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조합원' 눈감아주는 '셀프감사'…선거혼탁 근원

'짝퉁조합원' 눈감아주는 '셀프감사'…선거혼탁 근원

김민우 기자
2015.02.26 05:5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런치리포트-'제2의 총선' 전국동시 조합장선거②]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17만4456명. 지난해 농·축·수협에서 걸러진 이른바 '짝퉁조합원'의 수다. 짝퉁조합원이 조합장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정부당국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무자격조합원 정비사업결과 조합원 자격이 상실된 조합원수는 17만 4456명이다. 농협 조합원이 되려면 농협법에따라 소(2두 이상)나 돼지(5마리 이상), 염소(5마리 이상) 등 가축을 사육하고 있거나 1000㎡이상의 농지를 경영하는 등 농협법이 규정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수협 역시 1년 중 60일 이상을 어업에 종사해야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조합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17만여명에 달하는 것이다.

지역 농·축협은 지난해 무자격조합원 정비 조사를 실시하고도 일부만 조합원 자격을 상실시킨 경우가 허다했다. 경기도 A농협은 무자격조합원 정비조사 결과 1000명을 적발했지만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수는 25명에 불과했다. 적발된 무자격조합원들은 조합원 자격요건인 농지원부 서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게 그 이유였다.

농·축·수협 등이 이처럼 무자격조합원을 조합원으로 유지하려는 이유는 이들이 선거의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조합장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합원이 1000명이하인 지역 조합도 상당수 존재해 조합원의 한 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전국 92개 지역 수협 가운데 조합원 1000명 이하의 군소 수협은 43%(40개)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협관계자는 "전부 한 동네 살고 얼굴을 서로 알고 있다 보니 조합에서 나가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며 "일부 조합장의 경우 '짝퉁조합원'임을 알고 있어도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일 경우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무자격조합원들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각종 혜택 때문이다. 혜택은 각 지역마다 다르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고금리 비과세 저축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명절이면 선물이오고 무료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곳도 있다. 2013년까지는 조합원의 자녀가 지역 농·축·수협에 취업할 때 가산점도 부여했다.

조합장이 되면 당선과 동시에 기관장급으로 신분이 상승된다.

차량과 운전기사 등이 지원되고 5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를 넘어서는 연봉을 받는다. 조합전체의 인사권은 물론 예산과 각종 사업에 대한 권한, 자금의 조달과 공급, 금융업무를 총괄한다. 조합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특정 조합원들에게 특혜를 주기도 한다. 인사권을 남용해 직원으로 뽑아주거나 승진을 시켜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짝퉁 조합원들은 이러한 조합장의 권한에 기댄 혜택에만 관심있을 뿐 조합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짝퉁조합원을 선별해내야하는 이유다.

현재 무자격조합원에 대한 조사는 각 지역 농·축·수협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신을 뽑아줄 조합원을 조합장이 내치기 어려운 구조다. 이들을 관할하고 있는 농림부와 농협중앙회, 해수부와 수협중앙회는 합동으로 각 지역 조합에서 실시한 무자격조합원 정비 실태에 대한 감사를 한다. 그러나 서류상으로 조합원 정비사업 실시 여부만 확인하고 있어 실제 무자격 조합원을 제대로 걸러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회와 부처에서 합동으로 지역 농수협 무자격조합원 정비 조사 결과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는 하지만 전체 내역을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