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박근혜정부 '눈먼 돈' 특수활동비-①]국회,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세부 업무 명시한 세목 구분 추진

청와대 상납 논란에 휩싸인 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특활비)의 대폭 삭감이 추진된다. 국정원이 특활비로 받아가 군·검찰·경찰 등에 내려 보냈던 정보보안 관련 예산도 예산당국이 직접 편성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또 지금까지 국가 보안 유지를 이유로 결산이 여의치 않았던 특활비에 대해 '사후 결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된다.
5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사건 수사비'나 '안보 활동비', '정보 수집비' 등 세목을 구체적으로 예산안에 명시해 편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정원이 특활비를 ‘쌈짓돈’으로 활용하는 길을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에서다. 국정원 특활비에서 배분됐던 각 부처의 정보 보안 관련 예산도 국정원에서 분리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감사원 감사와 국회 결산 심의과정에서 이들 국가 안보 예산이 일반행정비로 집행돼야 할 항목으로 나타났다"며 "세목에 특정 업무를 명시해 구분하면서 특활비의 총액 계상 대상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자연히 정부 예산안에서 특활비 총액도 줄어든다.
지금까지 '사건 수사비'나 '안보 활동비', '정보 수집비' 등 일명 '국가 안보 예산'은 예산안 세목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정부의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는 특활비를 '정보·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국정원은 이에 '특활비'라는 세목만으로 지난해 4860억원 등 연간 5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매년 받아갈 수 있었다. 이때 국정원이 경찰 등 각 정보기관 예산을 임의 편성하는 것으로 전제로 했다. 국가정보원법과 '정보 및 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에 따르면 국정원장이 정보와 보안업무를 행하게 돼 있다. 법무부와 국방부 등 각 부처와 경찰청, 검찰청 등 관련 부처들이 국정원 특활비에서 관련 예산을 할당받아왔다.
다만 실제 국정원이 해당 기관에 얼마나 어떻게 배분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검찰, 경찰 등에 관련 예산이 쓰였는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이 마음대로 특활비 규모를 키우는 한편 권력 핵심인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활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더 나아가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사후 결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특활비의 사후 결산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5년 혹은 10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내역을 공개하도록 해 집행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예산회계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특활비는 '기밀'이라는 성격 때문에 결산시 집행 내역도 비공개하는 특례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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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국정원 등의 특활비를 손보려는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대 국회에서도 입법조사처 제안과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현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이다. 당시 이 개정안에도 입법조사처 제안과 비슷하게 사건 수사비와 안보 활동비, 정보 수집비 등 특정 업무를 명시하는 세목으로 구분해 특활비를 편성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특활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점이 밝혀지자 발의된 개정안이었다.
야당인 국민의당의 경우 올해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부터 국정원 특활비를 대폭 줄이는 방침을 세웠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에 "최근 국정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에서 드러났듯 권력 기관의 특활비 예산은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