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의 경제 갑론을박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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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오하이오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대 2500억 달러(약 368조 원) 규모의 '신용보강(Credit Enhancement)' 제공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비상장사이자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오픈AI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자, 주요 공급업체인 엔비디아가 직접 보증인으로 나선 것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전 세계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필수 공급자로 자리 잡았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매 분기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우선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월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에는 미묘하지만 짙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 혹은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판매자 금융)'에 대한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기류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이 계좌에 직접 입금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 일정 기간 매도가 금지되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자사주 중심의 주식 보상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거론되는 자사주 보상안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주식을 먼저 받되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제한조건부주식(RSA)', 약속된 기간 재직 후 주식을 받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경영 목표 달성도에 따라 지급량이 달라지는 '성과조건부주식(PSU)'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도 모두 세부 구조에 따라 주식이 묶이는 시점과 현금화 조건이 달라진다. 사측은 이를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장기 책임경영을 구현하고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한 선진 보상제도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금이 필요해도 쓸 수 없고 변동성이 큰 주식을 강요한다는 임직원의 비판과 소액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동시에 분출하며 심각한 이해관계 충돌을 빚고 있다.
지난 7월 1일, 국민연금이 반년 가까이 미뤄뒀던 국내주식 리밸런싱(Rebalancing)을 재개했다. 리밸런싱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미리 정해 놓은 기준으로 돌려놓는 '원상 복원 과정'으로, 특정 자산 비중이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는 즉시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금년 상반기 국내 주가가 폭등하며 국내 주식 비중이 급증한 상황이라, 시장은 수십조 원대 '매도 폭탄'을 각오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날 순매도는 2178억 원, 일주일 누적으로도 4665억 원 수준에 그쳤다. 우려했던 '고래의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산운용 규모(AUM) 기준으로 일본,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위인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래의 딜레마(The Whale's Dilemma)'다. 고래는 몸집이 너무 커서 가만히 있어도, 움직여도 주변에 파도를 만든다.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팔면 대형주가 흔들리고, 팔지 않으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느 쪽을 택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 구조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과 스스로 더 깊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복합적인 결과다.
지난주부터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했다. 사실상 폐업 직전의 극단적 위기에 몰렸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수행 불가를 이유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전국 140여 개 점포로 대형마트 업계 2위를 지키던 회사가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파산 문턱에 섰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TESCO)'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2014년 테스코 본사는 대규모 분식회계 스캔들과 경영 악화가 겹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10조 원의 적자를 냈고, 신용등급은 정크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금이 절실했던 테스코는 해외 알짜 자산이던 홈플러스를 매물로 내놨다. 매각 직전 매출 8조 5682억 원, 영업이익 7000억~8000억 원에 달할 만큼 현금창출력이 압도적이었고, 핵심 상권 매장의 부동산 가치만도 수조 원에 이르러 여러 사모펀드가 군침을 흘렸다. 2015년 최종 입찰에서 MBK파트너스는 7조 2000억 원을 써내 국내 M&A 사상 최대 금액으로 홈플러스를 낙찰받았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주주 권익 제고, 이른바 밸류업이다. 그 한복판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제도가 '소수주주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이다. 물적분할이나 계열사 간 합병처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이 우려되는 구조개편에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완전히 제외하고, 오직 소수주주들만의 다수결로 안건 통과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다. 상장사의 쪼개기 상장이나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일반주주들에게는 벼랑 끝에서 등판한 구원 투수처럼 보인다. 실제로 국회와 시민단체, 특히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법제화 요구가 거세다. 일각에서 MoM이 대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지만, 제도의 본질은 '이해상충이 있는 지배주주'의 의결권만을 제한하는 핀셋 규제라는 점에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우려를 쏟아낸다. 선한 의도로 포장된 이 제도가 치밀한 안전장치 없이 의무화될 경우, 자칫 기업의 영속성을 해치고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9000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근로자들을 씁쓸하게 한다. "남들이 주식이나 코인으로 '억 소리 나게' 벌 때, 나는 새벽부터 밤까지 기름때 묻혀가며 일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벼락거지'라는 낙인과 지독한 자괴감뿐이다. "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을 소리 없이 잠식하고 있는 '코스피 블루(KOSPI Blue)'의 민낯이다. 증시가 유례없는 대호황을 누리는 사이, 돈이 돈을 낳는 속도가 땀 흘려 버는 근로소득의 속도를 아득히 앞지르면서 성실함은 미덕이 아니라 '능력 부족'의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자산 투자의 상승 속도를 근로소득이 따라잡지 못하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바로 '코스피 블루'다. "나만 빼고 모두 부자가 되고 있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우울증으로 번지는 것이 특징이며, 2021년 코스피 3000 돌파 때도 비슷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수가 9000선을 찍은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현상으로 완전히 정착됐다.
배달비 3000원을 아끼려고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 당근마켓에서 몇 천 원을 더 깎아보겠다고 밤늦게까지 채팅창을 붙들고 있는 사람, 편의점에서 1+1 상품만 찾는 사람. 이렇게 현대인의 일상은 '가성비'와 '치밀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식 거래를 위해 MTS(Mobile Trading System) 앱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보유 종목이 한 달 사이 30%나 빠져도 별다른 동요 없이 "좀 더 기다려보자"며 덤덤하다. 천 원짜리 흥정에는 그토록 집요했던 사람이, 수백만 원의 평가손실 앞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태연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강해서 손실 앞에서 격렬하게 반응하거나 서둘러 손절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백만 원이 깨져도 허탈하게 웃어넘기거나, 아예 앱을 지우고 계좌를 방치하는 모습이 훨씬 흔하다. 그러나 이 '무덤덤한 방치'야말로 손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뇌가 선택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손실회피의 증거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000선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증권사들은 코스피 적정가를 4000~5000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수치를 달성할 거라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고, 단지 희망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수가 그 전망치를 가뿐히 넘어서자, 보고서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는 듯 새로운 목표지수를 쏟아내고 있다. 그 사이 유튜브에는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는 단언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댓글창에는 그 한마디에 의지해 계좌를 열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후기가 줄을 잇는다. 누군가가 권위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말이 진실처럼 통용되는 풍경, 이것이 지금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위험하게 퍼지고 있는 현상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추론을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Appeal to Authority)'라 부른다. 어떤 주장을 옹호하는 이유가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심리적 편향이다.
6월 12일, 나스닥 시장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있었다. 주인공은 기업 가치 1조 7700억 달러(약 2400조 원)의 스페이스X(SpaceX)다. 상장 전부터 공모 규모(750억 달러)의 3~4배에 달하는 2500억 달러 이상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흥행을 예고했던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부터 강세를 보였다. 공모가(135달러)보다 약 11% 높은 150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19. 2% 상승한 160. 95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기업가치는 2조 1100억 달러(약 2900조 원)다.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엔비디아,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TSMC에 이어 7위에 오르며, 글로벌 빅테크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거대 공룡이 된 것이다. 참고로 머스크의 또 다른 플래그십인 테슬라는 10위다. 사실 머스크는 오랫동안 스페이스X를 비상장으로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논리는 명확했다. '분기 실적 압박이 존재하면 스타십처럼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를 밀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가 '도그 휘슬(Dog Whistle)' 논란에 휩싸이며 신세계 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놓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평범한 음료 프로모션이었지만, 일부 집단에서는 이벤트에 사용된 단어·날짜·이미지의 조합이 '5·18 민주화운동 비하·조롱'의 의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불매운동과 회장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됐고, 외신들도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러나 극우 성향 인물들은 오히려 '멸공커피' 태그를 달며 매장 방문 인증샷을 올렸고, 결국 한 기업의 마케팅 이슈가 정치·사회적 대격돌로 비화됐다. 도그 휘슬은 사람들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초고주파 호루라기로,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갈턴(Francis Galton)'이 인간과 동물의 '청각 한계'를 측정하기 위해 발명했다. 복잡한 공원에서도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로 자신의 개만 조용히 불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정치권에서 특정 지지층을 자극하는 '암호 코드'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의 이례적 랠리에 힘입어 올해 1월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10위에 진입했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출범 이후 70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 쾌거다. 지난달엔 독일, 대만, 영국, 캐나다 등을 제치고 6위까지 올라섰다.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인도가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규모가 곧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가총액 세계 6위라는 외형 뒤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가 숨어 있다. 지주회사가 있고, 그 아래 중간지주회사가 있으며, 다시 그 아래 사업 자회사가 층층이 상장돼 있는 것이다. 중간지주회사라는 제도는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정교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구조물이다.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소수주주의 이익을 갉아먹는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중간지주회사의 핵심은 레버리지(Leverage)다.
지난 5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한 AI 스타트업 주가가 공모가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매수 주문이 너무 많이 쏟아져 거래소 시스템이 잠깐 멈췄다. 그 주인공은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칩에서 작동한다(The world's fastest AI runs on the world's biggest chip)'는 슬로건을 내세운 세레브라스는 앤드류 펠드먼(Andrew Feldman)이 2016년 창업했다. 펠드먼은 스탠퍼드 MBA 출신으로, 2007년 에너지 효율 마이크로서버 기업 SeaMicro를 창업해 AMD에 매각한 후 직원들과 또다시 새로운 회사를 시작한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 "컴퓨터 역사 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에 이름을 남길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세레브라스의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