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의 경제 갑론을박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경제 상황이나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상 갑론을박하며 서로 엇갈리게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 일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되거나 잘 모르는 영역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제 갑론을박은 경영, 경제에 관한 주요 이슈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팩트에 기반하여 알기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경제 상식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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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글로벌 스포츠용품 시장의 절대적 지배자로 군림해 온 나이키가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2021년 11월 약 2800억 달러에 달했던 나이키의 시가총액은 80% 이상 폭락하며 최근에는 530억 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급기야 이번 달에는 18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미국 대형 우량주 지수 S&P 100에서 제외됐다. 세계 최대 스포츠 제국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964년 육상 선수 출신 필 나이트와 오리건대 육상 코치 빌 바우어만이 일본 오니쓰카 타이거의 러닝화를 수입·판매하던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로 출발한 나이키는 1971년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뒤 단순 신발 유통업체에서 혁신적인 스포츠용품 기업으로 진화했다.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과 'Just Do It' 슬로건으로 나이키는 제품이 아니라 도전과 자기극복이라는 열망을 파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선수 후원, 파괴적 기술 혁신, 글로벌 유통망을 결합한 거대한 브랜드 경제를 구축했기에, 이번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M&A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달 초 이른바 '한국형 베어허그(Bear Hug)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베어허그는 인수자가 대상 기업에 매력적인 인수 조건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이사회가 이를 검토하고 입장을 밝히도록 압박하는 M&A 전략이다. 큰 곰이 상대를 꼼짝 못 하게 꽉 껴안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말이다. 베어허그의 본질은 인수 제안의 수락을 강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로 하여금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설명책임(accountability)을 부여하는 데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나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확인했듯, 적대적 공개매수 상황에서 이사회가 주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입장을 밝히도록 하는 절차의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베어허그의 입법 배경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낮은 기업가치 문제가 있다. 개정안의 제안이유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약 69%가 PBR 1배 미만으로 미국 20%, 일본 36%에 비해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등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시장의 관심은 호실적보다 핵심 자회사인 솔리다임(Solidigm)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솔리다임을 미국 나스닥에 별도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4중 중복상장' 논란이 거세기 때문이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SK㈜, SK스퀘어,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수직적 상장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AI 사업을 위해 기존 솔리다임의 사명을 AI컴퍼니로 변경하고, 기존 NAND·eSSD 사업을 신설된 자회사인 솔리다임으로 이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만약 신설 솔리다임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SK㈜ → SK스퀘어 → SK하이닉스 → AI컴퍼니 → 솔리다임이라는 5단계 피라미드 구조 속에 무려 4개의 상장사가 존재하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Pre-IPO 규모와 나스닥 상장의 구체적인 일정까지 거론되고, 미국 현지 운용사들은 솔리다임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록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이 가시화되는 분위기지만, SK하이닉스는 "검토 중이며 확정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 27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ChangXin Memory Technologies)가 상하이증권거래소 산하 과창판(科?板·중국판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무려 4. 7배나 폭등하며 단숨에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2026년 아시아 증시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으며, 그 여파로 코스피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까지 출렁였다. 8월 말 공개한 상장 후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급증했고, 대규모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반도체 굴기를 향한 중국 정부의 자금과 정책이 총동원된 CXMT는 2016년 지방정부인 허페이시가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9월 초 현재 시가총액은 800조 원에 육박하며 중국 본토 1위를 지키고 있다. CXMT는 빠른 생산능력 확대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자급자족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7%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9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고 주당 66만 원에서 시작해 83만 원까지 매수가를 올리는 적대적 공개매수를 전격 감행하면서, 대한민국 산업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74년 동업 신화는 파국을 맞이했다. 수조 원대의 자본이 난무하는 적대적 M&A가 시작되자 자본시장의 관심은 오직 하나의 숫자, 즉 양측이 확보한 총지분율로 몰렸다. MBK·영풍 연합이 약 41. 1%의 지분을 끌어모으며 약 37. 9%를 확보한 최윤범 회장 측을 수치상으로 앞서 나가자 경영권을 집어삼키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실제로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대항 공개매수를 감행하고 2. 5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철회하는 등 사력을 다해 수조 원대의 '쩐의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결과는 시장의 예상을 깼다. 그간의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측이 추진한 이사회 장악 시도는 무산되었으며, 경영권 방어 표 대결에서 최 회장 측이 연이어 승리했다. 숫자의 우위가 곧 경영권 장악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판단은 지배구조 규제의 틈새에 숨어 있던 특수한 금융공학 메커니즘 앞에서 산산조각 난 것이다.
대한민국 IT 산업의 상징이자 '국민 앱'으로 자리 잡았던 카카오가 다시 한번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지난 21일 카카오 이사회는 기존 카카오를 존속법인 카카오X와 신설법인 카카오AI라는 두 개의 상장법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공식 의결했다. 카카오톡과 AI 사업은 카카오AI로, 테크핀(TechFin)·모빌리티·콘텐츠 등 기존 자회사와 투자 지분 관리는 카카오X로 넘어간다. 회사는 치열해진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며,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해 기존 주주에게 두 법인의 신주를 모두 배정하는 주주친화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이 내놓은 첫 대답은 정반대였다. 발표 직후 주가는 장중 13%대까지 급락하며 미국·이란 전쟁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종가도 7%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카카오가 그간 반복해 온 '문어발 상장'의 학습효과가 이번에도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여전히 17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둔 상황에서, 카카오X가 투자 회사 역할을 맡는 인적분할이 결국 지주사를 설립해 또 한 번의 확장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디지털 화면은 언어와 영상,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매 순간 격렬하게 부딪히는 거대한 격전지다.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부터 밤사이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채운 헤드라인들, 유튜브와 틱톡의 추천 알림, 각종 소셜 미디어 타임라인은 '속보, 충격, 결국, 밝혀진 전말, 말잇못' 같은 극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들로 오색찬란하게 도배되어 있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씩 이 강렬한 시각적·언어적 자극에 시선을 빼앗기고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터치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자극적인 제목과 맥락을 왜곡한 썸네일(Thumbnail)을 활용하여 대중의 호기심, 불안, 분노, 공포를 자극하고 클릭을 유도하는 이른바 '클릭베이트(Clickbait, 낚시성 콘텐츠)'는 이제 인터넷상의 가벼운 상술이나 일탈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대중의 심리적·감정적 에너지를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적 질병이자, 미디어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침묵의 폭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오하이오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대 2500억 달러(약 368조 원) 규모의 '신용보강(Credit Enhancement)' 제공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비상장사이자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오픈AI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자, 주요 공급업체인 엔비디아가 직접 보증인으로 나선 것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전 세계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필수 공급자로 자리 잡았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매 분기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우선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월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에는 미묘하지만 짙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 '순환 금융(Circular Financing)' 혹은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판매자 금융)'에 대한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기류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이 계좌에 직접 입금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 일정 기간 매도가 금지되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자사주 중심의 주식 보상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거론되는 자사주 보상안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주식을 먼저 받되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제한조건부주식(RSA)', 약속된 기간 재직 후 주식을 받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경영 목표 달성도에 따라 지급량이 달라지는 '성과조건부주식(PSU)'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도 모두 세부 구조에 따라 주식이 묶이는 시점과 현금화 조건이 달라진다. 사측은 이를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장기 책임경영을 구현하고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한 선진 보상제도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금이 필요해도 쓸 수 없고 변동성이 큰 주식을 강요한다는 임직원의 비판과 소액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동시에 분출하며 심각한 이해관계 충돌을 빚고 있다.
지난 7월 1일, 국민연금이 반년 가까이 미뤄뒀던 국내주식 리밸런싱(Rebalancing)을 재개했다. 리밸런싱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미리 정해 놓은 기준으로 돌려놓는 '원상 복원 과정'으로, 특정 자산 비중이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는 즉시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금년 상반기 국내 주가가 폭등하며 국내 주식 비중이 급증한 상황이라, 시장은 수십조 원대 '매도 폭탄'을 각오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날 순매도는 2178억 원, 일주일 누적으로도 4665억 원 수준에 그쳤다. 우려했던 '고래의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산운용 규모(AUM) 기준으로 일본,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위인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래의 딜레마(The Whale's Dilemma)'다. 고래는 몸집이 너무 커서 가만히 있어도, 움직여도 주변에 파도를 만든다.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을 팔면 대형주가 흔들리고, 팔지 않으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느 쪽을 택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 구조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과 스스로 더 깊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복합적인 결과다.
지난주부터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했다. 사실상 폐업 직전의 극단적 위기에 몰렸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수행 불가를 이유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전국 140여 개 점포로 대형마트 업계 2위를 지키던 회사가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파산 문턱에 섰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TESCO)'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2014년 테스코 본사는 대규모 분식회계 스캔들과 경영 악화가 겹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10조 원의 적자를 냈고, 신용등급은 정크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금이 절실했던 테스코는 해외 알짜 자산이던 홈플러스를 매물로 내놨다. 매각 직전 매출 8조 5682억 원, 영업이익 7000억~8000억 원에 달할 만큼 현금창출력이 압도적이었고, 핵심 상권 매장의 부동산 가치만도 수조 원에 이르러 여러 사모펀드가 군침을 흘렸다. 2015년 최종 입찰에서 MBK파트너스는 7조 2000억 원을 써내 국내 M&A 사상 최대 금액으로 홈플러스를 낙찰받았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주주 권익 제고, 이른바 밸류업이다. 그 한복판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제도가 '소수주주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이다. 물적분할이나 계열사 간 합병처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이 우려되는 구조개편에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완전히 제외하고, 오직 소수주주들만의 다수결로 안건 통과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다. 상장사의 쪼개기 상장이나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일반주주들에게는 벼랑 끝에서 등판한 구원 투수처럼 보인다. 실제로 국회와 시민단체, 특히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법제화 요구가 거세다. 일각에서 MoM이 대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지만, 제도의 본질은 '이해상충이 있는 지배주주'의 의결권만을 제한하는 핀셋 규제라는 점에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우려를 쏟아낸다. 선한 의도로 포장된 이 제도가 치밀한 안전장치 없이 의무화될 경우, 자칫 기업의 영속성을 해치고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