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젠 정말 오세훈밖에 없는걸까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을 접한 야권 인사의 말이다. 이 전 처장은 18일 불출마 의사를 자유한국당에 공식 전달했다. 그러면서 매천 황현의 '지식인 노릇을 하기 참으로 어렵다'는 말을 인용했다. 지지율 10%대 제1야당의 출마 제안에 고심했을 심경이 그대로 읽힌다.
마땅한 사람도 없고 당선을 보장할 수도 없다.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보는 솔직한 시선이다. 그렇다고 후보를 안 낼 수도 없다. 야권 인사들이 다시 눈길을 주는 이가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4일 "당을 위해 몸을 던질 분"이라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홍준표와 오세훈은 사실 악연이 깊다. 2006년 홍준표가 뛰던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에 뒤늦게 뛰어든 게 오세훈이다. 홍준표는 "이미지 정치만 한다"며 공격했지만 승자는 오세훈이었다. 2008년 오세훈의 뉴타운 정책에 대해 “시장의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도 홍준표다.
폭발한건 2011년이다. 오세훈이 무상급식 시민투표를 강행해 시장직을 잃은 직후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준표는 "오세훈에게 세 번 농락당했다"며 "다시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벤트 정치에만 매달리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한나라당에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던 홍준표가 오세훈 옹호론을 편다. “한 번 실족했다고 정치생명이 끝난 게 아니다” “제일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포퓰리즘 정치인'과 '중요한 자산' 사이에서 오세훈이 보여준 것은 없다. 홍준표도 그렇다. 구원을 털고 손을 맞잡는다 해도 두 사람의 이벤트일뿐이다. 서울시나 보수정당에 던져지는 메시지는 기대하기 힘들다.
힘든 출마를 권할때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을 쓰는데 권하는 손은 미안하더라도 받는 손은 결연해야 성배다. 둘 다 민망한 잔은 그냥 '독배'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