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목 만점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1명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만점자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불수능'이었다. 특히 영어영역은 수능 도입 이후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나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곧 시작될 정시 레이스에서도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수능 만점자는 총 5명이며 재학생 4명, 졸업생(재수생) 1명"이라며 "만점자 중 탐구영역 선택과 관련해 1명은 사회탐구, 과학탐구는 4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는 재학생 4명, 졸업생 7명 등 총 11명이었다.
평가원에 따르면 원점수 90점을 넘으면 1등급을 받는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1등급 비율이 3.11%(1만5154명)으로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이는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역대 최저 수치로, 기존 최저 수치는 2024학년도 4.71%였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도 1등급이 상위 4%에게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인 것이다. 특히 영어는 평가원이 출제하는 올해 모의평가에서도 9월(4.5%), 6월(19.1%)등으로 난도가 널을 뛰었다. 절대평가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원점수 만점을 의미하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47점, 수학 139점이었다. 국어는 전년보다 8점이 올랐고 수학은 전년(140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획득한 수험생도 국어는 전년 1055명에서 올해 261명으로 794명이 줄었고 수학 역시 같은 기간 1522명에서 780명으로 742명 감소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가 받는 최고점이 상승한다. 입시업계는 140점대 중반 이후부터는 '불수능', 135점 이하는 '물수능'으로 평가한다.
국어와 영어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평가원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오 원장은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의 경우에는 변별도와 난이도 측면에서 출제 의도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국어 및 영어에서는 문항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의도하고 확인했던 것과는 달리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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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난도가 어려워진 배경으로는 '사교육 문항 배제'를 꼽았다. 오 원장은 "원인을 더 면밀히 향후에 분석을 해야겠지만 일차적으로 검토해보면 이번에는 유난히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나 시중에 나와 있는 것과 유사한 문항들이 많이 발견이 돼 출제 과정에서 교체되는 문항이 다수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문항을 교체하면서 일부 난도 부분을 더 면밀히 살피지 못한 면이 있었다"며 "1등급 비율이 한 6~10% 내외가 나왔을 때 큰 논란 없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 내년도에도 그러한 목표치를 두고선 출제방향을 잡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과계열 학생들이 과탐 대신 공부량이 적은 사회탐구 영역을 선택하는 현상인 '사탐런'도 대입 변수였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사탐 각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평균은 70.3점으로, 과탐(69.6점)보다 더 높았다. 즉 같은 만점자더라도 사탐 응시생이 과탐 응시생보다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아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컸던 수능 사인펜 번짐 문제와 관련해서는 꼼꼼한 확인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민경석 수능 채점위원장(단국대학교 교수)은 "전체 답안지 중에서 중복 표기가 나타난 답안지에 대해 육안으로 최소 3회 이상 확인했고, 컴퓨터 사인펜 번짐 등으로 인한 특이 답안에 대해 육안으로 최소한 4회 이상을 확인했다"고 했다.
입시업계는 국어·영어가 대입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모든 영역에서 사상 최고 불수능으로 평가되는 영어가 수시, 정시 모두 핵심 변수로 부상된 상황"이라며 "국·수·탐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영어 과목 점수 상황에 따라 상향, 하향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영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인원이 감소하면서 최상위권의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자가 줄어들 전망"이라며 "수시 이월 인원에 따른 정시 모집 인원의 변화는 경쟁률 및 합격선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대학별, 학과별 수시 이월 인원을 확인해 최종 정시 모집 인원을 기준으로 한 지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