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넘어 탈법"…'30초'에 목숨 거는 국회의원들

"편법 넘어 탈법"…'30초'에 목숨 거는 국회의원들

박광범 기자
2015.09.26 10:31

[the300][2015국감]'읍소형', 'my way형', '경륜형'…질의시간 쟁취 사투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사진=뉴스1제공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사진=뉴스1제공

국정감사가 추석을 기점으로 종반으로 돌입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행정부뿐 아니라 시간과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정감사가 국민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관들은 밤을 새가며 국정감사를 준비한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는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이자,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 전 가장 큰 이벤트여서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준비한 것들을 모두 소화해내기에는 국정감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통 국정감사에서 의원 한 명당 주어지는 시간은 △주질의 7분 △보충질의 5분 △추가질의 3분 등이다.

그나마도 환경노동위원회 등 인원수가 적은 상임위원회의 경우에는 추추가질의, 추추추가질의 등 의원당 충분한 발언기회가 주어지지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같이 인원수가 많은 상임위원회에서는 질의 한 번 하기 위해 몇 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이에 따라 교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질의시간 확보를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30초만 더~"…'읍소형' 혹은 '목청형'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 체육인 출신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만나 누구보다 열띤 질의를 이어갔다.

은퇴체육인들의 처우 개선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문 의원의 주어진 질의시간이 끝나고 마이크가 꺼지자 "1분만 시간을 더 달라"며 박주선 교문위원장과 협상에 들어갔다.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추가시간이 주어지지 않자 문 의원은 "그러면 30초만 더 달라"며 박 위원장과 '밀당'을 연출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등 문체부 2차관 소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체육입시비리 등을 지적하던 문 의원은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난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호탕한 목소리로 질의를 계속해나갔다. 결국 주어진 7분의 질의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문 의원의 질의는 끝났다.

문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박 위원장은 "문 의원이 목소리가 커서 앞으로는 추가로 시간을 안 줘도 되겠다"고 말해 국정감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현명하지는 못한 방법이란 지적도 있다. 의원들의 마이크가 꺼지면 속기록에도 남지 않고, 방송중계에서 목소리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그건 난 모르겠고"… 'My Way형'

지난 11일 문체부 국정감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가 막 시작된 오후 4시쯤 국정감사장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교문위원들을 위로방문한 것이었다.

원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입구 쪽에서 가까운 야당의원들부터 시작해 국정감사장을 한 바퀴 돌며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장내가 어수선해진 와중에도 이 의원은 꿋꿋이 준비했던 질의를 이어갔다. 그러다 원 원내대표가 이 의원 옆까지 왔고, 원 원내대표는 이 의원에게 수고한다는 의미로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러자 이 의원은 박주선 교문위원장을 향해 "이거 시간 좀 빼주십시오"라고 말해 원 원내대표를 머쓱케 했다.

이 의원의 반응은 전날 교문위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첨예한 입장대립으로 이날 국정감사는 잦은 의사진행발언과 파행을 겪어야 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질의순서가 30명의 교문위원 중 27번째(교문위원장 제외)여서 이날 밤 10시30분쯤 돼서야 첫 질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의원은 "국감을 시작하고 12시간 30분 만에 질의를 시작한다"며 "교과서 문제도 중요한데 책걸상 문제도 중요하다"고 질의를 시작했다. 이 의원이 질의를 위해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져온 노후 책걸상 문제도 그제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답변은 나중에"…'경륜형'

3선의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륜이 묻어나는 질의로 주목을 받았다. 11일 문체부 국감에서 유 의원은 자신의 질의시간동안 준비해 온 내용들을 읊어 내려갔다. 국정감사는 질의는 보통 일문일답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유 의원은 "답변은 나중에 몰아서 해달라"고 말했다.

통상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질의시간에는 피감기관장의 답변까지 포함되는데, 질의시간이 끝나면 의원의 마이크는 꺼져도 피감기관장의 마이크는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그러자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역시 경륜이 느껴진다"며 "편법을 넘어 탈법 같다"고 말해 국감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의사진행발언인듯, 의사진행발언 아닌, 의사진행발언 같은 너~

지난 10일 교육부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면서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감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황우여 장관의 분명한 입장을 들어야 한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은 '항일'은 지우고 '친일'은 미화하는 역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집착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이게 의사진행발언이냐"는 등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통상 의사진행발언은 의사진행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에게 건의나 요청을 하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황 장관의 입장을 묻는 것이라면 자신의 질의시간을 이용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어진 국정감사에서도 애매한 의사진행발언이 종종 나오자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은 저를 보고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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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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