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4대 중증 치료비 지원축소 등에 대해 국민에게 이해협조 구할 듯
내년도 예산안 발표 시점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대선 공약 이행을 놓고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재정부담이란 불편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 탓이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설과 함께 관련 예산이 대폭 조정·축소될 것이란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운 것에 대한 필연적 결과지만, '국민과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에 배치될 뿐 아니라 '공약 파기'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대치정국에 또 한차례의 소용돌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초연금 축소…복지공약 후퇴 신호탄?=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일괄 지급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 공약으로 노년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공약대로 하면 4년간 60조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정부 예산안에는 지급대상이 65세 이상 노인의 70-80%, 금액도 소득이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2017년까지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79조원. 증세 없이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었다. 하지만 세법 개정 논란에서 드러났듯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금융정보분석원(FIU)법 개정안도 후퇴, 당초 예상 세수인 연간 6조원보다 절반 가량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세입예산도 210조원으로 잡혔지만, 현재 세금이 걷히는 속도로 볼 때 연말까지 최소 7~8조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각부처에 매년 미처 못쓰고 남는 이른바 불용예산 5~6조원에 대해 지출삭감을 요청하고 나선 것도 세입부족으로 재정지출을 못하는 '재정절벽' 사태를 막기 위한 이례적 조치였다.
그간 보수진영과 새누리당 일각에선 복지공약 축소를 요구해온 만큼 기초연금 축소는 박 대통령의 전반적인 복지공약 후퇴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핵심 복지공약인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공약도 환자 부담이 큰 선택진료비·간병비·상급병실료 등 3대 급여비가 급여대상에서 빠졌다.
무상보육 문제도 재원 부담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나아가 '반값등록금'이나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분야 복지공약과 지방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도 시기조정이나 축소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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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파장 불가피…26일 대국민 설득이 관건=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려는 손톱만큼의 노력과 성의를 보이는 게 도리이고,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를 두고 벌어질 여야간 난타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증세 아니면 복지공약 축소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으로서도 출구전략을 짜기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어 증세를 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그렇다고 원칙과 신의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복지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될 국무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10월 6일부터 해외순방이 예정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키로 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기초연금 문제와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지원에 대한 말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빌어 기초연금과 4대 중증 질환 치료비 지원 축소에 대해 국민에게 소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설득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복지공약 후퇴 논란의 전개 추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