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 형태·선서거부 등 與野 공방..오전심문 못하고 오후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9일 오전 2차 청문회를 열었지만 시작부터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여야가 의사진행 관련 세가지 쟁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날 청문회엔 국정원 현직 직원을 포함, 증인 26명과 참고인 5명이 출석했지만 정상적인 심문을 진행하지 못했다. 여야 특위위원들의 상호비난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가림막 구멍 뚫자"= 국정원 관계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가림막(스크린) 설치가 문제시됐다. 여야 합의로 이 증인들이 청문회장에 들어오되 입장경로부터 좌석 앞까지 가림막을 설치, 밖에선 이들의 그림자만 볼 수 있게 했다. 박원동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이 다른 국정원 현직직원들과 함께 막 뒤에 앉았다.
박영선·신경민 의원 등 야당 특위위원들은 이 가림막이 얼굴을 가리기 위한 것인데 상반신 전체를 가리는 '밀폐'형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래서는 증인들이 손으로 필담을 나누는지, 노트북컴퓨터 같은 것으로 자료를 보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박 전 국장, 민 전 단장은 현직이 아니고 청문회 핵심증인인 만큼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로 가림막을 설치해놓고 민주당이 이제와 다른 요구를 한다고 반박했다. 박 전 국장, 민 전 단장에 대해선 재판 도중 국정원에서 면직될 수 없다는 법률 때문에 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얼굴을 공개해선 안된다고 맞섰다.
◆김무성·권영세는 협상용?= 정청래 민주당 특위간사는 오전 10시 특위가 열자마자 새누리당을 공격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앞서 17일 권성동 새누리당 특위간사의 말이라고 인용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증인요구는 민주당의 '협상용'이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정청래 간사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의사진행 발언에서도 "김무성·권영세는 미합의 증인이었지만 여야합의 발표 직전 새누리당이 이름은 빼달라고 한 것"이라며 "야당 특위위원들을 이간질하듯 없는 말을 지어냈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윤 수석부대표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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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는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주장이 (민주당의) 협상용 카드였다고 제가 처음 발언했고 윤상현 수석이 그걸 듣고 말한 것"이라며 "책임을 물으려거든 윤 수석이 아니라 저한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용이라고 말한 것은 근거가 있다"며 "협상과정을 낱낱이 이야기하면 협상 파트너인 정청래 간사가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당에선 김무성·권영세 두 사람이 댓글 의혹 등과 관련이 없고 민주당이 무리하게 증인으로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에선 "(지난해 12월) 권영세 대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전화통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지금까지 나온 것만 해도 두 사람은 증인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며 물러설 수 없다고 반박했다.
◆원세훈·김용판 선서거부는…= 야당은 지난 16일 1차 청문회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것을 고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해철 의원은 "(답변)회피, 책임전가 등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됐는데 형식적인 법 논리 뒤에 숨어서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 "(김용판 증인은) 안 나가도 되는 재판을, 원 전 원장은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했는데 국회를 능멸한 것"이라며 "이걸 고발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느냐. 여야가 따로 있는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여야 위원들은 상대방 말을 끊으면서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 위원들은 방청석의 민주당 의원들이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신기남 위원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지리한 말싸움이 이어지자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제 그만하자. 여기 증인들도 다 국민인데 증언하러 왔다가 이런 상황을 보고 기가 막힐 것"이라며 "(미합의) 증인 문제는 여야간사가 합의하도록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신기남 위원장은 한 시간 넘게 여야 위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수용한 데 대해 "청문회 절차에 대해 서로 공감이 돼야 효율적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사전에 발언기회를 다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무성·권영세 두 분에 대한 소환문제, △(박원동·민병주 증인이) 가림막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과 가림막 형태 문제, △원세훈·김용판 증인의 선서거부 문제 등 전제사항에 대해 두 간사가 협의하도록 잠시 정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문회는 증인심문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오전 11시20분경부터 정회했으나 이들 쟁점에 대한 여야 협상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오후 2시 청문회를 다시 열어 증인심문을 하되, 그전에 여야 간사가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