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보발령 등 의례적 조치, 정부 선제 대응'無'
서아프리카에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이하 에볼라)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들은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자국민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여행경보 발령' 등 의례적 대책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어 범정부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외교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바이러스 감염통제 전문가들을 서아프리카 3개국에 파견, 현지에서 활동 중인 WHO(세계보건기구)와 협력토록 할 예정이다.
4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미국과 아프리카 간 정상회담에는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영연방경기대회에 출전한 시에라리온 사이클 선수에 이어 라이베리아에서 넘어온 망명 신청자도 에볼라 감염 의심으로 격리 조치됐다.
WHO는 오는 6일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위원회를 소집한다. 위원회는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기니에, 이달 1일에는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지역에 대해 특별 여행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특별여행경보는 '해당 지역에서 즉시 대피하라'는 뜻인데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것이어서 해당국이나 인접국의 방문을 막을 수는 없다.
여행경보는 발령됐지만 아프리카 지역 대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외교 당국과 덕성여대에 따르면 이 학교와 유엔 여성기구(UN Women)는 4일부터 서울에서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32개국에서 대학생 500여명이 참가하는데 에볼라가 발병한 나이지리아를 포함, 알제리·르완다·가나 등 아프리카 11개국 30명이 포함돼 있다. 덕성여대 일부 학생과 누리꾼들은 인터넷 상에서 행사 취소 등을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에볼라의 심각성을 감안해 행사 연기나 취소 등 사전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 '공감적 봉사-여성 임파워먼트를 위한 교육'을 주제로 열리는데 여성가족부가 명칭을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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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행사는 덕성여대와 UN 여성기구가 공동주관하고, 여가부는 명칭 후원만 하는 행사"라며 "여가부로서는 행사 주관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행사 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가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던 나이지리아 학생 3명과 콩고 학생 2명은 참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이처럼 상황이 위중하다면 재외공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러스의 잠복기간 등을 고려하면 검역당국의 조치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지사정에 가장 밝은 재외공관을 통해 감염환자 파악 등의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위험국에 대한 여행 경보 발령경보 정도"라며 "앞으로 필요한 대책이 있는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보건당국 등과 함께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