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10·26 재·보선이 정치권의 초대형 이벤트로 떠올랐다. 수도 서울이다. 정치적 비중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의 결정적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자리다.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뀔 게 자명하다.
이번 보선은 두 달간 정국을 뜨겁게 달굴 이벤트다. 모든 정치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며 18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도 여야의 극한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전'의 막이 오르자 여야 정치권은 저마다 '포스트 오세훈' 만들기 전략 수립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우선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오 시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재보선 체제 구성에 본격 돌입했다. 홍 대표는 오 시장의 사퇴발표가 있기 전인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당초 오늘은 오 시장의 사퇴시기를 논의하려고 했지만, 이제 서울시장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며 오 시장 사퇴 후 정국흐름과 재보선 대책 등을 논의했다.
특히 홍 대표는 주민투표가 무산됐지만 야당의 투표반대와 평일 투표가 진행됐던 점을 감안할 때 25.7%의 득표율은 의미가 있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보궐선거에 대해 강한 자신감의 표출이다. 홍 대표는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광근, 구상찬, 진성호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들도 "확실한 보수층을 적극적으로 보선에 동참시켜야 한다"며 홍 대표와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주민투표율 25.7%는 사실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였다"며 "극한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의 집결이 주민투표를 계기로 가속화되면 해볼 만 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많은 게 사실이다.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은 "밑바닥 민심이 최악인 것은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 서울시장 마저 뺏기면 내년 총선은 사실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의원은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지난 10년 MB, 오세훈의 시정을 샅샅이 파헤치지 않겠냐"며 "이 과정에 어떤 게 튀어나와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제 10·26 재보선에 전념하기로 논의했다"며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과정에서 우리를 지지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보수층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보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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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천 타천으로 유력 후보군도 형성되고 있지만 필승카드 구하기가 녹록치 않다. 우선 6·2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과 치열한 경선을 벌였던 나경원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대중적 인지도와 높은 친화력이 강점이지만, 주민투표에 앞장섰다 상처를 입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 당시 '불출마' 선언이 걸림돌이다.
이밖에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박진 의원, 권영세 의원 등도 후보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부 인사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유인촌 대통령 문화특보가 거론된다.

주민투표 승리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된 민주당은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뜨겁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실정으로 야권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당선되면 유력한 차차기 대선 주자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어 당 중진들이 출마를 유력 검토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4선의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이미 출마를 선언했고, 정치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김한길 전 의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3선의 추미애 의원도 31일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전병헌 의원, 이인영 최고위원, 한명숙 전 총리, 이계안 전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반면 손학규 대표는 당 안팎의 과열양상을 우려하며 기강잡기에 나섰다. 손 대표는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주민투표 승리는 어디까지나 서울시민의 승리, 국민의 승리"라며 "정치적 승리 앞에 민주당은 겸허해야 하며,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할 수 있도록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에 더욱 자신을 갖고 담대하게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에 대해 아직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 무상급식 안을 반대한 25.7% 투표율의 적극적 보수층을 경계한 대목이다.
문제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능 여부다. 지난해 6.2 지방 선거 당시 노회찬 후보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시장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이번에도 분열하면 야권표가 나눠지고, 판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