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李정부 6만가구 공급 불가능…정치적 이상론에 갇혀"

오세훈 "李정부 6만가구 공급 불가능…정치적 이상론에 갇혀"

대담=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 정리=이민하 기자, 배규민 기자
2026.02.02 05:30

[머투초대석]물량보단 실행조건이 중요…6·3 지방선거 '정권 견제론' 주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실패했던 정책을 지금 반복하고 있습니다. 주택공급을 현실이 아니라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상론'에 갇힌 정책이 무슨 실용주의입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현 정부는 주택 거래를 투기로, 민간 공급 방식은 기업 이득으로만 보는 '이분법적 편견'을 가진 것 같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찰 없이 '이념적 부동산' 패러다임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주택공급방안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반응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6만이 아니라 60만가구를 발표해도 핵심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실행 조건'이다"며 "지금 방식으로는 정부 임기 내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직격했다.

앞서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등 수도권에 총 6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대 공급지역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정부와 서울시는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정부는 1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8000가구를 마지노선으로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은 "당초 6000가구에서 1만가구를 늘릴 경우 학교·도로 등 주변 인프라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수립해야 해서 최소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돼 오히려 공급이 늦어진다"며 "서울시가 (국제업무지구 계획을 유지하면서 최대 공급량인) 8000가구를 절충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서울 주택공급의 핵심축"이라며 "이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정부는 공공 주도와 수요억제만 외치고 있으니 공급이 될 턱이 없고, 시장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가)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방해 요소를 없애달라고 계속 건의했지만, 정부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서울시 정비사업지 중 40여곳에서 3만1000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주가 막히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기 전에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권 '견제론'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정부와 국회에 이어 지방자치단체마저도 전부 민주당이 된다면 최소한의 견제 기능도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균형감 있는 선택이 지방선거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는 "모든 건 '절윤'(絶尹)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잘못을 인정해야지 등 돌린 국민들이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시장 '5선' 출마가 유력한 오 시장은 민선 9기 서울 시정 목표를 '다시, 강북전성시대'로 잡았다. 강북횡단도로·내부순환로 지하화, 세운지구 개발 등 강남북 균형발전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신속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2031년까지 31만가구(착공 기준)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다.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자영업자 폐업률을 사상 최고치를 찍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최악이다. 코스피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었다고 굉장히 잘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로 민생에는 실패하고 있다. 민생 문제를 모면하기 위해서 돈을 풀고, 돈을 풀어서 생긴 문제를 다시 돈을 더 풀어서 해결하려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 고리가 끊지 않는다면 2~3년 이내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집값 상승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는 주택 거래를 투기적인 행태로, 민간 주도 방식의 주택공급은 기업 이득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분양이든 임대든 과거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당시 정책들이 '왜 실패했는지'는 성찰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실패를 겪고도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건 실용이 아니라 이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면 더더욱 새로운 접근이 나와야 하는데, 규제·수요 억제만 반복하면 시장은 반응을 안 하게 된다.

-정부가 수도권 6만가구 주택공급을 발표했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내 1만가구를 포함해 서울 지역에서 3만가구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시와는 주택공급 이견이 반복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6만가구가 아니라 60만가구가 목표라고 발표해도, 시장이 반응하려면 실행 조건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숫자 발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시장 심리가 변화하는 건 '실제로 착공이, 공급이 가능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방식은 정부 임기 내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실제 공급은 정부의 목표 숫자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착공과 입주 물량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을 1만 가구로 늘릴 경우에는 당초 계획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토지이용계획 변경과 추가 인허가로 최소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공급 규모가 쟁점이다. 서울시가 더 유연하게 입장을 바꿀 여지는 없나.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어떤 곳인가. 미래 시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다. 이곳은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먹여 살릴, 사실상 서울에 남은 마지막 성장 동력 기지다.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헤드쿼터를 유치하고,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완공 후에는 연간 약 1만2000명의 고용효과와 매년 3조3000억원 규모의 경제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그런데 이런 경제효과를 감소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희생하면서까지 아파트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동의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에 살아갈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당장 정비사업 규제만 풀어줘도 향후 5년 내 용산 일대에서 착공 가능한 물량만 2만1000가구에 달한다. 현실적이고 빠른 공급 방안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주택 공급과 서울 도시문제의 해결책으로 '다시, 강북전성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강북살리기는 갑자기 제시된 화두가 아니다. 서울시장 출마 공약부터 민선 4·5기에도 강남북 격차 해소를 위해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도 서울의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균형발전 정책이 꼭 필요하다. 권역별 발전전략과 창의적 도시계획 도입,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재산세 공동과세를 통해 강남북 재정격차 완화 등이다. 2009년 서울시가 처음 도입해 전국으로 확산한 '사전협상제도'를 통해서 삼표레미콘 부지, 광운대역 물류부지, 동서울터미널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다.

-최근엔 세운4구역 재개발, 남산곤돌라 사업, 한강버스 등 대표 시정에 대한 논란도 있다.

▶도시는 도전과 변화를 통해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 정부와 민주당의 논리로 서울시를 운영한다면, 지금의 '도시경쟁력 6위'를 차지한 서울의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종묘는 서울시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서, 종묘 앞 세운4구역도 재개발도 필요하다. 남산곤돌라와 한강버스도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도시의 경쟁력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강버스'의 잇따른 논란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시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교통수단이 탄생하는 데는 진통과 보완이 필수적이다. 경부고속도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서울 버스전용차로 도입 등을 떠올려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해외 여러 도시도 수상교통수단 운항 초기에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지만, 현재는 지속적인 보완과 적응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강은 자연적 제한이 많은 공간으로, 세계 어느 나라의 강보다 홍수 등이 자연재해가 많은 곳이다. 한강에 처음으로 시행하는 수상 교통수단이다 보니 운항 초기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가 일부 발생했지만, 여러 운영 경험이 쌓이면서 차츰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선착장 확대 및 노선 다양화를 위한 다양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시청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더 날카로워졌다"는 말이 들린다.

▶직원들이 '긴장한다'는 말은 들었다. 보고서 한 장이 아니라 실제 현장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하니까 질문 자체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개발사업이면 공공기여 규모, 교통대책, 주민수용성까지 한 테이블에 놓고 확인한다. '좋은 말'만 듣고 넘어가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현장에서는 차질이 생긴다. 안일한 행정의 결과는 결국 시민들의 불편으로 돌아간다.

-올해 시정 철학과 목표를 꼽자면 무엇이 있나.

▶올해는 서울 시민의 '삶이 실제로 변화'하는 해다. 말만이 아닌 '주택 공급'이 실제로 착공에 들어가는 성과들이 이어지고, '집이 있는 서울'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역적으로는 비강남권의 새로운 경제거점 구축과 도시 인프라 조성 등 강남북 격차를 줄이는 시도를 본격화하는 해를 만들 겁니다.

-6·3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국회에 이어 지방자치단체까지 한쪽이 다 가져가면, 최소한의 견제 기능이 약해진다. 시민들이 균형감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엔진이고, 서울의 정책은 실험이 아니라 실행이다. 주택이든 교통이든 복지든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념적인 틀에 갇혀 실행 조건을 닫아버리면, 시민 삶이 먼저 흔들린다. 결국 선거의 기준도 거기서 갈릴 것으로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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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정책사회부 부장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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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서울시청 및 부동산 관계기관, 건설사를 출입합니다. 부동산 시장 관련 기사를 취재·작성합니다.

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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