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선거구 '지렛대'…靑, '노동개혁·서비스법' 어쩌나

사라진 선거구 '지렛대'…靑, '노동개혁·서비스법' 어쩌나

이상배 기자
2016.03.02 16:45

[the300] 선거구획정안 처리로 野 압박 카드 사라져…靑, '민생외면' 프레임 여론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뉴스1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뉴스1

'선거구획정안'이라는 청와대의 지렛대가 사라졌다. 2일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과 함께 여야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 제정안 뿐 아니라 선거구획정안까지 처리키로 하면서다.

그동안 여권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선거구획정안의 국회 통과로 청와대로선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제정안의 처리를 위해 야당을 움직일 핵심 수단을 잃게 됐다. 이에 청와대는 현실적 대안으로 총선을 앞두고 '민생외면' 프레임으로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靑, '민생외면' 프레임 여론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국회의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선거구획정안 처리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노동개혁은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개혁"이라며 "테러방지법 등 뿐 아니라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법 등 더 많은 일자리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여론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서비스법과 노동개혁 4법은 야당의 반대로 각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서비스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안 수석은 이날 월례 브리핑을 통해 "서비스법 어디에도 의료영리화에 대한 내용은 없는데, 있지도 않은 의료공공성 훼손을 우려해 법 통과에 반대하는 것은 술잔 속 뱀 그림자 때문에 병에 걸렸다는 뜻의 고사성어 '배중사영'(杯中蛇影)에 다름 아니다"라며 "이 법이 하루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노동개혁 4법 가운데 파견법에 대해서도 안 수석은 "구직난, 구인난, 기업경쟁력, 노후빈곤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법"이라며 "하루빨리 통과돼야 할 절실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혁하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혁신과제들이 아직도 기득권과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노동개혁이 현장에 뿌리를 내려야만 더 많은 일자리,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무엇 때문에 1400일이 넘는 동안에도 서비스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지금도 통과시킬 생각이 없고,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며 "도대체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0일 넘기면 19대 국회 처리 어려워

그동안 청와대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법의 국회 통과를 추동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안을 이 법안들에 앞서 처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선거구획정안을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법 처리를 위한 카드로 활용한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김무성·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지난달 23일 선거구획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선거구획정안은 협상 카드로서의 힘을 잃게 됐다.

결국 총선 국면에서 '민생외면' 프레임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게 현실적으로 청와대에게 남은 몇 안 되는 대안 가운데 하나다. 만약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이들 법안의 처리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후엔 총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19대 국회 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노동계 등 핵심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법의 처리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가 이끄는 더민주 지도부는 총선을 앞두고 '경제 실패 프레임'으로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