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연설 시작과 끝 DJ유세 인용… 안철수 포용, 가계부채 대책기구 제안도

'정치'는 없었다. 그 자리를 '경제'가 대신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 경제'(new economy)를 제시한다"며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성장, 사람중심 경제철학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첫머리부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71년 대선 유세를 인용했고, 마지막도 당시 연설의 "특권경제를 끝내야 합니다"고 맺었다. 2017년 대선을 내다보는 문 대표로선 일찌감치 경제분야에 준비된 대통령임을 내세웠던 김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오버랩시키는 동시에 동교동계와 마찰로 상징되는 당 내부갈등을 불식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서민경제 파탄과 국민 분열의 연속이었다"며 "국민 입장에선 배신당한 2년"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로는 지식기반 정보화 시대의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국내에도 대기업 등 강자는 승승장구하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은 피폐하는, 지금의 경제구조로는 대한미국의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새경제' 강조 "경제철학과 기조 다 바꿔야"
그는 새 경제 기조 설명에 연설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이 돼 국민의 지갑을 지키고 두툼하게 채우겠다"고 말했다.
새경제(신경제)는 '사람중심경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소득주도 성장이란 방법론을 갖췄다. 그 결과로 얻어질 새로운 경제생태계는 '공정경제'로 표현했다. 공정경제는 같은 당 대선 경쟁자 격인 안철수 의원의 공정경제론을 끌어안은 모양새다.
문 대표는 임금소득의 실질적 상승과 양극화 바로잡기를 정책과제로 제시하며 "정부는 정규직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비정규직 고용은 경제에는 마약같은 것"이라며 "고용을 안정시키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 가계소득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의 고용은 당장은 기업의 비용을 줄일지 모르지만 세계경쟁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이유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 때문이지, 정규직의 탓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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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도 틀렸다"며 대안으로 △시간당임금, 초과근무수당, 퇴직금, 사회보험 등에서 비정규직의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 △안전관련 업무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 △공공부문의 선도를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규모는 OECD국가 중 1위(25.9%)이고 시간당 5580원, 월 116만원으로는 3~4인 가족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도 주문했다. 최저임금이 일정수준에 오르기까지는 두자리수 인상률로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朴정부 겨냥 "배신당한 2년"-"가계부채 대책 국회기구 제안"
문 대표는 "과거 박정희 정부가 토목인프라, 김대중 정부가 IT인프라를 구축해 기업과 국민들의 비용을 낮춰준 것처럼 이제는 국가가 ‘생활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주거, 교육, 보육, 의료, 통신 등 필수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를 "디플레이션과 장기불황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어 특히 국민들의 실생활비용을 낮춰서 생활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와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내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정부의 무대책 속에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사상최고를 갱신하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며 "전월세상한제를 실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줘야 중산층과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내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단 구체적인 협의체 성격이나 위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승민 연설 의미있어…안보 우리가 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이나 사회 분야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문 대표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해 ‘사자방’ 비리를 반드시 밝혀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손해배상도 받아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할 일은 방패막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야당이 새누리당 정권보다 잘 할 수 있다"며 10·4 남북정상선언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실현을 촉구했다. 5.24 조치에 대해선 "전면 해제가 어렵다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북핵과 사드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요구한 데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의 정치'를 강조한 데 화답하는 모양새는 취했다.
문 대표는 대기업 사회적 책임, 공무원연금 개혁 등 경제주체들의 이해조정 관련 정부가 적극 중재한다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공멸이나 공존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구성원들이 통 크게 결단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정자 입장에서 적극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어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있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평가는 이날 사전 배포한 원고에 없는 내용이다.
이밖에 세월호 인양에 대해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팽목항이나 안산에 두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상징과 교훈으로 삼는다면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