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용산역세권, 첫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주승용 "용산역세권, 첫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대담 박영암 정치부장, 정리=김경환 기자
2013.04.25 06:00

[머투초대석]"4·1 부동산 대책 불만 많아"…"분양가 상한제 폐지 반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의미다. 노자 사상에서 물은 이처럼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아니하는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이다.

호남 출신으로는 34년 만에 야당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가 SOC(사회간접자본)를 총괄하는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은 민주통합당 주승용 위원장이 지금껏 정치를 해오면서 항상 마음속에 세기는 좌우명이 바로 이 '상선약수'란 문구다.

주 위원장은 2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고 정화해주며 장애물을 만나면 길게 돌아가는 유연성과 인내심이 있는 물의 지혜를 본받아 바른 정치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대형 SOC 사업 등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를 관장한다. 지역구사업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노른자위' 상임위로 꼽힌다. 그만큼 현안도 많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주 위원장과 만나 앞으로 국가 부동산정책의 방향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물의 지혜'를 들었다.

- 용산역세권 개발이 결국 무산돼 우려가 큽니다. 국회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용산역세권 개발은 첫 번째 단추부터 잘못 꼈습니다. 코레일이 막대한 적자를 줄이려고 본연의 업무가 아닌 부동산 경기에 편승하려다 화를 당한 것입니다.

코레일이 25% 지분을 갖고 참여한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참여한 민간업체들도 삼성을 빼면 대부분 영세업자들입니다. 여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서부이촌동도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셈이죠. 용산역세권 개발 문제에 대해 필요하다면 청문회까지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짚어보고 있습니다.

- 정부의 4.1 부동산대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우선 여야 합의에 불만이 많습니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시 올해말까지 취득세 면제를 위해 6억 원 기준을 도입했는데 6억 원짜리 실거래가 주택에 대해 모든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양도소득세도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기준으로 면제해주는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85㎡ 이하이지만 10억원이 넘는 일부 강남 주택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보게 됐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다고 하더라도 단계별로 적용해야지 지금과 같은 극약 처방을 내릴 경우 실수요자들보다 투기수요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정책 방향도 거래세를 낮췄으면 보유세를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올해만 혜택을 주고 내년에는 주지 않으면 부동산 경기가 다시 급랭될 터인데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내년에 살 꺼 올해 사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임시방편은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부동산 세제관련 보유세 인상을 언급하셨는데 부동산 세제개편에 대한 견해가 있으시다면. 또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거래세를 완화하는 대신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가 강화돼야 재정균형뿐 아니라 주거복지재원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종부세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재산세도 강화시켜야 합니다. 4.1 부동산대책으로 양도세를 면제해 주더라도 시효(5년)를 따져보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양도세를 감면해주더라도 종부세가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좀 따져봐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 여야 간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조기에 조율할 가능성이 있는지요.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오히려 가격 상승을 유발해 서민의 주택안정에 불안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건설경기 활성화가 안 되는 것처럼 오해를 낳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부 측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때 어떠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구체적 내용만 제시해 준다면 그 내용으로 다시 논의할 수는 있습니다.

-뉴타운 사업이 부동산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좌초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면철거 이후 아파트를 짓는 일률적 도시재개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기존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원주민과 서민을 몰아내 심각한 주민 갈등과 분쟁을 조장했습니다. 도시 재개발은 이제 사람 중심이 돼야 합니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기능을 상실한 기존도시를 되살리는 '재생'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적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경제적 측면과 환경, 문화까지 고려해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24일 국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도시재생법)을 통과시켰다)

또 주택분양률이 100%를 초과하는 시장현실을 감안하면 부동산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과거처럼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정책 위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노후 주택의 개보수, 녹지, 안전, 공동체 회복 등 주거의 질을 제고하는 도시재생 차원의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 고령인구 증가, 소득 양극화 등을 감안해 임대주택의 확대 혹은 기존주택의 임대주택전환 등을 통해 소유 중심에서 임대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는 디딤돌이 마련돼야 합니다.

-부동산 경기가 크게 침체되면서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 등 위기가 큽니다. 건설업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면.

▶건설업은 한때 GDP(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었지만 지금은 13~15%로 낮아졌습니다. 주택보급률이 많이 올라갔고 SOC도 많이 확대됐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는 건설업이 과거만큼 일자리 창출 기여도도 떨어졌습니다. 건설업 위기가 온 것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올해도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7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해외건설은 거의 대기업·중동·플랜트 위주입니다. 우리끼리 제살 뜯어먹기 덤핑수주도 많습니다. 중소건설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기다 중동 편중 해결은 물론 우리 업체들끼리 가격 덤핑 경쟁을 하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최저가낙찰제'도 폐지해 발주자,원도급자, 하도급자 등이 공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처럼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자체들이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편적 복지는 찬성합니다. 다만 고령화 사회가 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만 65세면 아직 청년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노인 연령을 조금 상향조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와 같이 한번 도입한 복지제도를 다시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앞으로 고령화에 대한 예산이 문제가 될 겁니다. 그래서 증세에 찬성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증세를 하되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적게 버는 사람 적게 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1만 원 버는 사람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면세점 너무 높아 근로자의 40% 가량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도 세금을 내고 보편적 복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19% 수준에 불과한 조세부담률을 조금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KTX·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민영화를 해야 할 사업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 있습니다. KTX나 인천공항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사업은 민영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대신 공무원이 해서 적자가 나는 사업은 더 잘할 수 있는 민간으로 과감히 돌려야 합니다. KTX는 현재 연간 3000억원 이상 흑자가 나면서 새마을, 무궁화, 화물열차 등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TX를 매각하면 나머지는 더 나빠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재정이 악화되고 국민 불편도 커질 것입니다. KTX와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면 요금은 올라가고 서비스의 질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역 균형발전에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아는데 어떤 복안이 계신지. 부산과 목포를 잇는 남부권 KTX는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됐나요.

▶무엇보다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균형발전은 물론 국민들의 생활복지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이외 낙후된 지역의 SOC 확충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낙후된 지역의 SOC 사업은 단순히 경제논리가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남부권 KTX는 남부권 관광 활성화, 동서화합,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남해안 고속철도는 부산서 광양까지 구간이 완공됐거나 공사 중입니다. 보성-목포 구간의 조기 착공을 통해 목포에서 부산까지 전 구간이 완공돼 남해안 고속철도망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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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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