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중국 양쪽서 외교전… "북미 대화 앞두고 샅바싸움 시작"

북한, 유엔-중국 양쪽서 외교전… "북미 대화 앞두고 샅바싸움 시작"

조성준 기자
2025.09.30 12:32

[the300]

[뉴욕=AP/뉴시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 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 부상은 "우리의 국법이고 국책이며, 주권이고 생존권인 핵을 절대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9.30.
[뉴욕=AP/뉴시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일반 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 부상은 "우리의 국법이고 국책이며, 주권이고 생존권인 핵을 절대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9.30.

북한 대표로 나선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설에서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최선희 외무상은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리창 총리를 잇달아 만났다.

북한의 적극적 외교 행보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상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도 모색하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 부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이런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비핵화를 강요하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가 연설한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김 부상은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으로 세계경제 전반이 불안정하고, '2030 지속개발 의제'마저 부정당하는 현실"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는 등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부상은 "자주, 평화, 친선은 북한의 변함없는 대외정책적 이념"이라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침략과 간섭, 지배와 예속을 반대하고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 민족들과 사상과 제도의 차이에 관계없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선희 외무상이 29일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다고 30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선희 외무상이 29일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다고 30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비슷한 시기 최선희 외무상은 2022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독 중국 방문을 통해 외교 활동을 이어갔다. 28일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데 이어 29일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나 양국 간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최선희 외무상의 중국 방문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북·중 관계 회복과 양국 교류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쌍십절' 행사에 맞춰 방북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지도자 대신 상당한 서열의 인물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오전 통일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 두 외교 관료의 미국·중국 방문에 대해 "김 부상의 유엔총회 참석은 다자무대에서 북한의 메시지를 내기 위해 간 것이며 최 외무상의 방중은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미국·한국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만큼 사전에 북·중 간 소통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북한의 외교 활동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북·중·러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지기반으로 삼은 데 따른 자신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7년 만의 대표단 파견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을 통해 중국과 북미 대화에 대한 양측 입장을 조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서겠다는 건 지난 2일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으로 본격화됐다"며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외교를 정상화하는 것은 미국을 상대하기에 앞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에는 이미 대화를 앞두고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며 "대화의 주도권과 의제 세팅을 위한 서로 간의 힘겨루기는 장외에서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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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보훈부를 출입합니다. 외교·안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쉽고 재미있게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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