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총리실이 방호원에 인기 없는 이유

[광화문]총리실이 방호원에 인기 없는 이유

세종=정혁수 기자
2015.03.18 06:30

관가 주변에 나도는 얘기는 사실 여부도 관심이지만 부처 내 분위기라든가, 특정 현안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중이 실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국가정책을 다루는 중앙부처 주변 얘기는 더 그렇다.

우스개 소리처럼 퍼지는 말들 중에는 총리실 얘기도 적지 않다. 가령 정부청사 방호를 담당하는 특수용역 직원들의 부처 선호도를 들어보면 총리실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정부 부처를 통할한다는 총리실이 방호원들에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 방호원들 입장에서 보면, 출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민원인들이 많지도 않은 총리실은 그야말로 '꽃보직'일 수 있지만 속내는 달랐다.

"아니 명색이 총리실 방호원인데 그래도 다른 일반 부처보다 좀 '힘'도 세고, 권위도 있고해야 재미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는 그런 '맛'이 전혀 없어요"(김 모 방호원·46)

총리실과 달리 농식품부,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기획재정부, 국가보훈처 등 산하기관이 많거나 민원인이 많은 부처들은 하루에도 찾아오는 이가 부지기수라 사람보는 재미도 크고, '규율'을 강요할 수도 있어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방호원들이 전하는 우스개 소리지만, 이런 인식은 총리실에서 근무하다 정치권에 진출한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빌리면 더 솔직해 진다.

"총리실은 춥고 배고픈 부처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총리실'하면 그럴듯한 기관인 것 같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라는 게 얼마나 별 볼 일 없는 자리인 줄을. 이러니 총리실은 사실 별 볼일 없는 기관이다. 이름만 좋을 뿐 소위 '끗발'도 없고, 솔직히 말해서 '생기는 것도 없는' 기관이다."(정두언,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 중에서)

그러고 보면, 총리실 공무원들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을 보면서 당당함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마 이런 배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총리실 한 과장은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술 먹고, 돈 받아서 문제가 돼도 우리는 걱정이 없다. 총리실에서 해줄게 없는 데 누가 우리에게 향응을 제공하겠는 가"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실제 최근 5년새 공무원 범죄유형을 살펴봐도 총리실 소속 직원의 일탈은 눈을 씻고봐도 보이질 않는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벤츠 여검사' '사채왕 판사' '성접대 세무서장' 등 공무원 비리는 구석구석 너무나 즐비하다.

이완구 총리가 취임 한 달째를 맞는 시점에서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이 총리가 취임식에서 밝힌 경제살리기, 소통과 통합, 국가개혁 등을 완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를 보좌하는 총리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그렇다.

총리실의 역할과 책임을 좀더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이 각 부처를 상대로 확실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이 총리가 '울타리'가 돼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총리실에서 각 부처를 바라보는 관점과 부처에서 총리실을 인식하는 그 간극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한 고위간부는 "공무원들이 총리실을 무어라 하는 줄 아세요. '종이찍개(스템플러)'라고 부릅니다. 현장은 모르면서 부처에다 자료내라 하고, 부처에서 자료 올라오면 스템플러로 찍어 위에다 보고한다는 거죠"라며 "총리실이 제 역할을 할려면 부처보다 더 현장을 알아야 하고, 부처보다 더 고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때 잠시 주춤한 듯 보였던 이 총리의 취임 한 달째 행보가 활발하다. 그가 약속한 대로 '소통총리''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그 여정은 총리실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가져가느냐와 무관치 않다. 과연 총리실에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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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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