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혁규 연세대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
"일반학생도 장애학생 목소리에 관심 가져주기를"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장애학생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제각기 몸과 생각이 다른 것처럼 장애도 '다름'으로 여기고 이해하고 맞춰갔으면 합니다."
한혁규씨(22)는 근육이 위축돼 보행에 불편을 겪는 근이영양증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휠체어를 탔다. 2013년 연세대 사회학과 진학 뒤 교내 장애인권동아리 게르니카에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학내 특별자치위원회인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연세대 교내에서 만난 한 위원장은 "장애인이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말 자체가 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장애인은 당연히 사회 속에서 불편과 싸워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그는 "장애를 '개인의 불편'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면서 "불편을 해소하는 사회적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장애 자체가 불행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이러한 장애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한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의 말처럼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점자도서나, 청각장애학생을 위한 속기제공 등 공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이 이뤄질 때 장애학생들도 일반학생들과 쉽게 어울리며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연세대의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근로학생이 수업교재를 점자로 변환해 주거나, 속기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교내 100여명의 장애학생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셔틀버스를 휠체어탑승 편한 것으로 바꿔줬으면"
한 위원장은 특히 "송도캠퍼스와 신촌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휠체어 탑승이 편한 버스로 바꾸는 등 장애학생들의 이동권을 좀 더 보장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체적인 지원을 통해 장애는 그대로일지라도 이를 둘러싼 불편함이 해소돼 일반학생과 마찬가지로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위원장은 "장애학생의 숫자가 비교적 적고 지원에 따른 비용문제가 존재하는 건 맞다"면서도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장애학생들이 몸과 관계 없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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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에서 장애학생이 불편을 겪는 또 다른 이유로 '스킨십'을 꼽았다.
한혁규 위원장은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다녀봐야 한다"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장애학생을 만날 기회가 사실 거의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는 일반학생들이 장애학생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지원을 요구해도 공감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는 교내 담당부처에 도움을 요청할 때도 일일이 예시를 들고 설명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에 장애인권위원회는 장애학생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장애인권문화제'를 통해 학내 장애학생의 불편을 알리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총학생회, 장애인권동아리와 함께 매년 5월 교내서 개최하는 장애인권문화제는 '빅워크'(Big Walk)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일반학생에게 장애학생들의 불편을 알린다.
빅워크는 하루에 두 번 일반학생과 교내를 돌며 장애학생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눈으로 확인시키고 개선책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한 위원장은 "일반학생들이 장애학생의 마음을 함께 헤아려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5월11일과 12일 예정된 다섯 번째 장애인권문화제에서도 빅워크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그래도 대학사회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대의 장애인권동아리 '턴투에이블'(TurnToAble)이나 성균관대의 장애·비장애학생 통합동아리 '이퀄'(Equal) 등 학내 장애인권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에 대한 환영이다.
그는 "일반학생들이 장애학생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고 최대한 들어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사회가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장애학생들도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삶을 살며 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한 명의 개인이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개인이 사회서 잘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제공해야 할 것들에 대한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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