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라는 게 있다. 지난해 국회 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에서 제도를 만들었고 올해부터 도입됐다. 국회에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경우 신청 의원 이름과 그 이유를 밝히도록 한 제도다. 소위 ‘망신주기’ 국정감사의 폐단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게 도입 명분이다. 증인 신청을 해 놓고 협상 과정에서 슬쩍 빼주는 ‘구태’를 벗자는 의미도 적잖다.
경영자의 국감 출석을 최대한 막아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두 손 벌려 환영할 제도다. 헌데 일부 기업에는 이 제도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다. 의외의 볼멘소리가 여의도 주변을 떠돈다. 제도가 가진 또다른 기능 때문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한 번 증인을 신청하면 해당 국회의원이 임의로 철회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국감 증인을 무분별하게 신청하기도 어려워졌지만 한 번 이름을 올린 후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해당 증인을 누가 신청했는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철회에도 부담이 없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누가 증인을 신청했는지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이제는 신청만큼이나 철회도 부담으로 남게 됐다. 신청 당사자의 철회든 간사간 합의 불발이든 그 과정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습기 살균제나 생리대 문제 등과 같이 증인신청 사유가 타당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마땅히 받아 들여져야 할 증인이 신청됐는데도 채택이 불발되면 ‘모종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의심은 기업은 물론 국회의원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증인신청실명제가 국회의원과 기업 모두를 어느 정도는 불편하게 만든 셈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그 불편함이 반갑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문제를 해결하는 국감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회경제적 낭비를 막을 수 있어서다. 한 발 더 나아가 상임위가 증인명단을 확정짓기 전에 개별의원들의 신청안을 공개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투명한 게 처음에 불편하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