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日 '이미 정해졌다'는 식"…강경화 "시간 여유 필요" 美 관여설 주목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하루 앞둔 1일 태국 방콕에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 예정대로 2일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결정될 전망이다.
두 장관이 만난 것은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이후 처음이다. 한일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의 중재안·휴전협정 제안 등 여러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성사돼 일본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특별한 합의를 하지 못한 데 따라 경제보복 국면은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양측의 간극 아직 상당”

강 장관은 이날 고노 외무상과 회담을 마친 뒤 발언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은 분명히 했다”며 “만약 결정이 내려진다면 한일관계에 올 엄중한 파장에 대해서도 분명히 얘기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확답은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기존 수출규제 문제와 함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한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했지만 큰 변화는 있지 않았다. 양측의 간극은 아직 상당하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배제될 경우 훨씬 더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상당히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가 파악하고 있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2일에 할 거라고 따로 공지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정해진 것이니까 변화가 어렵다는 식으로 계속 (일본 측이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흔들리는 한일 첫 군사협정…동북아 안보 ‘파장’

강 장관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하면 한국 정부는 대응 방안으로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GSOMIA는 1945년 광복 이후 한일이 맺은 첫 군사협정이다.
2016년 11월 체결 이후 지난 2년 동안 별다른 이견 없이 자동 연장돼 왔다.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GSOMIA 파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은 양국갈등 차원을 넘어 동북아 안보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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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조치인 만큼 한일 안보의 틀에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우리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GSOMIA 관련해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들고 나온게 사실 안보문제인데, 한일·한미일간 안보협력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 美중재 ‘휴전협정’ 받을까

한일갈등 국면이 화이트리스트 제외-GSOMIA 파기로 더욱 확전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강 장관이 ‘협상을 위한 시간적 여유의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추가 보복행위를 중단하는 ‘휴전협정’을 제안했다는 관측과 맞물린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한일간 분쟁에 대해 양국에 '휴전 협정'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막자는 취지다.
강 장관은 이날 고노 외무상과의 회담 때 “수출규제와 강제징용을 협의해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보통 문제가 있는 국가간에는 협의를 통해 해결을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을 위한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강 장관은 ‘미국이 중재에 나섰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여러 기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외교부 당국자도 “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우린 일본 측의 반응을 보면서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