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년 정년 맞는 전교조 해직교사 3명…빨리 현장으로"
"코로나로 교육 자치 중요성 커져…하반기 '학교자치법' 제정 노력"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9명의 해직교사를 위해 6만명의 조합원이 '싸워 보자'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굳이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7년간 눈물밥을 먹었는데 돌이켜보면 참 다행인 일입니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둔 것은 법률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내린 '법외노조' 통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본부에서 만난 권정오 위원장(55)은 "교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에 이로운 판결이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해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하루 만에 법외노조통보처분을 취소하면서 전교조는 파기환송심 결과와 상관없이 합법노조 지위를 회복했다.
전교조는 1989년 법외노조로 출범했다. 당시 1515명의 교사가 해직됐다. 이후 10년 만인 1999년 합법노조가 됐다가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로 도로 법 밖으로 밀려났다. 다시 합법조노가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권 위원장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저항하다 직권면직된 33명의 교사를 학교로 돌아오게 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권 위원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1989년 교편을 잡은 그는 전교조 결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5년 만에 복직했고, 2016년에도 법외노조 반대투쟁을 하다가 다시 해직됐다. 아래는 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결과를 예상했나.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 지난 5월에는 공개변론이 있었다. 대법원은 법리심인데 공개변론을 연다는 건 기존 판결을 바꾸겠다는 시그널이었다. 전향적인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눈물을 보였는데.
▶고용노동부가 해직자를 조합원에 포함한 규약을 바꾸라는 시정명령 공문을 낸 게 2013년 9월23일이었다. 받을지 말지를 두고 조합원 총투표를 했더니 68.5%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해직교사들을 상근자로 돌리는 식의 우회로가 있었는데도 부딪혀보자는 총의가 모인 거다. 결국 법외노조가 됐고 7년간 어두운 터널 안에서 '비공식 노조'로 활동했다. 울지 않은 조합원이 없을 것이다.
-정치적인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법원 반대 의견 중에는 '억지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법 체계는 현대 문명사회에 존재한 바 없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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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완전히 뒤집힌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분도 있다. 정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관되게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사라진 노조해산권을 노태우정부 때 은근슬쩍 시행령으로 끼워 넣은 것이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이다. 비로소 위법성이 인정된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노조를 위해 일하다 해고된 사람을 노조에서 배제해야 한다면 누가 일하겠나.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누구의 사과를 바라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하시기를 바란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3년 반 가까이 지났는데 전교조 문제를 시정할 기회가 많았다. 정부가 직권취소하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대법원으로 판단을 미뤄둔 건 잘못한 일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부의 행정조치가 위법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교조는 기존에도 단체교섭도 하고 정책 협의도 했다. 대법원 판결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진보 교육감이 있는 시도교육청과 간간이 단체교섭도 했고, 교육부와도 협의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만남과 공식적인 교섭은 완전히 다르다. 교육부 장관과 전교조 위원장이 만나 서명해야 규범적인 효력을 갖는 것이다. 공식적인 교육 정책 수립에 전교조가 참여할 길이 열렸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교육부와 단체교섭을 시작하게 되는 건가.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이 7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안에 교육부와 단체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 비로소 전교조가 합법노조가 됐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부가 2016년 직권면직한 33명의 전교조 교사의 복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급한 일이다. 이 가운데 2명은 내년 2월, 1명은 내년 8월 정년퇴임한다. 교편을 놓기 전에 교단에 설 기회를 줘야 한다. 교육부도 여기에 동의했다.
-합법노조가 된 만큼 교육 현장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교원단체와 교원노조가 함께 교육부와 논의할 일이 많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급당 학생 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큰 문제가 됐다. 과밀학급 문제가 심각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도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해결돼야 한다. 보통 교실이 20평(66㎡)인데 적어도 학생 1명이 1평(3.3㎡)은 활용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교육부와 만나 이 문제부터 논의할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는 교원수급 문제와도 연결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교원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
▶사실 경제부처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면 교사는 줄일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 현장에서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학급당 학생 수는 줄이고 교사는 늘리면 제대로 된 면대면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르는 감염병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당국의 대처는 어떻게 평가하나.
▶교원단체들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교육행정이 현장과 유리된 측면이 있다. 교사들이 계속 문제 제기하는 게 언론을 통해 내일 학교 일정을 알게 된다는 부분이다. 교육 주체들이 교육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학교 행정을 꾸려가도록 하는 게 전교조의 목표다.
-중앙집권식 교육 행정에 대해서도 계속 문제 제기했는데.
▶학교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교육 공동체의 소통이 원활한 학교가 대응을 잘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교육자치가 중앙에서 시도교육청까지 내려왔는데 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걸 학교 자치라고 부른다.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를 법제화해서 이를 통해 학교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학교자치법 제정을 하반기 중요한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교조가 지난해 결성 30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법외노조 굴레를 벗었다. 학교자치법 제정 외 핵심 추진사항은 무엇인가.
▶입시 위주 교육이 깨지지 않는 한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만들기 어렵다. 교육은 가장 중요한 복지인데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에서 고통을 받는다면 문제다. 수능의 절대평가, 네트워크 대학 활성화 등을 통해 학력에 따른 차별이 철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7년의 투쟁에서 전교조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피할 수 있었던 싸움을 하면서 힘든 날도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노동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자주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교원과 공무원도 노조할 권리를 얻었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해직자도 보호받을 길이 열렸다. 전교조가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제 다시 합법노조가 된 만큼 전교조의 결성 목적인 참교육 실현을 위해서도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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