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차윤주 김유대 기자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재창당 로드맵을 포함한 당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친박계, 쇄신파, 재창당파 등 당내 제 정파가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나름의 이유를 밝히고 있어 홍 대표 쇄신안이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나오고 있다.
당장 친박계는 대권과 당권을 분리한 당헌·당규를 개정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당내 유력주자들간 극심한 권력투쟁이 재연되면서 '박근혜 대세론'이 약화할 것을 우려했다. 쇄신파는 "문제는 쇄신안의 내용이 아니라 홍 대표의 리더십"이라며 홍 대표 퇴진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의 모임인 '재창당파'는 "홍 대표의 공천권 행사만 제한된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재창당추진위 방안 자체에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각자의 주판알을 굴리면서 홍 대표의 쇄신안을 바라보고 있어 홍 대표 쇄신안의 운명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나라당을 둘러싼 짙은 안개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친박계"당권 대권 분리 규정 삭제가 어떤 상황 초래할지 몰라"
친박계 의원들은 홍 대표의 당헌·당규 개정제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재창당추진위원회','총선기획단' 구성 등을 포함한 1차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잠재권 대권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디도스 사태'로 당이 최악의 위기를 겪으며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합법적인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표체제였던 한나라당은 제왕적 총재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만든 바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에 냉담한 반응을 쏟아냈다. 윤상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당권·대권을 분리할 때는 언제고 또 합치시키냐"며 "당 운영 원칙과 룰에 맞지 않아 박 전 대표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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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 전 대표가 대표를 할 때는 힘을 빼기 위해서 당권·대권을 분리해놓고, 지금은 거꾸로 당이 어려우니 이를 고쳐서 나오게 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일회용 반창고도 아니고, 필요할 때는 부르고 또지나면 다시 내치겠다는 것인가. 이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 대표가 당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며 "전당대회를 치르면 박 전 대표만 나오겠나. 당의 2인자, 3인자라는 사람들이 다 나와 당은 더 큰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어제 최고위원 3명이 사퇴했을 때 홍 대표가 물러났다면 박 전 대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었다"며 "차라리 박 전 대표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주는 비대위원장을 제안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친박계의 이런 반응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경쟁자들이 나서 당내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려있다.
실제 수도권 의원 10명이 속한 재창당파는 당초 '홍준표 퇴진' 등 당 해체 수준의 쇄신을 요구했으나 홍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제안한 뒤 '홍준표 체제 유지'로 입장을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홍 대표의 당헌·당규 개정 제안으로 박 전 대표는 물론 잠룡들 역시 당권 및 대권에 도전할 길이 열리자 재창당파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정식으로 당을 끌고 가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이제는 (당헌·당규 개정으로) 문을 열어 놓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소한 당원들이 전당대회로 당 대표를 선출하면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창당파, "홍 대표의 공천권 행사만 막을 수 있다면 해볼만?"
이른바 재창당파 의원들은 홍 대표 쇄신안에 대해 "지도부는 당원의 뜻에 따라 재창당추진위를 만든 뒤 기득권을 버리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안형환, 나성린, 차명진, 전여옥 의원 등 한나라당 재창당파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창당추진위를 시급히 만들어 재창당에 대한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 재창당추진위는 계파와 상관 없이 당내 인사와 당외 범 애국 인사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재창당추진위원회는 당의 정강정책과 당명을 새로운 시대와 국민에 뜻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재창당이 이뤄진 뒤 새 정당의 정강정책과 이념에 맞고, 국민의 뜻에 따른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권·당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의 개정에 대한암묵적인 동의다.
안형환 의원은"홍 대표가 너무 기득권에만 연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홍 대표가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재창당 논의를 시작하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전혁 의원은 "누가 쇄신방안을 추진해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거기에 너무 매몰 되면 내용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쇄신파, "문제는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다. 홍 대표 사퇴해야"
7일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의원과 당내 쇄신파들은 "쇄신 방안이 아닌 홍 대표의 리더십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남경필 의원은트위터를 통해 "홍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추락한 상태"라면서 "홍 대표의 말이 국민들께 전달되지 않는 메신저 거부 현상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쇄신파 정두언 의원 역시 "아무리 훌륭한 얘기도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빛이 나기도 빛이 바래기도 한다"면서 "어떤 쇄신과 변화도 홍 반장(홍 대표)이 주도하면 빛이 바랠수 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면서 홍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오전 홍 대표의 퇴진과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요구했던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 역시 홍 대표의 당 쇄신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민본21 소속 김성태 의원은"(홍 대표의 쇄신안이) 민본 21의 요구 사항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크게 차이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재창당도 모든 구성원의 공감 속에서 진행이 돼야 하는 것인데 홍 대표의 현재 리더십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