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금융선진화 입법 팔 걷어붙인 김정훈 정무위원장
태산불양토괴(泰山不讓土塊). 태산은 한 줌 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전의 수많은 명문장 중에서도 포용의 힘을 강조할 때 빠지지 않는 글이다.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면 '이 방법은 이래서 안되고, 저 방법은 저런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서 어떤 현안이든 제대로 풀어내기 어렵다'는 교훈이 아닐까.
지난 4일 찾은 국회 의원회관 7층 김정훈 정무위원장 사무실 입구에 이 여섯 글자를 담은 자그마한 액자가 눈에 띄었다. 국회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 업무를 감시하고 관련법을 만든다. 금융선진화는 물론, 금산분리 등 경제민주화 사안을 직접 다루고 있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 같은 정무위를 무난히 이끌어 온 김 위원장에게 '태산불양토괴'의 지혜를 들었다.

-대형 IB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지연돼 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기획재정부는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로 추가세수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자본시장 개정은 여야간 쟁점이 많긴 하지만 거의 다 협상이 됐습니다. 4월 국회에 통과될 전망입니다. △대형 IB 육성 △파생상품청산소(CCP) 설립 △대체거래소(ATS) 허용과 거래소 허가제 도입 등 세 가지 핵심내용 가운데 CCP 설립안은 3월 국회에서 우선 통과됐습니다. ATS는 도입하더라도 파생상품을 제외한 거래소로 도입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는 선례가 드물고 세수증대 효과도 별로 없을 것이라서 반대합니다. 조그마한 세수 증대를 노리다가 현물시장과 증권업계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조정되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려도 있습니다.
▶ 5000만명 넘는 대한민국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자면 금융산업을 키우는 게 그 주력이 돼야 합니다. 규제를 풀고 투자은행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해요. 건설업을 지원하고, 싱가포르나 아부다비투자청처럼 해외에 공격적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 금융자산이 2000조원쯤 되는데 그 1%만 더 이익을 내도 20조원입니다. 그럼 세수 증대를 하지 않고도 복지예산을 쓸 수 있어요.
단 리스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이 범위에서 맞춰서 한 일은 면책하겠다고 해야죠. 지금은 금융기관이 투자를 하다가 실수하면 국회에서 부르고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하죠. 적어도 국회에서는 그렇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입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잃는 경우도, 버는 경우도 있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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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책금융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조선 해운 건설 등 한계기업들이 너무 많은데 정권 초기에 정부 눈치만 보면서 금융기관들이 회사채 인수를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독려해야 합니다.
-대형 IB 육성과 해외투자 등은 결국 금융업을 선진화하는 길입니다. 금융선진화에 또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금융인력을 해외에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1~2년씩 연수를 시켜야 선진 금융 노하우를 알게 되죠. 일례로 지금 은행연합회에서 이슬람뱅킹 연수 신청자를 뽑고 있을 겁니다. 국내 수쿠크법 통과 여부를 떠나서 우리나라에 이슬람 금융 전문가가 있어야 돼요. 연수를 하다보면 금융인맥과 네트워크가 생기잖아요. 규제도 심하지, 선진기법도 안배우지 그러니 우리 금융이 잘 할 수 없는 겁니다. 이렇게 금융산업을 강화시켜서 금융에 삼성그룹 같은 걸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업엔 왜 삼성 같은 기업이 없느냐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 합계를 5% 이내로 줄일 경우,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 위협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금산분리와 금융선진화는 다른 문제입니다. 회사채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지만 그건 부채를 안는 것이죠. 반면 고객 잔금을 활용하면 빚 안지고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으니 경제정의에 반합니다. 다만 보유한도를 5%로 줄인다 해도 현행처럼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서 15%까지 의결권을 허용하고, 금융·보험사가 행사하는 한도를 5%로 해놓으면 크게 경영권 방어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기업 오너를 국회 국정감사 등에 불러서 하루종일 질문도 않고, 질문을 해도 죄인취급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책은 없을까요.
▶기왕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되면 당당하게 나와서 입장을 얘기하고, 잘못된 부분 있으면 사과도 하는 것이 모양이 좋다고 봅니다. 벌 세우기 위해 부르는 게 아닙니다. 또 사정이 있다고 하면 질문시간을 조정하는 편의는 봐 드립니다. 지난 국정감사에도 A 의원이 특정 증인을 신청했다 하면 A의원 질의가 끝나고 다른 의원들의 질의가 없다 하면 증인을 바로 보내드렸어요. 법적으로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불출석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골목상권을 지키겠다는 조치가 도리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고, 규제를 피한 일본기업이 반사이익을 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원칙적으로 외국기업도 포함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차별 여부는 좀 더 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평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경쟁 및 소비자 후생도 고려해서 가급적 경쟁 친화적 방식으로 방안을 마련해서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대형마트 규제도 마찬가지로 과연 이렇게 했을 때 재래시장에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할 것이고, 했더니 소비가 위축되고 맞벌이부부의 불편이 가중된다면 조정을 해야겠죠.
-해양금융공사 설치는 금융위원회에서 난색을 보이지 않습니까. 묘안이 없을까요.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합니다만 독립된 지원기관을 만들어 선박이나 해양 분야 지원을 하면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걸릴 수 있답니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이 조선 분야에서 우리를 견제해서 바로 제소할 가능성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로 치면 산업은행에 그런 기능을 넣는 방식으로 업계 지원을 한답니다. 독립된 공사가 아니라도 기금 형태이든 무엇이든 해양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해야 합니다.
-각종 법안을 처리하자면 여야 합의가 필수입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 협조 없이는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 없게 됐는데요.
▶저도 여야 협상을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해봤지만 대립과 갈등이 심한 우리나라 정치 환경에서는 아직 이런 법이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부동산정책이든 추가경정예산이든 야당 동의를 받지 않으면 대통령이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요. 대통령 발목 잡는 법이에요. 어떤 일도 못하게 되므로 국가 경쟁력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 대책이나 추경 편성에 시간을 끌고 누더기 법을 만들면 시장에 타격만 더 줄 수 있습니다.
-추경 편성 관련, 여야가 증세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였습니다. 재정정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우리가 그나마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와중에 신용등급이 상향되기도 했죠. 그런데 국가 재정을 복지분야에 많이 쓰기 시작하면 우리도 유럽의 어려운 나라처럼 갈 수 있어요. 그러니 재정건전성을 잘 유지해가면서 해야 발전의 토대를 깎아 먹지 않는 겁니다. 밑바닥을 갉아먹어 가면서 할 수는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