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포커스]"본격 정책경쟁의 씨앗될 것" 긍정해석도
정부의 감세 정책을 놓고 이명박 정부의 '창업 공신' 두 명이 맞붙었다. 친이(친이명박)계 개혁 소장파를 대표하는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이 논쟁을 벌였다.
정 최고위원은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특보는 감세정책이 'MB 노믹스'의 핵심이라며 이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감세정책 철회를 공식 제안했고 배은희 대변인은 "당 정책위원회가 이를 공식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에 "소득세 감세 철회는 말 그대로 검토 수준이고, 법인세 감세는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입장을 다시 바꿨다.
강 특보는 감세 철회 주장에 대해 즉각 개입했다. 그는 이튿날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공약(감세)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이는 특정 정치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며 감세 철폐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 "어제 한나라당 측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쪽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같은(감세 철폐) 주장을 한 것 같다"며 당 입장 번복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내비쳤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 발끈했다.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직 장관이, 또 현 청와대 경제특보가 전화를 했다고 해서 당 입장이 왔다 갔다 했다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분(강 특보)의 정책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과 현 정부가 '부자정부', '부자정권'이라는 오해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강 특보는) '감세 귀신'이 들려 있는 사람"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여당은 '세금 논쟁' 속에서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여당 내에서는 '선거 공포'가 확산된 상태다. 최근 안상수 대표가 '개혁적 중도보수'를 신좌표로 표방하며 외연 확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차기 총선·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당 색깔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 정당'이란 이미지를 벗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감세 철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반면 여당 내 보수성향이 강한 의원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우려한다. 감세를 철회하면 '감세를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과 경제 활성화'라는 MB노믹스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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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확산되는 가운데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청와대는) 감세 철폐를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강 특보의 손을 들어줬다.
임 실장은 강 특보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전화한 것에 대해 "감세 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해 온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이고, 경제특보 입장에서 의사표시를 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 특보는 이 대통령의 '747(7% 성장,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권 도약) 공약'을 최초 제안하는 등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린다.
두 사람의 세금논쟁은 그러나 긍정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두 사람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개인 시각과 의견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한국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갈등이기도 하다"며 "이런 점에서 계파간, 여야간 정쟁에 따라 이뤄지는 기존 소모논쟁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기업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제정책을 놓고 공개 논쟁이, 그것도 여권 내부에서 부각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걸쳐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세종시 대전' 이후 한국 정치권에 '정책경쟁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 최고위원은 강만수 특보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