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나고 내부고발 교사에 반박하며 단식중인 유성호 교사
하나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현장 감사가 14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하나고의 문제를 외부에 알린 전경원 교사에 반발하는 내부 여론도 여전히 비등한 상황이다.
전 교사는 지난달 26일 열린 서울시의회 특별위원회에서 하나고가 △지원자의 입시 성적 조작 △전(前) 정권 유력 인사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 은폐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졸업생들은 학교 현장의 혼란 등을 이유로 전 교사에게 폭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 학교 국어담당 유성호 교사(37)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총 12일 동안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이 같은 요구에 동참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1일 전경원 교사 인터뷰에 이어 전 교사에 반발하는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단식 중인 유 교사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론권 요청의 성격보다는 하나고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유 교사는 "전 교사의 주장이 일부 왜곡됐으며 이로 인해 하나고 학생들이 심적으로 고통받고 있어 단식을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전 교사 못잖게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의란 '회복적 정의'여야 합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 특위 이후 불거진 하나고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하나고 죽이기'에만 초점을 맞춘 듯합니다. 저는 시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잘못이 밝혀지면 학교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감사 전부터 하나고가 '비리의 온상'인 양 매도 당하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상처받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특히 유 교사는 전 교사가 제기한 의혹 중 MB 정부 유력 인사의 자녀 A군이 저지른 학교폭력 사건이 왜곡돼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유 교사는 전 교사가 학교폭력 은폐의 근거로 제시한 피해자의 글을 최초로 받고 교직원 회의 시간에 A군을 처벌해야 한다고 반발한 당사자로서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사에 따르면 2012년 4월 당시, A군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글로 남긴 학생은 총 3명이었다. "글을 쓴 피해자 중 B군은 '2학년 들어 A군과 반이 달라졌고 올 들어선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말했고, C군은 '피해라 칭할만한 일이 딱히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D군은 A군과 2학년 때도 같은 반으로 진급하면서 여전히 불쾌한 일을 겪고 있었습니다. 언론에 공개된 글은 B군과 D군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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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따르면 A군은 기숙학교인 하나고에서 1학년(2011년) 재학 중 동급생 3명 이상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A군이 다른 친구와 나를 싸움 붙였고 만약 내가 싸우지 않으면 되레 나를 때렸다", "복싱을 배운다며 내 팔과 옆구리를 수 차례 강타했고 침대에 눕혀서 밟거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험 기간에 자신을 깨우지 않았다며 본인 공부가 끝날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았다", "매점에서 자신의 것을 사라고 강제해 많은 돈을 쓰게 만들었다", "A군이 전학을 가지 않는 이상 계속 마주쳐야 하는데 익명이 보장된다 해도 결국 (내가 고발한 것을) 알 것이라 생각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D군은 2011년부터 A군의 괴롭힘에 대해 1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유 교사는 해당 선생님에게서 가해 내용을 먼저 전달받았던 터라,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전부터 A군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제 제기를 주저하는 아이들을 설득해 과거의 피해 사실까지 글로 적어 달라고까지 부탁했다.
유 교사는 "피해 학생이 작성한 글을 보면 누구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낄 것"이라며 "학생들의 글을 교장선생님께 제출하고 사안 조사를 요청했으나 아무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교직원 회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학교에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소문이 돌았고, 곧 A군을 전학 보낸다는 학교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A군이 전학 가기 사나흘 전쯤 피해 학생 B군과 D군이 유 교사를 찾아왔다. "A군의 전학을 막아 달라"는 것이었다.
"B군과 D군은 '이미 A와 화해한 내용'이라며 전학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거절했더니 한 학생이 '왜 선생님 소망을 위해 나를 이용하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에게도 찾아가 같은 부탁을 드렸다고 합니다. 괴롭힘을 당했던 학생들이 가해 학생의 전학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것이 당시의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 와서 보면 이 또한 성장기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특성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전경원 교사는 지난달 서울시의회 특위에서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교사는 "당시 하나고에 학폭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발생해 학폭위를 열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하고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일련의 과정이 법으로 발효된 것은 2012년 4월 1일부터다.
유 교사는 "A군에 대한 진술서를 받은 것은 2012년 4월 말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였고 학교폭력예방법이 막 개정될 무렵이라 학폭위가 없었다"며 "A군이 전학 간 직후 학폭위의 필요성을 느낀 하나고는 학폭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유 교사는 'A군의 학교폭력 사건이 전학 외의 처벌 없이 종결된 것이 특혜'라는 전 교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 교사는 "2012년 이후 열린 하나고 학폭위 사건은 대부분 학교장 종결(혐의 없음)로 끝나 학생들이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른 학생들의 경우를 고려해 보면 A군의 전학은 오히려 가중처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하나고 학폭위 일지를 보면 지난 2012년 8월부터 열린 5건의 학폭위는 모두 학교장 종결(혐의 없음) 처리됐고 가해 학생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처벌이 없으면 학교폭력 사실 역시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유 교사는 피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며 학생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피해 학생 D군은 졸업생들이 전 교사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작성할 때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서명을 했다"며 "전경원 선생님의 고발이 피해 학생들의 심정을 고려한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