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기술 패권주의 시대…K반도체의 '생존 해법'⑥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국회는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하 K칩스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K칩스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으나 해당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논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K칩스법 논의를 위한 조세소위 일정 등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국회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국회 기재위 의사일정 자체는 합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불어민주당도 (K칩스법에) 반대는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합의가 안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현행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지난해 말 대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는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지원 추가 확대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국회 기재위는 지난달 14일 조세소위를 열고 K칩스법 관련 논의를 시작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3조5000억~3조6000억원에 달하는 감세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향후 세수 확보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여야가 지난해말 세액공제율을 8%로 올리는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는데 정부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가 법안을 제출한 데 대한 불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재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신동근 의원은 지난달 14일 기자들과 만나 "대체적으로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여야가 어느정도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3조5000억~3조6000억원 정도의 대규모 감세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해에) 부수법안과 같이 처리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세액공제율이 8%였는데 대통령 한마디 이후 금액이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해 25% 수준의 세액공제와 미국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더하여 자국이 반도체 산업 패권을 쥐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반도체지원법 1차 후속조치로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인센티브 세부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미 반도체지원법에는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미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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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환수와 예상 기대수익 관련 정보 제공, 국방·안보용으로 쓰이는 첨단 반도체 시설 접근권 등 독소조항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미 반도체지원법에 따르면 보조금으로 지어지는 생산설비는 미국산 재료를 사용해야하고,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이상을 받으면 보육시설도 지어야 한다. 구체적인 초과 이익환수 비율과 기대수익 제공범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세계경제 둔화로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며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5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42.5% 감소했다. 지난 1월(-44.5%)에 이어 40%대 감소율을 기록한 상황이다.
여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K칩스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가장 급한 것이 반도체 관련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라며 "기왕 3월 임시국회가 열렸고 (민주당) 방탄 목적도 달성했으니 남은 기간이라도 충실히 의사일정 협의해 국회가 소정의 성과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K칩스법은 반도체 경쟁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보다 우리가 더 기업하기 좋고 경쟁력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세액공제만 놓고 볼 게 아니라 전체 국가적 지원 어떤지 비교해야 하고 가장 지원 많은 나라보다 우리가 최소한 버금가거나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 가지고 민주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