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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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밤 일기장에 기록을 꼭 남겨놔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이 기계에 졌다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 승을 거둔 지난 9일 오후, 많은 사람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며 막연한 두려움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 9단이 '알 사범'에게 2연패를 당한 10일에는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 '기계가 인간처럼 술은 마시지 못할 것'이라고 '자위'하며 술잔을 기울여 봤지만, 공허한 마음은 위로받지 못했다. 인간의 능력이 기계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팩트'에 내심 자존심이 잔뜩 상한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 대회의 승자는 알파고로 결정됐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이 게임이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공정치 못했다고 지적한다. 알파고가 대국 상대인 인간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알파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이다. 일리 있는 지적일런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인공
"휴거라고 알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던 중 한 놈이 뜬금포(?)를 날린다. '종말론 얘기가 다시 도나?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지레짐작하는 사이 뜬금포의 주인공이 답을 내어놓는다.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에게서 듣고 자기도 깜짝 놀랐단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는 임대주택 사는 아이를 '휴거'라고 부른다고. 휴거는 종말론도 뭣도 아닌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이라고. '말도 안 돼. 같은 반 친구한테 그렇게까지 하겠어.' 설마 하는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실제 '휴거' 얘기가 적잖다. 공공 임대주택 사는 사람인데 자기 아이도 그런 놀림을 받을까 고민이라는 글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한 부모가 문제라는 격앙된 말까지 '휴거'를 걱정(?)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임대아파트 거지', '초등학생 휴거' 등 관련 검색어도 부지기수다. 휴먼시아는 불과 몇년 전까지 쓰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
'한국의 퀄컴' 한때 이런 수식어가 붙으며 국내 '팹리스'(Fabless) 반도체 산업을 이끌던 두 업체가 있다.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이 그 주인공들이다.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개발만을 전문으로 한다. 이동통신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인 미국의 퀄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요즘 이 두 업체를 포함한 팹리스 업계를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코아로직은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최근 자본전액잠식을 공시했고, 이달 말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코스닥에서 퇴출된다. 엠텍비젼은 이보다 앞선 2014년에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를 당했다. 최근 사옥 매각 및 구조조정으로 어느 정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 추진을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 침체 등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의 위상은 지금과 확연히 달랐다. 이들 기업은 2004년 국내 팹리스 업계 최초로 매출액 1000억원을 나란히 돌파하며 주
“요새는 어떤 종목이 좋은가요?” 증권부 기자라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제가 그걸 잘 알면 아침마다 노트북 들고 지하철 오르내리며 여기 있겠어요?”라고 농담으로 받아 치지만 듣는 사람은 진지한 답변을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망 종목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짬뽕 라면의 얼큰한 국물 맛에 감탄할 때 이 라면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하면 된다. TV에서 미남 탤런트가 감미로운 말을 건넬 때 가슴만 설레할 것이 아니라 이 드라마 제작사가 어디더라, 저 탤런트의 소속사가 상장사인가를 찾아보는 것도 주식 투자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말이다. 사실 좋은 종목을 물어보는 밑바탕에는 주식으로 ‘한방’을 노리는 꿈이 묻어 있다. 한국 시장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어본 집단 경험이 별로 없다. 바이코리아 열풍, 인사이트펀드, 브라질채권 등 쏠림현상은 과열과 버블을 불렀고 이는 손실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돈을 번 집단 경험이 없으니 주식으로 한방을 노리는 투기 심리가 투자
'키덜트'(Kidult). '아이(Kid)의 순수함을 간직한 어른(Adult)'이란 뜻을 담은 이 합성어는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사용된다. 키덜트가 늘어나면서 키덜트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키덜트산업은 약 14조원, 일본은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인 5000억~6000억원에 그치고 있지만 매년 고성장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국내 키덜트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완구기업 레고는 우리나라 완구시장을 평정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도라에몽'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와 '콜라보' 형태로 유입되는 캐릭터들 역시 국내 키덜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가 관련 상품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국내 키덜트시장은 급성장중이지만, 토종 캐릭터의 입지
'스낵컬처’ 시대다.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는 스낵처럼 바쁜 현대인들은 콘텐츠도 간단히 즐기려는 욕구가 크다. 인터넷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고 짧고 다양한 글'이 읽히는 시대다. 언론사들도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변화에 나섰다. 한때 '~하는 5가지 이유' 등의 형식으로 핵심을 순서대로 나열한 '리스티클'(Listicle, 리스트와 아티클을 합친 신조어)과 요점 정리된 카드를 한 장씩 보는 '카드뉴스'가 뉴미디어의 콘텐츠로 인기를 끌더니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됐다. LA타임스, 로이터, 포브스 등의 언론사들이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해 지진, 스포츠, 금융, 날씨 관련 속보와 기사를 이미 내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빨리 국내에 도입되다니 기자 입장에서 조력자가 될지 경쟁자가 될지 혼란스럽다. 기사뿐만 아니다. 버즈피드와 피키캐스트는 움짤과 짧은 글을 섞어서 만드는 콘텐츠로 뉴미디어 중 최고 트래픽을 만들고 있다. 가장 트렌디한 SNS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짧은
공공장소에서 문을 밀고 들어갈 때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 정도다. ① 앞만 보고 적당히 밀어 지나간다. ②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잠시 기다린다. ③ 그냥 문을 활짝 연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일은 자기가 하는 것이고 낯선 이의 호의에 뒷사람이 불편해 할 수도 있으니 ①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상대를 배려해 ②처럼 행동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지기' 꼴은 되기 싫고 만약의 사고도 걱정되니 ③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요즘 '배려'를 주제로 한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한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을 만큼 관심을 모았다. 여기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댓글은 이런 내용이다. "저는 문을 잡아주는 편인데 뒤에 오는 사람이 감사 표시를 하거나 문을 잡아주면 좋겠어요. 주머니에 손 넣고 쓱 지나가 버리니 기분이…." 내가 인사를 건넸는데 상대가 쌩하고 가버리면 불쾌하듯이 문지기가
지난 2013년 7월 정홍원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착화탄, 일명 '번개탄' 규제가 논의됐다는 뉴스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이면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한강 다리는 물론 높은 건물은 모두 철거하고 수면제 제조를 금지해야 한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내리는 전형적인 미봉책이다. 자살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치는 현대사회에서 그래도 한 번 더 마음을 고쳐 먹게 만들게 끔 사람간 인정이 통하는 사회, 국가 시스템이 이를 지원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궁리했어야 했다. 2년도 더 된 번개탄 규제논의가 생각난 건 저출산 해소를 위해 지난 22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워크숍 내용을 보면서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핵심과제를 집중 점검하고 점검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수립된 핵심과제에는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안정을 강화하며 난임 지원, 맞춤형 돌봄확대, 교육시스템 개선 등이 담겼다.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 데 정부가 할
"정기예금 만기금, 올려받은 전세금 등 5000만원의 여윳돈이 있는데, 은행에 그냥 두자니 이자가 얼마 안돼서 손해를 보는 것만 같고, 주식에 투자해볼까 하는데…." 최근 만난 75세 지인의 고민은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어떻게 굴려야 소득이 생길지였다. 처음에는 저렴한 원룸을 매입해 월세를 받을 궁리를 했다. 하지만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져 5000만원의 여윳돈으로는 주택매매가 어려웠단다. 또 원하는 수준의 월세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차에 최근 주식을 저가매수 할 수 있다거나, 배당주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등의 뉴스가 귀를 간지럽혔다. 은행에 맡겨봐야 이자는 연 1%대. 기준금리는 더 떨어질수도 있다고 하니 결국 그동안 관심이 적었던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취재원 중에는 실제 5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저평가 가치주에 8년 동안 투자해 200억원의 자산가가 된 경우가 있었다. 우량가치주에만 투자하다보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18세기 프랑스 계몽 사상가 장자크 루소는 그의 ‘고백록’에서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회와 끊임없이 대립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류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상가의 자기 고백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 자기 자식을 고아원에 버린 비정한 부정,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중상모략, 우정과 은혜에 대한 배신 등에 대한 얘기가 실려 있다. 스스로도 본인보다 더 나쁜 사람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지난해 세밑, 국내 재계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그의 심경고백은 전 사회에 실망감을 안겼다.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받았을 고통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최 회장이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를 밝힌 배경에 대해선 각종 억측만 난무할 뿐이다. 본인의 불찰에 따른 회사 경영 부담을 털어내고 경
"지난해 분양실적 호조로 반짝 좋아진 거죠. 사실상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과 최근 가진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올해 예상 실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국내 건설시장은 2014년 회복되기 시작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건설수주는 역대 최고치인 2007년의 127.9조원을 상회했고 올해도 123조원 가량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건설수주 호조세가 대부분 주택수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주택수주 중에서도 공공주택수주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민간주택 수주가 호조세를 견인했다. 건설경기는 주택수급과 정책기조의 변화, 금리인상 등의 요인에 의해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미분양주택 증가세가 눈에 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4만9724가구) 대비 1만1788가구(23.7%) 증가한 6만15
'한달에 1억원’ 수입을 벌어들이는 작가가 수십 명이라는 웹소설 분야에는 ‘쓰기 원칙 십계명’이라는 게 있다. 그중 몇 개만 소개하면 이렇다.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문단 개념을 잊어라’ ‘한 문장마다 줄을 바꾸고, 한줄을 띄어써라’ ‘이야기는 서사 대신 대화형식으로 써라’ ‘독자들은 화면을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올리는 걸 귀찮아한다는 걸 명심하라’ 등이다.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콘텐츠가 중요한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대부분의 기존 형식과 내용이 ‘파괴’됐다. 철저히 요즘 독자들에 맞춘 글쓰기 요령인 셈이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성향을 파악하면 웹소설의 소재와 주제도 일원화하기 쉽다. 로맨스 웹소설의 경우 주인공은 뻔하다. 반드시 백마 탄 왕자가 남자 주인공이어야 하고, 여자 주인공은 그와 사랑에 빠지는 가난한 신데렐라다. 21세기에 웬 동화 같은 이야기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되레 지금의 독자를 끌어들이는 로맨스 소설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