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는 억울하다"…민주당, 아직도 '한명숙 사건' 붙잡는 이유

"대모는 억울하다"…민주당, 아직도 '한명숙 사건' 붙잡는 이유

최경민 기자
2021.07.18 06:01

[정치 읽어주는 기자]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입장을 밝힌 후 국회를 나서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5.08.20.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입장을 밝힌 후 국회를 나서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5.08.20.

"뇌물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6년의 재판과 2년의 옥살이를 견디신 한명숙 전 총리님의 육성을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피해서는 안 될 일."(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은 당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특수부 검사들이 MB(이명박) 정부 청구에 따라 유죄를 조작한 사건."(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범계 법무부'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감찰 결과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을 확인했다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한명숙은 억울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한명숙 사건'을 1991년 '유서대필 조작사건',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비견했다. 검찰의 조작에 의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이 사안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거론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었길래, 한명숙이 도대체 누구길래.

'수표 1억원' 스모킹건에 만장일치 유죄

'한명숙 사건'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대통령선거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세 차례에 걸쳐 약 3억원씩, 현금·수표·달러화를 섞어 받았다는 혐의였다.

결론적으로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 전 총리가 1차로 3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대법관 13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두 차례 6억원 수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부분은 대법관 8명이 '유죄', 5명이 '무죄'였다.

'뇌물수수'에 대해 이견이 없었던 것은 정황이나 진술이 아닌 물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수표 1억원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해당 수표는 한만호씨가 발행한 것이었고, 한만호씨와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전혀 모르는 사이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 니콜라홀에서 열린 '아세아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30주년 기념 맞이 남북여성교류 30년 : 돌아봄&내다봄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1.06.02. yesphoto@newsis.com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 니콜라홀에서 열린 '아세아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30주년 기념 맞이 남북여성교류 30년 : 돌아봄&내다봄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1.06.02. [email protected]
'물증'이 아닌 '증언' 문제삼은 '한명숙 구하기'

'한명숙 구하기'는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획득하며 완승을 거두자 노골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 등은 증언이 조작됐다고 쓰여진 한만호씨의 비망록 등을 근거로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수표라는 물증에 의해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사건'이 엉뚱하게 '모해위증교사'란 새 국면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발동이 두 차례나 이뤄지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먼저 대검 감찰부에 조사를 지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러자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라며 박범계 장관이 나섰다.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사건을 다시 심의하라고 했지만, 나온 결론은 역시 '무혐의'였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로 4개월 동안 실시된 감찰에서도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직접 브리핑을 갖고 감찰 결과를 설명했지만, '모해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대검과 결론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맹탕 감찰'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박 장관은 대검 지휘부가 사건 담당 검사를 당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서 감찰3과장으로 갑작스레 교체해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한 것, 출석한 참고인들이 100회 이상 소환돼 증언할 내용에 대해 미리 조사받은 사실 등 절차적 문제만 제기했다. 자연스럽게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유죄를 다시 한 번 인증해줬다", "한명숙 구하기에 실패하고 애먼 검찰에 절차를 트집만 잡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친노 대모' 억울하다는 가상현실?…윤석열 공격의 도구?

총선 대승 직후 구명 드라이브, 연속 수사지휘권 발동, 법무부 장관이 직접 나선 감찰, 이른바 '정신승리'성 발언들까지. "왜 저렇게까지"라는 말에 대해선 '친노·친문의 대모'로 불리는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5년 당대표 시절, 대법원에서 한 전 총리의 유죄가 확정되자 "법원까지 정치화됐다. 정치검찰을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불복 의사를 밝혔을 정도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도대체 한명숙이 뭐라고. 하여튼 저 끈끈한 가족애는 정말 감동적이다. 친문이 대한민국이고, 우리는 2등시민"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 전 총리에게 '재심' 신청을 주문하며 "자신이 무죄인 가상현실에서 나와서 물리적 현실에서 입증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찾아 반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7.15. photo@newsis.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찾아 반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7.15. [email protected]

한 전 총리의 명예회복과 별개로,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려는 수단으로도 보인다. 박 장관은 사건의 배당 과정을 문제삼으며 사실상 '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했고, 윤호중 원대대표도 '윤석열' 이름을 거론하며 "검찰청법 개정안 입법청문회를 추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영화보다 더 치밀하고 저열한 검찰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제 윤 전 총장이 답해야 한다"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책임이 크다.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하다 하다 안 되니 요란하기만 하고 알맹이도 없는 감찰 결과로 '한명숙 구하기'를 이어간다. 국민들이 또 속을 것이라 착각하고 부끄러움조차 모르고 있다"며 "한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지 않았고,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그렇게 억울하면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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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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