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석기 사건', 오랑캐가 떠오르는 이유

[기자수첩]'이석기 사건', 오랑캐가 떠오르는 이유

박광범 기자
2013.09.03 16:38

박근혜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 2일. 정치계의 최대 화두는 경제정책도, 대북정책도, 인사문제도 아닌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였다. 새 정부 첫 정기국회가 그야말로 '내란음모' 의혹으로 발칵 뒤집힌 것.

여론은 통합진보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지난 5월 비밀 회합에서의 이 의원 발언과 이를 입증하는 녹취록 등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이 의원과 진보당의 반박은 충분한 증거와 논거가 부족해 보인다.

내란음모 의혹에 대처하는 진보당의 반응을 보면 개그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설프게 변장한 채로 등장해 자신이 오랑캐임이 탄로 나면 "어떻게 알았지?"라고 한탄하는 장면이 그렇다.

진보당은 자신들이 '오랑캐'라는 주장에 대해 오랑캐가 아니라는 부인도, 오랑캐가 아님을 입증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저 '자신들이 오랑캐임을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반문할 뿐이다.

이상규 진보당 의원은 녹취록의 협조자와 관련, "언론에 거론된 협조자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국정원은 그를 거액으로 매수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고만 주장할 뿐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얼마 전에도 본 듯하다.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의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된 국정원 전 직원에 대한 이른바 '매관매직설'이 그것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국정원 전 직원에게 고위 관료직을 약속하고 국정원의 내부정보를 빼왔다'며 매관매직설을 주장했다. 반면 진보당을 포함한 야권 진영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이란 본질을 흐리기 위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

이 주장을 따른다면 작금의 내란음모 의혹에 대처하는 진보당의 자세는 물타기일 뿐이라는 지적에 직면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내란을 음모했는지가 이 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묻기 전에 자신이 오랑캐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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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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