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공군 장성들 "위험성 과소평가돼 있어..."
"제2롯데월드 공사,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비행기를 몰아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얼마나 위험한지··· "
지난 16일 발생한 서울 '삼성동 헬기사고 여파가 잠실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의 안전성 문제로 확산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예비역 공군 장성들도 착찹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제2롯데월드 초고층 허용 결정 당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방침에 대놓고 반기를 들 수 없었지만,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전직 파일럿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불과 6km 거리에 있는 서울공항(성남기지)은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비롯해 주요 민간·군용 항공기가 수시로 이용한다.
이 때문에 초고층 허용 결정 당시 군 안팎에서는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허용 근거로 내세운 서울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성 검토 용역보고서가 졸속으로 작성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김은기 당시 공군총장이 제2롯데월드 건립에 부정적이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노무현 정부인 2007년 4월 공군총장에 임명됐던 김 총장은 뛰어난 조직 통솔력으로 군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제2롯데월드 건축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거나 활주로를 신설하는 것에 반대,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역 장성들은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공군 작전사령관으로 예편한 배창식(예비역 중장) 전 사령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대뜸 "삼성동 헬기사고는 하늘이 도왔다"고 말했다. 조종사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헬기 프로펠러가 건물에 먼저 부딪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헬기가 아니라 전투기나 수송기였다면 한국판 9·11 사건으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제2롯데월드의 초고층이 허용된 것에 대해 "비행기를 탔다는 사람들(조종사)이라면 전부 반대할 것"이라며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전 사령관은 "헬기는 통상 120~300km 속도지만 항공기는 300~800km여서 충돌 시 발생하는 피해는 비교할 수 없다"며 "특히 운항 중에 기체가 구름 속에 들어가 버리면 1~2Km 시야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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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직에 계신 분들은 이렇게 말하는 게 쉽지 않다. 초고층 허용 당시에도 현역 입장에서는 반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예비역 얘기가 맞다"면서 "지금이라도 제2롯데월드 공사를 중단하거나 층수를 낮춰야한다"고 말했다.
예비역 준장인 이문호 공군 전우회 사무총장 역시 "공군은 YS, DJ, 노무현 정부 내내 제2롯데월드 초고층 허용을 반대해 왔다"며 "대다수 예비역들은 당시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반대 입장을 가졌던 전직 공군총장은 군 후배들과 맞서는 것이 부담스러워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며 군 수뇌부의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인만큼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공군 군수사령관을 지낸 한성주 예비역 소장은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맞지만 활주로 각도를 틀어 건설을 허용한 합법적인 정책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결론이 난 국가정책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