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정감사] 태아 산재 인정 노동자, 과중한 업무·열악한 환경 호소
유산·사산 산재 12건 중 10건 승인…유해인자 확대 요구

태아의 건강손상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노동자들이 임신 중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사산·조산 관련 산재는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신청된 12건 가운데 10건이 승인됐지만, 업무 관련성 입증의 어려움과 제한적인 인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19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 태아 및 유·사산 등 산재 현황'에 따르면 광고·마케팅 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전시장 리뉴얼 과정에서 운영기획과 서비스 매니저 역할을 동시에 맡아 업무 부담이 커졌다. 이후 조기 진통으로 입원한 A씨는 2024년 12월 임신 34주 만에 출산했으며, 아이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과 패혈증, 뇌실 내 출혈 등을 진단받았다.
B씨는 2023년 7월 에어컨이 고장 난 작업장에서 35도의 더위 속에 근무한 뒤 양수가 터져 다음 날 임신 33주에 체중 1.79㎏의 아이를 출산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온 환경에서 일한 사실 등을 종합해 저체중과 신생아 호흡부전 등 6개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반면 차지증후군과 자폐증 등 5건은 불승인됐다. 특히 남성 노동자가 신청한 사례는 현행법상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노출만 인정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승인 사유가 모두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산·사산 관련 산재에서도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이 확인됐다. 올해 4월에는 난임 치료를 위한 병가 사용과 관련해 회사 감사를 받은 뒤 계류유산을 겪은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지난 3월에는 화학물질 노출 가능성과 업무 스트레스를 겪은 바이오업체 연구원의 계류유산이, 2022년에는 상사의 폭언 등 괴롭힘을 겪은 콜센터 노동자의 자궁내 태아사망이 각각 산재로 인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직장가입자의 유산·사산은 5만9878건으로 출산 건수 19만2243건의 31.1% 수준이었다. 이 비율은 2022년 30.4%, 2023년 30.9%, 2024년 31.3%로 최근 4년간 30%대를 유지했다. 다만 이는 전체 임신 대비 유산·사산 발생률이 아니라 출산 건수와 비교한 수치다.
김 의원은 "일터의 위험으로 자녀가 건강손상을 입었다면 이를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태아 산재의 인정 기준과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임신 노동자의 작업환경 관리와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