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의 경제 갑론을박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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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29일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하며 쿠팡의 '동일인(同一人)'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개인으로 변경했다. 언뜻 행정 분류상의 기술적 변경처럼 보이지만, 이 결정은 한국 경제규제의 오랜 철학적 논쟁과 글로벌 자본시장의 충돌, 그리고 한미 통상관계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한꺼번에 건드리는 사건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김준기 DB그룹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 동일인 세 명을 계열사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사실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우리가 흔히 '총수'라 부르는 그 존재다. 1987년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탄생한 이 제도는, 재벌 오너가 지분 구조와 관계없이 계열사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한국적 현실에 맞춰 설계되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 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나누어 지정한다.
1811년 로빈 후드의 전설로 유명한 영국의 노팅엄셔(Nottinghamshire) 지역에서 밤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망치를 들고 공장으로 몰려가 기계를 부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스스로를 '러다이트(Luddite)'라 불렀다. 기계가 숙련된 장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분노에서 비롯된 이 운동은, 결국 군대에 의해 진압되었다. 사실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은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이었지만, 역사는 러다이트를 '진보에 맞선 어리석은 저항'으로 기록했다. 2024년 봄, 샌프란시스코의 한 도로에서 시위대가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를 가로막았다. 그들의 손에는 "Robotaxis steal our jobs!"(로봇 택시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지난 4월에는 OpenAI의 CEO 샘 알트먼의 집에 20세 청년이 화염병을 던졌다. 용의자는 곧 체포되었는데, AI 기술에 반대하고 테크 기업 CEO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반(反) AI 선언문'을 소지하고 있었다.
금년 초, 월가(Wall Street)에 새로운 공포가 덮쳤다. 단 몇 주 만에 글로벌 SaaS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 35% 급락한 것이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란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한 번에 큰 비용을 내고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달 또는 매년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형 모델(Subscription)이 일반적이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워크데이(Workday), 서비스나우(ServiceNow) 같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매도 폭탄을 맞았다. 시장의 공포에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이름도 만들어졌다. SaaS와 Apocalypse(종말)의 합성어다. 사스포칼립스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앤트로픽(Anthropic)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공개하고, OpenAI의 에이전트 기능이 고도화된 금년 1월부터다.
우리는 지금 '파편화의 함정(Fragmentation Trap)'에 빠진 시대를 살고 있다. 파편화의 함정은 주로 경제학, 경영학, 그리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언급되는 개념으로, 국가나 기업이 처음에는 '전문성'이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산된 구조를 택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전체적인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업은 당장의 분기 실적에 매몰되어 장기적 성장 동력을 놓치고, 정부 부처는 각자의 예산과 규제라는 칸막이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결국 비용은 늘고 의도했던 시너지는 사라진다. 그러나 경기 침체, 고용 위기, 연금 고갈,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수많은 난제들은 결코 한 조각의 퍼즐만으로 풀 수 없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국가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해법으로 '홀리스틱 거버넌스(Holistic Governance)'가 부상하고 있다. 홀리스틱 거버넌스는 부분적·형식적인 요소보다는, 전체적·통합적 관점에서 조직이나 시스템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2025년부터 금년까지 이어진 3차례 상법 개정은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주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집중투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 요건 완화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규제가 대폭 강화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충돌 상황에서 이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하며, 기업 경영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상법 개정 이후 처음 맞이한 금년 주총에서는, 과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단일 이슈 중심의 제안이 주를 이루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보다 구조적인 개선 요구가 급증했다.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서, 경영진이 과거처럼 "미래 성장을 위한 결정"이라는 추상적인 논리만으로는 주주를 설득하기 어려워졌다.
지난주 뉴욕타임스(NYT)는 AI를 활용하여 창업 2년 만에 연 매출 18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올리는 1인 기업 '메드비(Medvi)'를 소개했다. 창업자인 매튜 갤러거는 LA 자신의 집에 회사를 차리고 단지 2만 달러를 써서 원격 의약품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메드비는 매출액 급증과 더불어 16. 2%라는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복제한 AI를 만들어 업무에 활용함으로써 업무 시간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수많은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이 쏟아졌으나 투자는 전혀 받지 않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 공식은 명확했다.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해 수백 명의 개발자와 영업 인력을 채용하고, '번 레이트(Burn Rate, 자금 소진율)'를 감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린 AI 네이티브(Lean AI Native)' 기업이다. 아주 적은 수의 직원으로도 1조 원대 매출을 내는 '초생산성' 기업이다.
2026년 정기 주총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주주 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거셌던 시기로 요약할 수 있다. 3차에 걸친 상법 개정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관련해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과 긴장감을 형성했다. 특히 반도체 실적 회복세에 따른 경영진의 책임 경영과 주주 환원 정책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으며, 향후 M&A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자동차는 분기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며 주주들을 달랬다. 하지만 여전히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같은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압박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이번 주총 시즌에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한국 자본시장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경영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주들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판단했는지, 특히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글로벌 연기금 등 공적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2025년 전 세계 M&A 시장은 2024년의 침체를 완전히 벗어나 '대형 딜(Mega-deal)' 중심의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M&A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하며 5조 달러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고, 이러한 흐름은 2026년에도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지속될 전망이다. 전 산업군(IT, 바이오, 에너지, 금융 등)에서 AI 역량 내재화를 위한 M&A가 필수 전략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내 M&A 시장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한국예탁결제원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상장법인 중 M&A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150개사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역동적인 거래 현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조연'은 단연 '진술 및 보장 보험(Warranty & Indemnity Insurance, W&I)'이다. M&A 성사에 가장 큰 걸림돌을 치우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M&A 활성화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M&A 계약에서 가장 방대하고도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는 조항을 꼽으라면 단연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R&W)'이다.
LS그룹은 미국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의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1월 말 전격 철회를 결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복상장'의 폐해를 지적한 직후다. 중복상장이란 주식시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업 가치가 이중으로 계산되는 문제를 야기하며, 시장 전체 규모가 실제보다 커 보이는 착시를 일으켜 모기업 주가 저평가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2조 원인 A 상장사가 지분 80%를 보유한 자회사 B를 1조 원 가치로 상장시키면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은 3조 원이 된다. 그러나 A사의 시총에는 이미 B사의 지분가치(8000억 원)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해당 금액만큼 기업 가치가 부풀려지는 것이다. 한국의 중복상장 문제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으나, 투자자들이 이를 심각한 구조적 결함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으나, 핵심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나간 뒤 상장하자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는 경험을 했다.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제안의 빈도와 강도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세다. 과거 소액주주들의 '배당 확대' 수준에 머물렀던 목소리는 이제 기업 지배구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교한 전략으로 진화했다. 특히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LG화학, 고려아연 등 주요 대기업을 향한 주주들의 공세는 단순한 경영 간섭을 넘어, 한국적 지배구조(K-Governance)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 제안이 지배주주를 포함한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만큼 정교해지고 강력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배당 좀 늘려달라"는 식의 막연한 요구가 많았다면, 이제는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대도 기관 투자자 수준의 재무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업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이나 효율성이 낮은 계열사 지분을 팔아서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한다. 자본 조달 비용보다 낮은 수익을 내는 사업부를 정확하게 지목하며 경영 효율성을 수치로 따지기도 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과 ROE(자기자본이익률)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2026년 3월 초 현재,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유례없는 '현대판 골드러시'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24년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내고 '전 세계 꼴찌에서 1등'이라는 기적적인 반등을 기록한 한국 증시는, 꿈에 그리던 5000을 넘어 이제 코스피 6300포인트를 넘기며, 다시 7000을 향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역사적인 수치들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부의 불평등'이라는 차가운 현실이 공존하며 시장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 증시가 고질적인 '박스피' 오명을 벗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력한 기업 실적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폭발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하드 캐리(Hard Carry)'하고 있다. 하드 캐리는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플레이어를 뜻한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200조 시대라는 전망과 함께 주가 22만 원대를 기록하고 '30만 전자'를 바라보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주가 110만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단행한 파격적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알파벳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통해 총 320억 달러(약 47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한 가운데, 특히 영국 시장에서 발행한 100년 만기 '센추리 본드(Century Bond)'는 기업 금융 역사에 남을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미국 달러화 채권 발행으로 200억 달러를 확보한 데 이어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 채권으로 110억~12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 달러뿐 아니라 파운드, 프랑화로도 조달한 것은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고 유럽 내 AI 인프라 자금을 현지 통화로 일치하려는 치밀한 통화 다변화 전략이 엿보인다. 알파벳의 이번 영국·스위스 시장 채권 발행은 모두 두 시장에서 단일기업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하여 블룸버그 통신은 "알파벳의 이번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 조달에 단지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참고로 현재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가장 긴 만기의 채권은 '50년 만기 국고채(국고 50년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