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이념을 넘어 국익으로, 정책의 탈정치화]④
열린우리당·진보진영 거센 반대에도 '실용적 국익' 선택
후임 보수 정부서 한미 FTA 추가 협상 및 비준 절차 진행
이념·정치 배제, 국익 위한 국가 아젠다 합의 모범 사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월23일 신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여당 내부와 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에도 한미 FTA가 국가 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은 이념과 진영, 정치의 개입을 차단하고 국익을 최우선한 정책적 모범 사례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가 당시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건 2006년 2월이었다. 초기부터 정치적 논란이 적지 않았다. 농업과 서비스업 개방에 따른 피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협상 과정의 정보 공개 문제 등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반발이 커졌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와 진보 진영에서도 협상 중단 요구가 이어졌다. 반대론에 진영 논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 개방에 따른 농축산업과 중소기업의 피해, 국내 제도의 자율성 축소, 개방의 이익이 일부 수출산업과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의지를 꺾지 않았다. 판단의 기준은 이념적 명분이 아니라 경제적 실익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된 2007년 4월2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오로지 경제적 실익을 중심에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며 "철저히 손익 계산을 따져 우리의 이익을 관철했다"고 밝혔다.
뒤를 이은 보수 정부도 한미 FTA 추가 협상과 비준 절차를 이어갔다. 진보 정부의 타결·서명과 보수 정부의 비준·발효가 맞물리면서 한미 FTA는 급물살을 탔다. 특정 정권의 정치적 성과를 넘어서는 국가적 아젠다로 완성된 것이다. 한미 FTA는 세계 최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 기업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에 진입할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이 한국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첫 해인 2012년 한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10.7%였으나 지난해 17.3%로 높아졌다. 중국(18.4%)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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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논리보다 국익을 우선한 노 전 대통령의 혜안과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지난 5월23일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게재한 당 공식 논평에서 "정파를 초월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었던 고인의 '통합과 상생'의 정신은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된 작금의 우리 사회에 무거운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