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사할린 지역으로 강제 동원된 후 현지에서 숨진 희생자의 유해를 유족이 자비로 국내에 봉환한 경우, 국가가 유해 봉환에 발생한 비용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8일 사할린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임모씨의 유족이 자비로 유해를 봉환한 뒤 행정안전부에 유해 봉환 비용 보전을 요청한 사안과 관련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강제동원조사법)에 따른 심의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라고 행안부에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간이 추진하는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지침 등을 마련할 것도 제도 개선 의견으로 제시했다.
임씨의 유족은 2013년 자비를 들여 고인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한 뒤 충남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 안치했다. 이후 국가가 수행해야 할 유해 봉환 책무를 대신 이행했다며 유해 봉환 실비 보전을 행안부에 요청했으나, 행안부는 법적 근거와 선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 결과,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 업무를 승계한 행안부는 강제동원조사법에 따라 유해 봉환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5년간 행안부의 유해 봉환 예산 평균 집행률이 44.3% 수준에 그치는 등 예산상 제약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현재와 같은 정부 주도 방식에만 의존하면 다수의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의 국내 봉환이 지나치게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에 민간이 유해 봉환을 추진할 경우 신고 절차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담은 지침을 마련하는 등 민간 차원의 유해 봉환을 활성화하는 것이 강제동원조사법의 제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한삼석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국가보다 먼저 유족이 자비로 유해를 봉환했음에도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심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법 취지에 반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오랜 기간 방치된 민간 유해 봉환에 대한 국가 지원 체계가 정비되고 사할린 등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사업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