만 시대를 열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목표가 선언으로 그칠 판이다.
서울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하반기 경제 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5000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지방채 발행 등 빚지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해외광고를 하고 명동시장 상인들과 합의해 '1+1' 프로모션도 착수한다. 서울광장 등을 활용해 대규모 한류공연도 예고했다.
서울시는 연간 해외관광객이 2000만명이 되면 연간 42만명의 신규 고용효과와 22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 쇼핑 프로모션과 해외 유력매체 광고, 급조된 한류공연이 이미 관광흐름이 바뀐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는 미지수다.
여행, 숙박, 요식, 쇼핑 등 이번 기회에 서울의 관광인프라가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면 서울이 아닌 다른 글로벌도시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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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취임 2년차 기자간담회에서 "꺼져버린 성장동력과 경기 침체가 곧 제2의 메르스"라고 밝혔다. 향후 서울시정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고 덧붙였다.
민생경제 회복이 시급한 시기에 빚을 더 내서라도 관광의 맥을 뚫고 경기를 살리자는 2년차 시정방향은 적절하다. 적어도 경제를 살리는데 '정치적 행동'인지 아닌지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박 시장의 말처럼 '지금이 기회'가 되려면 메르스로 위축된 이 시기를 분기점으로 서울의 관광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해법이 총체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관광인프라 투자도 지금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