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의 경제 갑론을박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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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정기 주총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주주 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거셌던 시기로 요약할 수 있다. 3차에 걸친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관련해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과 긴장감을 형성했다. 특히 반도체 실적 회복세에 따른 경영진의 책임 경영과 주주 환원 정책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으며, 향후 M&A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자동차는 분기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며 주주들을 달랬다. 하지만 여전히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같은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압박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이번 주총 시즌에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한국 자본시장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경영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주들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판단했는지, 특히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글로벌 연기금 등 공적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2025년 전 세계 M&A 시장은 2024년의 침체를 완전히 벗어나 '대형 딜(Mega-deal)' 중심의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M&A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하며 5조 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고, 이러한 흐름은 2026년에도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지속될 전망이다. 전 산업군(IT, 바이오, 에너지, 금융 등)에서 AI 역량 내재화를 위한 M&A가 필수 전략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M&A 시장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한국예탁결제원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상장법인 중 M&A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150개사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역동적인 거래 현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조연'은 단연 '진술 및 보장 보험(Warranty & Indemnity Insurance, W&I)'이다. M&A 성사에 가장 큰 걸림돌을 치우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M&A 활성화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M&A 계약에서 가장 방대하고도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는 조항을 꼽으라면 단연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R&W)'이다.
LS그룹은 미국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1월 말 전격 철회를 결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복상장'의 폐해를 지적한 직후다. 중복상장이란 주식시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업 가치가 이중으로 계산되는 문제를 야기하며, 시장 전체 규모가 실제보다 커 보이는 착시를 일으켜 모기업 주가 저평가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2조 원인 A 상장사가 지분 80%를 보유한 자회사 B를 1조 원 가치로 상장시키면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은 3조 원이 된다. 그러나 A사의 시총에는 이미 B사의 지분가치(8000억 원)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해당 금액만큼 기업 가치가 부풀려지는 것이다. 한국의 중복상장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나, 투자자들이 이를 심각한 구조적 결함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으나, 핵심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나간 뒤 상장하자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는 경험을 했다.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제안의 빈도와 강도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세다. 과거 소액주주들의 '배당 확대' 수준에 머물렀던 목소리는 이제 기업 지배구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교한 전략으로 진화했다. 특히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LG화학, 고려아연 등 주요 대기업을 향한 주주들의 공세는 단순한 경영 간섭을 넘어, 한국적 지배구조(K-Governance)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 제안이 지배주주를 포함한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만큼 정교해지고 강력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배당 좀 늘려달라"는 식의 막연한 요구가 많았다면, 이제는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대도 기관 투자자 수준의 재무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업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이나 효율성이 낮은 계열사 지분을 팔아서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한다. 자본 조달 비용보다 낮은 수익을 내는 사업부를 정확하게 지목하며 경영 효율성을 수치로 따지기도 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과 ROE(자기자본이익률)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2026년 3월 초 현재,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유례없는 '현대판 골드러시'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24년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내고 '전 세계 꼴찌에서 1등'이라는 기적적인 반등을 기록한 한국 증시는, 꿈에 그리던 5000을 넘어 이제 코스피 6300포인트를 넘기며, 다시 7000을 향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역사적인 수치들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부의 불평등'이라는 차가운 현실이 공존하며 시장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 증시가 고질적인 '박스피' 오명을 벗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력한 기업 실적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폭발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하드 캐리(Hard Carry)'하고 있다. 하드 캐리는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플레이어를 뜻한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200조 시대라는 전망과 함께 주가 22만 원대를 기록하고 '30만 전자'를 바라보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주가 110만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단행한 파격적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알파벳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통해 총 320억 달러(약 47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한 가운데, 특히 영국 시장에서 발행한 100년 만기 '센추리 본드(Century Bond)'는 기업 금융 역사에 남을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미국 달러화 채권 발행으로 200억 달러를 확보한 데 이어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 채권으로 110억~12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 달러뿐 아니라 파운드, 프랑화로도 조달한 것은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고 유럽 내 AI 인프라 자금을 현지 통화로 일치하려는 치밀한 통화 다변화 전략이 엿보인다. 알파벳의 이번 영국·스위스 시장 채권 발행은 모두 두 시장에서 단일기업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하여 블룸버그 통신은 "알파벳의 이번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 조달에 단지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참고로 현재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가장 긴 만기의 채권은 '50년 만기 국고채(국고 50년물)'이다.
최근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가히 '경영권 분쟁의 전성시대'다. 기업 뉴스에서 관련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 분쟁이 재벌가의 '진흙탕 싸움'이나 감정적 대립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고도로 설계된 자본의 논리와 주주 행동주의가 결합한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 '봉건적 지배'와 '자본의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은 현재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경영권 분쟁과 주주 행동주의가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다. 단순히 체감상 그런 것이 아니라, 글로벌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지배구조 연구소인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Diligent Market Intelligenc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주 행동주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순위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워낙 자본시장이 크고 행동주의 펀드의 본고장이라 압도적 1위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한국보다 먼저 시작되어 현재 분쟁이 정점을 찍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이후 분쟁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유럽 국가(영국, 독일 등)를 제치고 아시아의 '분쟁 핫스팟'으로 부상했다.
2026년 2월 현재, 트럼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포함한 다자 무역 체제에서 사실상 이탈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다자주의 무역 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8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 그리어 대표는 WTO 체제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고,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다. 동시에 WTO 기반의 다자간 자유무역 대신,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반영한 새로운 무역 질서인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를 제시했다.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달에는 66개 국제기구(유엔 산하 31개, 비유엔 35개)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월 말에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유럽연합(EU)과 인도는 20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FTA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모두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관계 강화에 나선 결과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시가총액 5000만 달러 이상 기준)는 총 202개사이다. 전년(150건) 대비 약 35% 증가한 수치다. 그중 테크 기업은 70개 정도로 전체의 33%를 차지하며 시장 회복을 견인했다. 작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으로 입성한 스타트업은 35개 회사다. 파두 사태 이후 강화된 기술 심사 및 실적 전망 검증 등으로 인해 2024년 42개 대비 다소 감소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21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반도체 9개, AI 8개, 방산·우주항공 4개 순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제외하면 84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기술특례로 상장한 비율은 전체의 42%를 차지하여 여전히 코스닥 시장의 핵심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IPO 숫자는 '성공적인 엑싯(Exit)'이 얼마나 좁은 문인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창업을 의미하는 신규 '비즈니스 신청(Business Applications)'은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연간 약 500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부의 시계가 유례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혁명 시기에도 거부(巨富)는 탄생했지만, 지금의 AI 열풍이 만들어내는 '부의 가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2022년 ChatGPT 출시 이후 불과 3년 만에, 20대와 30대의 젊은 창업자들이 수십 년의 업력을 가진 거물들을 제치고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부의 지형도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급격히 재편된 적은 없었다. 2026년 1월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억만장자(Billionaire, 순자산이나 보유 주식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개인)가 되기까지는 약 1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페이팔의 모태가 된 1999년 엑스닷컴(X. com) 창업부터 페이팔 매각, 스페이스X 창업, 테슬라 상장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친 2012년에서야 그는 비로소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AI 시대의 창업자들은 이 과정을 극적으로 단축했다. OpenAI 전 CTO 미라 무라티(37)는 작년 2월 '싱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 TML)'을 설립하여 아무런 비즈니스모델도 없는 상태에서도 단 4개월 만에 안드리슨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14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2026년 1월 22일,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 AI 기본법 시행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유럽연합(EU)이 한국보다 앞서 법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올해 8월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그래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 산업에 대한 제도적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시작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이는 AI 기술의 속도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다는 위기감과 동시에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국가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우리나라의 AI 기본법과 EU AI법(AI Act)는 모두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공유하지만, 한국의 AI 기본법은 기업이 AI를 잘 만들고 안전하게 쓰도록 돕는 '가이드라인형 지원법'에 가깝고, EU AI Act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긋고 어기면 막대한 책임을 묻는 '강력한 규제법'이라 볼 수 있다. AI 기본법의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다. 주요 핵심 내용은 '고영향 AI(High-Impact AI)' 규제, 생성형 AI의 '워터마크 의무화', AI 산업 '진흥과 안전'의 조화다.
매년 가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애플 이벤트(Apple event)' 무대에 서는 팀 쿡 CEO의 손목에는 언제나 애플워치가 채워져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그의 발끝일지도 모른다. 그는 종종 아이패드로 특별 디자인된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고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패션 취향을 넘어선 고도의 전략적 행보다. 팀 쿡은 2005년부터 20년째 나이키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선임 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이자 보상위원회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시가총액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의 수장이 왜 귀한 시간을 쪼개 나이키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일까. 한국적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급망 관리의 달인'으로 알려진 쿡의 전문 지식을 나이키에 전수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두 거대 기업의 생태계를 통합하려는 거대한 전략이 숨어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헬스케어와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고, 나이키는 단순한 신발 회사에서 피트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