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일 여의도의 한 설렁탕집.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10여 명이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동석, '폭탄주' 한잔을 돌리고 밥값까지 계산했다. 6월 국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 대해 서로를 격려하고 '상생 정치'를 다지는 의미였다.
지난 5월 여야의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강(强)대 강(强)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친박(친 박근혜) 실세인 최경환 의원과 투사 이미지가 강한 전병헌 의원이 각각 원내 사령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뚜껑이 열리자 완전히 다른 평가가 나왔다. 여야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으로 대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싸우더라도 일은 한다'는 공감대 속에 6월 국회에서는 평소보다도 많은 법안들이 처리됐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는 대화를 중시하는 여당 지도부도 한몫을 했지만 변화의 기치를 든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이 컸다. 실제로 지난 6월 국정원의 2007년 회담록 공개 후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자는 당 내 일각의 주장에도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국회를 지켰다.
많은 이들이 민주당의 변화를 반겼다.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국회마저 표류하면 큰일이었다. 누구보다 환호를 보낸 건 새누리당. 집권 초 공약 입법화 등 갈 길 바쁜 여당에 대화가 통하는 야당만큼 고마운 존재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김 대표는 장외투쟁을 이끄는 '투사'로 변신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민생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하고, 김 대표에 대해서도 "'친노(친 노무현)' 강경파에 휘둘리고 있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의 변신에는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표면화되는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데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반 이상은 김 대표와 반대편에 서 있던 '친노'계다. 'NLL 정국'에서 민주당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던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걱정되는 것은 '내부 결속'에 매몰돼 '대화 정치'의 미덕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번 투쟁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의미 규정을 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대선 개입 의혹을 무리하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광명시를 찾아 현장최고회의를 개최, 민생 현장을 돌봤다. 최고회의 후에는 직접 독거노인이 사는 집을 찾아 위로하기도 했다. 장외 투쟁 와중에도 '일하는 야당' '민생'을 놓지 않는다는 김 대표의 의지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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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9월 국회다. 현안이 산더미 같다. '장외투쟁'이 마무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화와 투쟁 사이에 선 김 대표의 '고군분투'가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