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성장할 시간'을 보장하자[투데이 窓/최성진]

젊은이들에게 '성장할 시간'을 보장하자[투데이 窓/최성진]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2026.07.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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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본격화 청년의 취업·경력 기회 줄어
덴마크, 삶의 진로 탐구하는 학교 도입
기술 넘어 사람에 투자해야 혁신 완성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청년의 첫 일자리와 첫 경력이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 초급 업무는 자동화되고, 기업은 즉시 전력인 경력자를 더 선호한다. 청년은 경력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해 경력을 쌓지 못한다. 첫 일자리는 소득뿐 아니라 일을 배우고 관계를 만들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변화는 더 심각하다.

최근 '쉬었음' 청년과 장기 미취업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도 개인의 의지 부족만은 아니다. 기회를 얻지 못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과 관계망이 약해지고 다시 도전할 힘도 줄어든다. 청년기의 공백은 오래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다양한 청년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단기 교육, 인턴십, 현금지원 등이 서로 분절돼 있어 한 사람의 성장경로로 이어지지 못한다. 생계 불안, 진로 혼란, 경험 부족, 사회적 고립이 함께 얽혀 있는데 정책은 한 가지 증상만 떼어 지원한다. 청년정책은 이제 부족한 것을 사후에 보완하는 방식에서 성장의 시간과 경험을 사전에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에는 이미 참고할 만한 모델이 있다.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는 시험과 학점 없이 청년들이 공동체에서 생활하며 삶과 진로를 탐색하도록 돕는 '인생학교'다. 국가는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청년은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질문한다. 180년 역사의 이 제도는 청년기의 멈춤이 낭비가 아니라 더 나은 출발을 위한 사회적 투자임을 보여준다.

독일의 '자원봉사의 해'는 청년들이 1년 동안 복지, 문화, 환경 분야에서 일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진로를 탐색하게 한다. 참가자는 생활비와 사회보험을 지원받고, 이 경험은 진학과 취업에서도 인정된다. 청년에게 취업을 재촉하기보다 사회적 경험을 통해 자기효능감과 책임감을 키우는 구조다.

국내에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생활비 지원과 전일제 교육, 자기탐색, 프로젝트, 취·창업 경험을 결합했다. 청년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일정 기간 성장에 몰입하도록 하고, 기업과 지역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며 경력을 만들게 했다. '삼성청년SW아카데미'도 생활비 지원과 실전 프로젝트를 결합해 교육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취업 성과를 높였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현금지원이나 직무교육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에 집중할 시간,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함께 배우는 커뮤니티, 사회와 연결되는 경로를 하나의 과정으로 제공한다. 우리 청년정책도 이 네 요소를 통합해야 한다.

먼저 일정 기간 충분한 참여수당을 지급해 가정형편과 관계없이 성장에 몰입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어 자기이해와 진로탐색, 의사소통, AI 리터러시를 배우고, 기업과 지역사회가 제시한 문제를 팀 프로젝트로 해결하게 해야 한다. 그 결과는 스펙이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경력으로 인정돼야 한다. 또래와 멘토, 기업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적 자본도 함께 쌓도록 해야 한다.

이 모델은 수도권의 취업준비생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산업과 문화, 돌봄, 관광, 환경 문제를 프로젝트로 만들고 지역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다면 청년에게는 실전 경험을,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청년정책과 지역소멸 대응을 연결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최근 제기된 청년 전담부처나 전담기관 논의 역시 이런 통합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새로운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흩어진 예산과 사업을 연결하고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 교육기관이 한 청년의 성장과정을 함께 책임지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책 성과도 단기 취업률만이 아니라 역량, 관계, 경력 형성, 지역 정착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만으로 혁신국가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사람에게도 투자해야 한다. 청년에게 성장할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 인적자본 투자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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