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의 경제 갑론을박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총 127 건
배달비 3000원을 아끼려고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는 사람, 당근마켓에서 몇 천 원을 더 깎아보겠다고 밤늦게까지 채팅창을 붙들고 있는 사람, 편의점에서 1+1 상품만 찾는 사람. 이렇게 현대인의 일상은 '가성비'와 '치밀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식 거래를 위해 MTS(Mobile Trading System) 앱을 여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보유 종목이 한 달 사이 30%나 빠져도 별다른 동요 없이 "좀 더 기다려보자"며 덤덤하다. 천 원짜리 흥정에는 그토록 집요했던 사람이, 수백만 원의 평가손실 앞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태연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강해서 손실 앞에서 격렬하게 반응하거나 서둘러 손절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백만 원이 깨져도 허탈하게 웃어넘기거나, 아예 앱을 지우고 계좌를 방치하는 모습이 훨씬 흔하다. 그러나 이 '무덤덤한 방치'야말로 손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뇌가 선택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손실회피의 증거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000선을 넘나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증권사들은 코스피 적정가를 4000~5000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수치를 달성할 거라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고, 단지 희망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수가 그 전망치를 가뿐히 넘어서자, 보고서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는 듯 새로운 목표지수를 쏟아내고 있다. 그 사이 유튜브에는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는 단언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댓글창에는 그 한마디에 의지해 계좌를 열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후기가 줄을 잇는다. 누군가가 권위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말이 진실처럼 통용되는 풍경, 이것이 지금 한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위험하게 퍼지고 있는 현상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추론을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Appeal to Authority)'라 부른다. 어떤 주장을 옹호하는 이유가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옳다고 믿는 심리적 편향이다.
6월 12일, 나스닥 시장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있었다. 주인공은 기업 가치 1조 7700억 달러(약 2400조 원)의 스페이스X(SpaceX)다. 상장 전부터 공모 규모(750억 달러)의 3~4배에 달하는 2500억 달러 이상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흥행을 예고했던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부터 강세를 보였다. 공모가(135달러)보다 약 11% 높은 150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19. 2% 상승한 160. 95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기업가치는 2조 1100억 달러(약 2900조 원)다.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엔비디아,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TSMC에 이어 7위에 오르며, 글로벌 빅테크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거대 공룡이 된 것이다. 참고로 머스크의 또 다른 플래그십인 테슬라는 10위다. 사실 머스크는 오랫동안 스페이스X를 비상장으로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논리는 명확했다. '분기 실적 압박이 존재하면 스타십처럼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를 밀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가 '도그 휘슬(Dog Whistle)' 논란에 휩싸이며 신세계 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놓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평범한 음료 프로모션이었지만, 일부 집단에서는 이벤트에 사용된 단어·날짜·이미지의 조합이 '5·18 민주화운동 비하·조롱'의 의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불매운동과 회장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됐고, 외신들도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그러나 극우 성향 인물들은 오히려 '멸공커피' 태그를 달며 매장 방문 인증샷을 올렸고, 결국 한 기업의 마케팅 이슈가 정치·사회적 대격돌로 비화됐다. 도그 휘슬은 사람들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초고주파 호루라기로, 19세기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갈턴(Francis Galton)'이 인간과 동물의 '청각 한계'를 측정하기 위해 발명했다. 복잡한 공원에서도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로 자신의 개만 조용히 불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정치권에서 특정 지지층을 자극하는 '암호 코드'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의 이례적 랠리에 힘입어 올해 1월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10위에 진입했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출범 이후 70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 쾌거다. 지난달엔 독일, 대만, 영국, 캐나다 등을 제치고 6위까지 올라섰다.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인도가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규모가 곧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가총액 세계 6위라는 외형 뒤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가 숨어 있다. 지주회사가 있고, 그 아래 중간지주회사가 있으며, 다시 그 아래 사업 자회사가 층층이 상장돼 있는 것이다. 중간지주회사라는 제도는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정교하게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구조물이다.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소수주주의 이익을 갉아먹는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중간지주회사의 핵심은 레버리지(Leverage)다.
지난 5월 14일 나스닥에 상장한 AI 스타트업 주가가 공모가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매수 주문이 너무 많이 쏟아져 거래소 시스템이 잠깐 멈췄다. 그 주인공은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칩에서 작동한다(The world's fastest AI runs on the world's biggest chip)'는 슬로건을 내세운 세레브라스는 앤드류 펠드먼(Andrew Feldman)이 2016년 창업했다. 펠드먼은 스탠퍼드 MBA 출신으로, 2007년 에너지 효율 마이크로서버 기업 SeaMicro를 창업해 AMD에 매각한 후 직원들과 또다시 새로운 회사를 시작한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다. 돈이 목표가 아니라, "컴퓨터 역사 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에 이름을 남길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세레브라스의 출발이었다.
지난 5월 6일, 한국 증시는 역사를 새로 썼다.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6. 45% 폭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넘어 7384. 56에 마감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4. 41% 급등했고, SK하이닉스는 10. 64% 올랐다. 모든 방송과 포털의 헤드라인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던 그날,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는 자책과 분노로 들끓었다. '지난달에 불안해서 삼성전자를 팔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나만 소외된 것 같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정세 불안 등으로 시장이 흔들리던 시기에 삼성전자(8조 원 상당)와 SK하이닉스(3조 원 상당)를 대량 매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깊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지수는 사상 최고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 이것이 지금 시장의 자화상이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소득이 줄거나 생활 수준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주변 사람들의 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는 공포를 표현한 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29일 '2026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하며 쿠팡의 '동일인(同一人)'을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개인으로 변경했다. 언뜻 행정 분류상의 기술적 변경처럼 보이지만, 이 결정은 한국 경제규제의 오랜 철학적 논쟁과 글로벌 자본시장의 충돌, 그리고 한미 통상관계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한꺼번에 건드리는 사건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김준기 DB그룹 회장,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 동일인 세 명을 계열사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동일인은 공정거래법상 '사실상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우리가 흔히 '총수'라 부르는 그 존재다. 1987년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되면서 탄생한 이 제도는, 재벌 오너가 지분 구조와 관계없이 계열사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한국적 현실에 맞춰 설계되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 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나누어 지정한다.
1811년 로빈 후드의 전설로 유명한 영국의 노팅엄셔(Nottinghamshire) 지역에서 밤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망치를 들고 공장으로 몰려가 기계를 부수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스스로를 '러다이트(Luddite)'라 불렀다. 기계가 숙련된 장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분노에서 비롯된 이 운동은, 결국 군대에 의해 진압되었다. 사실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은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이었지만, 역사는 러다이트를 '진보에 맞선 어리석은 저항'으로 기록했다. 2024년 봄, 샌프란시스코의 한 도로에서 시위대가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를 가로막았다. 그들의 손에는 "Robotaxis steal our jobs!"(로봇 택시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지난 4월에는 OpenAI의 CEO 샘 알트먼의 집에 20세 청년이 화염병을 던졌다. 용의자는 곧 체포되었는데, AI 기술에 반대하고 테크 기업 CEO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반(反) AI 선언문'을 소지하고 있었다.
금년 초, 월가(Wall Street)에 새로운 공포가 덮쳤다. 단 몇 주 만에 글로벌 SaaS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 35% 급락한 것이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란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이다. 한 번에 큰 비용을 내고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달 또는 매년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형 모델(Subscription)이 일반적이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워크데이(Workday), 서비스나우(ServiceNow) 같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매도 폭탄을 맞았다. 시장의 공포에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이름도 만들어졌다. SaaS와 Apocalypse(종말)의 합성어다. 사스포칼립스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앤트로픽(Anthropic)이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를 공개하고, OpenAI의 에이전트 기능이 고도화된 금년 1월부터다.
우리는 지금 '파편화의 함정(Fragmentation Trap)'에 빠진 시대를 살고 있다. 파편화의 함정은 주로 경제학, 경영학, 그리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언급되는 개념으로, 국가나 기업이 처음에는 '전문성'이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산된 구조를 택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전체적인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업은 당장의 분기 실적에 매몰되어 장기적 성장 동력을 놓치고, 정부 부처는 각자의 예산과 규제라는 칸막이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결국 비용은 늘고 의도했던 시너지는 사라진다. 그러나 경기 침체, 고용 위기, 연금 고갈,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수많은 난제들은 결코 한 조각의 퍼즐만으로 풀 수 없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국가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해법으로 '홀리스틱 거버넌스(Holistic Governance)'가 부상하고 있다. 홀리스틱 거버넌스는 부분적·형식적인 요소보다는, 전체적·통합적 관점에서 조직이나 시스템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2025년부터 금년까지 이어진 3차례 상법 개정은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주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집중투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 요건 완화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규제가 대폭 강화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충돌 상황에서 이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하며, 기업 경영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상법 개정 이후 처음 맞이한 금년 주총에서는, 과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단일 이슈 중심의 제안이 주를 이루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보다 구조적인 개선 요구가 급증했다. 이사의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서, 경영진이 과거처럼 "미래 성장을 위한 결정"이라는 추상적인 논리만으로는 주주를 설득하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