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점심에 지인을 만나 낙지볶음을 먹었다. 그런데 평상시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계란말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접시에 5000원. 주위를 보니 대부분 낙지볶음과 계란말이를 함께 시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각 테이블에 놓인 계란말이 접시는 평소보다 많았다.
계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계란이 귀하다는 뉴스를 접한 터라 괜히 계란말이가 더 먹고 싶어졌다. 그날따라 계란말이는 더 맛있었다. 반면 계란말이 주문을 받는 가게 주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를 중심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살처분 가금류가 2600만마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계란 수급 문제와 직결되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 대비 26.9%에 해당하는 1879만 마리가 도살됐다.
그나마 생산된 계란마저 AI여파로 지역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계란 공급량은 평소 대비 60~7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계란 가격은 '금값'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계란 한 판(30알)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전달(5420원) 대비 31.4% 오른 평균 7124원을 기록했다.
계란 대란이 발생하자 도매상들조차 계란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상들은 그나마 어렵게 구한 계란을 영세자영업자 대신 구매력이 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상황이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계란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계란 품귀 현상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동네빵집 등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사실 일반 가정에서는 (지금과 같은 대란이 벌어진 상황이라면) 굳이 당분간 계란을 먹지 않아도 된다. 계란을 대체할 치즈, 버터, 우유 등을 소비하면 그만이다.
반면 동네 빵집, 토스트가게 등 영세자영업자들은 계란 수급에 생계를 걸고 있다. 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란값은 차치하고, 아예 계란을 구하지 못해 일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계란 얘기가 나왔다. 그는 "계란 수급 상황 점검을 위해 서울에 있는 400여개 도매상 중 일부를 방문했다"며 "계란을 공급해 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공급할 계란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자체나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 계란을 자영업자에게 강제 할당하면 좋겠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대형마트가 확보한 계란의 일정 부분을 자영업자에게 판매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독자들의 PICK!
듣는 순간 무릎을 쳤다. 이런 비상 상황이라면 대형마트가 확보한 물량의 절반(?) 정도를 누구보다 계란이 절실한 영세자영업자에게 우선 할당 판매하는 게 상생의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