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높은 벽" 상향식 공천의 한계

"그래도 높은 벽" 상향식 공천의 한계

심재현 기자
2016.03.18 05:42

[the300][런치리포트-첫술뜬 국민공천, 정치신인들의 드라마③]

- 여전히 현역이 유리, 정치신인과 격차 줄여야

- 정당정치 훼손·역선택 우려 지적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상향식 공천의 한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현행 방식으로는 애초 취지와 달리 정치신인이 끼어들 여지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상향식 공천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봉쇄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이나 공약은 고사하고 이름과 얼굴조차 알리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강원 원주을 경선에서 탈락한 김기철 예비후보는 "정견발표 한번 할 기회도 없이 룰이 정해지는대로 끌려갔다"며 "당원이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전에 예비후보들의 비전이나 생각을 알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여론조사 자체도 조직력을 갖춘 현역의원에게 유리하게 실시됐다는 지적이다. 서울·경기·경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신인은 알 수 없는 여론조사 일정을 현역의원들이 입수해 활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구체적으로 여론조사 시간을 알려 전화를 받으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통상 여론조사에서 3~4%선에 그치는 일반인 응답률이 경선 여론조사에서는 10~25%까지 올라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동원선거'로 진행되면 오히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치신인 입장에서는 여론조사 경선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는 점도 문제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심사비용 100만원과 특별당비 180만원, 당원명부 비용 30만원 외에 경선지역의 후보 수에 따라 1인당 약 1000만(후보가 4명일 때)~2000만원(2명일 때)의 여론조사비용을 걷었다.

정수성 의원과 김석기 후보가 맞붙은 경북 경주의 경우 3인 경선 이후 결선까지 치르면서 후보자별로 많게는 3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예비후보는 "현역의원과 달리 후원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경선에서만 수천만원씩 내야 하다 보니 돈 없는 후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향식 공천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도입 논의 초기부터 정당이 스스로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시달렸다. 비당원의 경선참여 권리 확대가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대당 지지자가 약한 후보가 결정되도록 거짓 응답을 하는 역선택 우려도 여전하다. 여야가 같은날 같은 시각에 여론조사를 하면 역선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전문가들은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론조사 비용 일부를 지원하거나 공천 시기를 앞당겨 정치신인이 인지도를 높일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 등이 제기된다.

장성호 건국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겉보기에는 상향식 공천으로 정치 입문의 길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비용이나 조직력 등을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공천을 선거 6개월 전에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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