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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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언제나 규제의 빈틈을 찾아 흐르며 진화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시중은행들은 강화된 자본 건전성 규제에 묶여 기업 대출의 문턱을 높였다.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사모대출(Private Credit)이다. 은행보다 빠르고 공모채보다 유연한 이 자금창구는 중견·중소기업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투자자에게는 저금리 시대의 고수익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한때 '혁신'이라 불리던 사모대출은 어느 덧 글로벌 운용자산 규모 2조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핵심 자산군이 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대체투자 시장을 견인해 온 이 거대한 '그림자 금융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이달 들어 대표 사모대출 펀드인 'BCRED'에 몰린 대규모 환매 요청(약 38억 달러 규모)에 대응하기 위해 분기 환매 한도를 상향하고 임직원 자금까지 투입해야 했다. JP모건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사업모델 훼손 우려가 커진 소프트웨어 기업 대상 사모대출 담보자산의 가치를 선제적으로 하향 조정(Markdown)하며 펀드들에 제공하던 백 레버리지(Back-leverage) 조이기에 나섰다.
AI(인공지능)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제 단순한 가설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미국 유타주에서 인간 의사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만성질환 환자의 처방전을 갱신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에 쓰이는 190여 종의 약물에 대한 리필 처방을, 단돈 4달러의 비용만으로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 미국 내 최초의 주 승인 프로그램이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인간 의사의 진료 없이 인공지능이 법적으로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한, 전례 없는 시도가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회사가 바로 닥트로닉이다. 뉴욕 기반의 이 스타트업은 100개 이상의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다중 에이전트 인공지능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 인공지능은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병력을 청취하고, 임상적 추론을 거쳐 진료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문서화하는 모든 과정을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흔히 뛰어난 기술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혁신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는 중요하다. 하지만 혁신의 또 다른 중요한 원천은 '다양성'이다.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바라볼 때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스타트업 이사회와 성별 다양성: 혁신의 균형을 찾아서' 보고서는 이 사실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국내 주요 스타트업 250개 기업의 이사회 구성을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 비율은 평균 6. 9%에 불과했다. 분석 대상 기업의 70. 8%는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었고 여성 이사가 한 명이라도 포함된 기업은 29. 2%에 그쳤다. 이 수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히 성별 기준으로 편중된 네트워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혁신을 추구하는 생태계지만 정작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동질적인 집단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성과에서 나타난 차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마지막 발자국을 남긴 뒤 인류는 50년 넘게 달을 다시 찾지 못했다. 아폴로 프로젝트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의 승리였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달에 깃발을 꽃는 순간 사실상 그 목적은 달성됐다. 이후 달 착륙이 이어졌지만 대중들은 반복되는 달 착륙 생중계에 흥미를 잃었다. 정치인들은 지구에서의 문제 해결도 못하면서 왜 달에 돈을 쓰느냐며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압박했다. 지속 가능한 목표가 없었던 아폴로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2017년 12월,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우주정책지침 1호'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다시 우주탐사와 우주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선언했다. 2019년 나사는 이 계획을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이자 아폴로의 누이인 '아르테미스'로 명명하며, 2024년까지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공식적인 목표를 발표했다. 당시 언론과 대중은 환호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직 바람은 차고 아침 공기는 싸늘하지만, 버드나무 가지 끝은 이미 푸르스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은 언제나 봄의 시작을 빠르게 알려주곤 한다. 나무는 겉으로는 아직 겨울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봄 준비로 한창이다. 최근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며 나는 이 버드나무를 떠올린다. 지난 몇 년 동안 바이오 업계는 분명 긴 겨울의 터널 속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바이오는 많은 기대 속에서 전례 없는 주목을 받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세계 경제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들은 투자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자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글로벌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 임상 실패 사례가 이어지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투자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많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연구개발을 축소하거나 사업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겨울(Biotech Winter)'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했다.
오이타현 앞바다의 작은 섬 히메시마 마을회관 앞에는 소박한 동상 하나가 서 있다. 관광객을 위한 조형물도, 지역 캐릭터도 아니다. 전후부터 이 섬의 행정을 이끌어온 후지모토 가문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일본에서도 정치인의 동상이 일상 공간 한복판에 서 있는 사례는 드물다. 그럼에도 이 섬 주민 대다수는 이 풍경을 전혀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 히메시마의 정치는 '교체'보다 '연속'의 언어로 설명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동상은 권력의 과시라기보다, 오랜 시간 유지돼 온 선택의 기록에 가깝다. 히메시마는 인구 2000명이 채 안 되는 낙도다. 에도시대부터 어업 외에는 산업 기반이 약했고, 전후 고도성장기에도 개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젊은 층은 도시로 떠났고, 섬에 남은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변화보다 유지였다. 급격한 혁신보다 오늘을 내일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가 된 공간이었다. 이 조건 속에서 후지모토 가문의 집권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으로 완성됐다. 연표로 보면 흐름은 분명하다. 1950년대 전후 혼란기, 초대 후지모토 촌장은 항만 복구와 정기선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 10여 년 간 비수도권 다수 지역은 인구 순유출을 기록했고, 일부 군 단위 지역은 고령화율이 30%를 넘어섰다. 청년과 자본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역에는 빈집과 고령화가 남는다. '지역소멸'이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를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지역을 살리기 어렵다. 지원을 쏟아 부어 인구를 붙잡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없을까? 재정 투입 이전에 관점의 전환이 먼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역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활동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을 재설계하는 과정이자 도구가 된다. 충주 세상상회가 관아골 구도심의 풍경을 바꾼 것처럼, 빈집 증가는 공간재생 창업의 기회가 된다.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돌봄과 실버테크 창업의 수요를 일으킨다. 저부가가치의 지역 자원이 고부가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창업의 문턱이 낮아질 때 지역은 비로소 움직인다. 창업은 기술 엘리트나 대규모 자본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보화 혁명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기에 접어든 오늘,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인류와 함께 살고 있다. 이름하여 호모 서브스크립투스(Homo Subscriptus), 즉 구독하는 인간이다.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과 잡지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 매달 받아보는 잡지를 통해 세상사를 접했고, 어떤 매체를 구독하는지는 개인의 정치 성향과 사회적 관심사를 드러내는 지표가 되곤 했다. 오늘날의 구독은 차원이 다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 인터넷의 클라우드 서비스, 챗GPT 플러스와 같은 AI 유료 앱, 핀테크의 프리미엄 멤버십 등 우리는 매달 적지 않은 구독료를 지출하고 있다. 이제는 막걸리, 화장품, 반찬, 반려동물용품까지도 구독 서비스가 제공되는 편리한 세상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 방식의 진화를 넘어선다. 디지털 사회에서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의 변화이자, 새로운 경제 질서의 형성이다. 일찍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보다 '접속'이 중심이 되는 세상의 도래를 선언했다.
BTS가 돌아온다. 3월 20일 정규 5집 '아리랑'을 내고, 이튿날 월드투어의 첫 공연을 연다. 23개 나라에서 82회 공연이 예정돼 있다. 광화문광장에는 26만명이 모인다고 한다. 경복궁과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문을 닫는다. 넷플릭스는 190여 나라에 공연을 생중계한다. 눈부신 귀환의 의례는 서사 위에서 구축된다. BTS는 이른바 '군백기'를 끝내고 돌아온다. 군 복무라는 통과 의례를 거친 멤버들은 이제 국가가 승인한 국민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남아라는 정체성을 새로 갖게 된 것이다. 정체성 획득은 사회적 위험 요인을 제거한다. 팬덤은 마치 돌잔치를 끝낸 아이를 보듯 안도의 심리에 적응한다. BTS의 문화 권력은 더욱 강화된다. 복귀 무대는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에 차려진다. 조선의 왕권, 근대국가의 정문, 민주주의의 광장이라는 여러 시대의 상징이 결합한다. '왕의 행차'를 모방한다는 풍문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경복궁 근정문에서 광화문을 거쳐 월대에 이르는 동선은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상징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데 그치지 않고 1000만 관객도 넘볼 줄은 미처 몰랐다. 연출자인 장항준 감독조차 간절히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성형하고 해외로 귀화까지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알아보고 출연 요청 쇄도가 엄청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의 감독이 되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AI) 플랫폼이라도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일단 장항준 감독의 전작들은 별로 흥행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과거의 데이터 정리를 잘하는 AI는 당연히 신통치 않은 감독이라고 말할 것이다. 영화감독이기보다는 방송예능인으로 높이 평가할 만 했다. 영화감독의 입지는 줄어 있는 점을 본인도 여러 차례 인정했다. 아울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형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AI는 썩 좋게 다룰 이유가 없었다. 단종과 계유정난을 다룬 작품들은 많았는데 이는 거의 드라마였다.
1592년 4월13일 왜군이 부산에 상륙했고 14일 부산진성, 15일 동래읍성과 다대포진성, 20일 김해읍성이 차례대로 함락됐다. 모두 왜군이 포위해 성곽을 본격적으로 공격한 지 하루나 이틀 만이다. 전투에 임한 조선군과 왜군의 수는 적으면 10대1, 많으면 20대1 정도는 된 것 같다. 이런 수적 열세에 초점을 맞춰 패배의 원인을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타당하지 않다. 야전에서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가 패했다면 필자도 수긍하지만 네 전투 모두 성곽 방어전에서 패배였다. 세계사적으로 평지성(平地城)은 높은 방어력을 갖추기 위해 성벽을 10m 이상으로 높게 쌓고 넓고 깊은 해자(垓子)를 파서 둘렀으며 문에는 옹성(甕城) 등을 쌓아 이중방어 형태를 취했고 치성(雉城)을 축조해 성벽을 오르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다. 이렇게만 하면 10대1이나 20대1의 전력 차이에서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어 하루, 이틀 만에 함락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수년간 이어진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 끝에 토큰증권(STO)의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지난 1월1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새로운 금융상품 하나가 추가된 사건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문법이 한 단계 확장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디지털자산과 증권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던 제도권 논의가 입법이라는 형식을 통해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물론 법안통과가 곧바로 시장의 전면적인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시행령 제정과 감독규정 정비, 인가·등록절차의 구체화, 발행·유통인프라 구축 등 여러 단계의 준비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질수록 발행과 유통플랫폼 역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위에서 토큰증권 시장은 서두르지 않되 단단하게, 점진적으로 생명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해외를 둘러보면 이미 여러 나라가 자산의 디지털화에 도전해왔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증권형 토큰에 대해 기존 증권법 체계 안에서 규율하거나 별도 전자증권·디지털자산 법제를 정비하며 시장에서 실험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