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대통령의 조건]⑤친인척·측근 비리-김형오 전 국회의장

측근비리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정부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이른바 비선 조직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최종 결정권자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책임 있는 정보와 판단자료를 원한다. 그걸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것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물론 말로는 다들 시스템에 의해서 한다고 하지만, 시스템이라는 게 작동이 잘 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각 부처가 정보의 칸막이를 헐지 않다보니 (의사결정에) 속도가 더디다. 대통령은 빨리 뭔가 결정하기 위해 시간에 쫓기는데 시스템을 통한 보고라는 게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그걸 그대로 놔두고 있으니 시스템 운영이 제대로 안되고, 그러니까 비선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그들이 말하자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서 결국 본말이 전도가 된다.
이것을 해결하자면 우선 당선인이나 대통령이 다소 답답하더라도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에게 힘을 팍팍 실어줘야 한다. 그리고 부처간 칸막이를 헐도록 장려해야 한다.
정부에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시스템을 살리는 방법이다. 허심탄회하게 숙의를 하는, 글자 그대로 '디베이트'(debate)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당·정이나 정부 부처간) 회의를 한다면 장관이 나올 자리에 차관을 내보내든지, 차관이 주도하는 회의는 실·국장을 내보내곤 하니까 그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결정을 못한다. 또는 사람들 모아놓고 힘 있는 사람이 혼자 주도하기 일쑤다.
부처간 칸막이와 정보망을 열고, 다 터놓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문화가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런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고, 인내심도 가져야 한다.
측근·친인척 비리가 발생했을 경우 일벌백계하는 단호한 의지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를 이렇게 시스템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비선조직을 주도하며 비리를 저지르던) 사람이 처벌받아도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계속해서 측근들이 횡행하며 비리를 저지르는 구조가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