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반발하고, 여당서도 의견 갈렸다...'주 52시간 특례' 진통

노동계는 반발하고, 여당서도 의견 갈렸다...'주 52시간 특례' 진통

김도현 기자, 이승주 기자, 강영훈 기자, 김사무엘 기자, 정경훈 기자, 김아영 기자
2026.10.28 07: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주 52시간제 특례 진통] (종합)

"근로시간 특례" vs "시행령 개정" 이견에…초광역특구법 '갈팡질팡'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7.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7.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초광역특구법이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특례를 둘러싼 혼선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연장근로 절차 간소화 등 기존 시행령 개정 검토를 언급하면서 특별법을 통한 특례 도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관계 부처는 물론 여당 내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특구법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만간 야당과 협의해 초광역특구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입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특구법을 신속히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노동특례 도입을 둘러싼 당내 이견과 야당과의 협의 절차 등을 고려하면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와 관련해 "기존 제도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서로 깊이 논의해 보라"고 지시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절차를 개선해 별도 입법 없이 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취지다.

청와대는 시행령 개정으로 특별법상 특례를 대체하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근로시간 특례를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시행령 개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노동특례를 포함한 법안과 제외한 법안이 각각 발의된 것도 이런 이견을 반영한 결과다.

정부 내 입장 차도 뚜렷하다. 산업통상부는 초광역특구법에 주 52시간 예외 등 노동특례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고용노동부는 이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충분히 숙의하고 합의한 결과를 토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의원은 "노동계의 반발로 노동특례를 담은 법안과 제외한 법안이 동시에 발의되고, 야당과 협의를 위한 특위 구성까지 추진되면서 특구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당초 기대보다 입법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52시간 특례, 시행령 등 다양한 대안 검토…정부 "사회적대화 우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이 현행 제도 보완까지 주문한 가운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제 특례와 관련해 시행령 수정과 특별연장근로 인가 절차 개선, 별도 입법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능하면 이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업계의 핵심 R&D 인력 근로시간 특례 입법 요구에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사전 인가 절차가 불편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포괄적으로 미리 인가하거나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단, 초과근로 할증임금 지급과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근로시간 한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 보완은 별도 입법 없이 업계의 애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거론된다. 반도체 R&D 인력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을 수 있다. 다만 사안별 인가 방식인 만큼 업계가 요구하는 법 개정을 통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와는 차이가 있다. 시행령 등 절차 개선만으로 업계의 근로시간 유연화 수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확실한 노동 특례 보장이 필요하다는게 업계 등의 입장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을 두고 논란이 나오자 구체적인 방안은 미리 정해두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무조정실·고용노동부·산업통상부는 이날 합동 보도설명자료에서 "노동특례의 도입 여부나 구체적인 방식·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지 않고, 경영계의 애로와 노동계의 우려를 함께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부처별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메가특구법에 노동 관련 예외 조항들이 반드시 포함돼서 갔으면 하는 게 저희들 바람"이라고 말했다. 첨단산업 투자 유치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특례 조항을 법안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반드시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노사정 협의를 통한 해법 마련을 강조한 것이다. 김 장관은 그러나 "국가의 명운이 걸린 메가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지난 9월18일 차관급 사전준비회의 이후 실장급 실무협의체를 다섯 차례 열었다.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와 관계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과 노동조건 악화를 우려하는 반면, 산업계는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현행 제도 보완과 별도 특례 입법 가운데 어떤 방안을 택할지, 근로시간 유연화 범위와 건강권 보호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지다. 특례 조항의 법안 반영 필요성을 강조하는 산업부와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는 노동부가 접점을 찾고, 노사정이 이견을 좁혀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52시간 특례' 놓고 여당 혼선…초광역특구법 단일안 난항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6.10.27.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6.10.27. [email protected] /사진=김근수

이재명 대통령이 초광역특구 내 주 52시간 근로시간 특례와 관련해 기존 시행령 개정 검토를 주문한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기존 제도 개선으로 충분하다는 반론이 맞선다. 노동특례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초광역특구법 단일안 마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초광역특구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안을 다음달 초 본회의에서 확정할 방침이다. 특구 내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위한 노동특례를 담은 박상혁 의원 대표발의안과 이를 제외한 최기상 의원 대표발의안을 병행 심사하면서 노동계와 특례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시행령 개정 발언 이후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졌다는 점이다. 기존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개선만으로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특별법에 특례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입법을 통해 명문화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에도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활용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제도를 유연화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는 노동특례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대상 종합감사에서 "헌법 32조는 노동조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노동조건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는데 (초광역특구법은) 근로자와 서면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 포함됐다"며 "노동조건 법정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이라는 핵심 노동조건의 예외를 개별 근로자와 사용자의 서면 합의로 허용하는 방식이 헌법상 근로조건 보호 원칙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노동계 출신 인사들과의 이견 조율도 과제다.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발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박상혁 의원안과 최기상 의원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병행 심사를 앞두고도 당내 일각의 노동특례 반대 기류는 여전하다. 범진보 진영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진보당은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초광역특구법 발의 철회와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전날에는 양대 노총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특례 조항 폐지를 요구했다.

당내에서는 야당과의 협상에 앞서 노동계를 포함한 진영 내부 이견 조율부터 난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경우 기업들이 바라는 대로 첨단산업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를 도입하고 주 52시간제 예외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특위의 2개 법안 병행 심사 과정에서는 박상혁 의원안(52시간 특례 포함안)이 기본이 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계와 야권 모두와 동시에 협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처리 시점은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고 말했다.

"승인 간소화로는 부족"..근로시간 특례 법제화 목소리 커진 반도체업계

반도체 R&D 근로시간 제도 비교/그래픽=이지혜
반도체 R&D 근로시간 제도 비교/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잇따른 근로시간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반도체업계가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별도 특례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칩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와 특정 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특성상 현행 특별연장근로 제도만으로는 연구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특별연장근로의 사전 포괄승인 등 제도 개선을 주문했지만 업계는 현행 제도의 보완만으로는 연구개발 현장의 근로시간 운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R&D 분야의 특별연장근로 1회 인가기간을 기존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6개월 인가를 받으면 첫 3개월은 주당 최대 64시간, 이후 3개월은 최대 60시간 근무할 수 있다.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그대로다.

문제는 인가기간이 늘어나도 반도체 R&D 현장의 업무 집중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칩 설계·검증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원인 분석과 수정·재검증을 반복해야 하고 고객사의 갑작스러운 요구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 이력과 공정 조건을 파악한 담당자의 업무가 특정 시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앞서 반도체 기업들은 과거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과정에서도 연장근로를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실제 개발 상황에 따라 업무량이 급변하고 있지만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려면 그 필요성을 별도로 소명해야 한다. 인가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지더라도 신청 과정에서 연장근로가 필요한 배경과 개발 진행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은 남는다. 신청 과정에서 개발 단계나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경우 해당 정보가 외부에 알려져 경쟁사에 개발 동향을 추론할 단서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사전 포괄승인은 이같은 신청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승인 절차가 간소화되더라도 특별연장근로에 적용되는 근로시간 상한은 유지된다. 개발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검증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허용된 근로시간 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제약이 남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반도체 R&D 인력에 현행 특별연장근로와 다른 근로시간 적용 기준을 법률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인가기간과 심사 방식이 조정되는 현행 제도와 달리 법률에 적용 대상과 요건을 규정해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다만 법제화 논의는 더딘 상황이다. 반도체특별법에서 제외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초광역특구법을 통해 재추진되고 있지만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수차례 실무협의에도 여전히 의제 조율 단계에 머물러 있다. 노동계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점도 법제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분야는 집중력과 연속성이 중요한데 현행 근로시간 제한은 개발 막바지나 양산 직전 같은 결정적 시기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크다"며 "인가기간 확대나 승인 절차 간소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R&D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법적 특례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도현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김도현입니다.

이승주 기자

안녕하세요 이승주 기자입니다.

강영훈 기자

Kang Yeonghun

김사무엘 기자

안녕하십니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입니다.

정경훈 기자

안녕하세요. 정경훈 기자입니다.

김아영 기자

안녕하세요. 김아영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