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2027년 고용평등임금공시제 시행 전 자발 공시
여성계 "대부분 100·50인 미만 사업자 근무해 중소기업 봐야"

성평등가족부가 올해 고용평등임금공시제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자발적으로 직급별 성별 임금 공시에 나섰다. 대형은행의 경우 성별 임금 차이가 두드러지게 크진 않았지만, 여성계에서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공시는 50인 이상 사업자로 공시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은 직급별 성별 임금을 포함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동안 남성과 여성 전체에 대한 임금 공시는 있었지만 직급별로 구분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행연합회가 금융사 의견을 수렴해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농협은행은 직급별로 남성이 우세하기도, 여성이 우세하기도 했지만 임직원 평균 보수는 남성이 높았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임원 중 남성 평균 임금은 5억5900만원, 여성은 4억9500만원이었다. 2024년에는 남성 임원의 평균 임금이 5억8700만원으로 여성(2억3100만원)의 2배였지만, 지난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직원 중에서는 관리자이상, 책임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각각 700만원, 200만원이 더 높았고, 행원은 여성이 500만원 더 높았다. 임직원 평균보수는 남성이 1억3400만원으로 여성보다 2500만원 많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여성 임원 평균 임금이 1억7500만원으로 남성 1억5500만원보다 많았다. 2024년에는 남성 임원이 2억300만원으로 여성(1억1200만원)의 2배 가량이었지만 1년만에 역전했다. 직원 중에서는 관리자, 책임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각각 200만원, 1000만원씩 많았고, 행원(비정규직 포함)은 남성이 여성보다 1900만원 높았다. 또한 임직원 평균보수는 남성이 1억3100만원으로 여성보다 2500만원 많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차이가 컸다. 남성임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3억9900만원인데 반해 여성은 2억4600만원에 그쳤다. 직원은 남성은 1억3500만원이었지만 여성은 9600만원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일반직원들의 직급별 구분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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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시는 계약직 직원 통합 계산 여부 등은 은행 자율에 따르고 있고, 1인당 평균 임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임원 중 남성의 수가 많다는 한계가 있다. 리더스 인텍스 분석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금융기업의 여성 임원은 10.2%에 불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관리자 이상 직급에는 남성이 근속연수가 긴 경우가 많고, 반면 행원 중에서는 여성이 근속 연수가 긴 비율이 높다보니 같은 직급이더라도 연차가 높은 성별이 많은 쪽으로 임금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평등가족부는 2027년 고용평등임금공시제 시행을 목표로 올해는 입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던 임금공시제 업무도 성평등부로 이관됐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 7일 제118주년 세계여성의 날(3월8일) 기념한 메세지에서 "채용과 승진 등에서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성 격차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본격 도입해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시 기업 대상 기준, 공시 범위, 공시 위반시 제재 방식 등은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은행은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상대적으로 사내 직군별 임금차이가 크지 않지만 건설, 제조업 등의 경우 같은 직급이더라도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느냐에 따라 임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어디까지 규범화할 수 있을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노동자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미 체계가 갖춰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지난 5일 성평등공시제 도입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100인미만, 50인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며 "임금공시제가 성차별 구조를 깨트리는 도구가 되려면 50인 이상 기업에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