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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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A그룹 홍보맨으로부터 저녁 늦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낮에 쓴 한 기사를 놓고 자신이 곤경에 빠졌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앞으로는 이런 식의 기사는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홍보맨을 힘들게 한 기사는 A그룹이 구조조정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실적도 개선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은 통상 고맙다는 말을 들을 내용인데 어쩌다 해당 기업 직원들의 애를 태우게 됐을까. 사연은 이랬다. A그룹 회장은 현재 구속 수감된 몸이다. 그의 역할을 회장 가족 중 한 사람이 대리하고 있다. 회장의 부재는 대리인의 등장으로 이어졌고 대리인에 의해 경영이 호전됐다는 인과 관계가 성립됐다. 대리인은 이런 류의 기사에 상당히 민감해 했다고 한다. '회장이 없어도 또는 없어야 경영이 잘 풀린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홍보실 직원들에게 주의를 준 모양이었다. 한국 특유의 유교적 기업문화가 강하게 반영된 대목이다. 게다가 회장의 부재를 틈타 경영 전면에 나서
"담배 한 개비 드릴까요?" 회사 건물 한 켠에 마련된 흡연구역에서 만난 선배에게 담배를 권했다. 그는 올해 초 정부가 담뱃세를 2000원 올릴 때 담배를 끊었다. '정부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세금 더 걷어가는 모양새가 괘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처음 몇 개월은 잘 버텼다. 하지만 몇 달 전 부터는 담배를 한 개비씩 얻어 피우곤 했다. 그래서 담배를 권한 것인데 이제는 예전처럼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선배는 "금연도 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얻어 피우기 미안해서 다시 담배를 사기 시작했다"며 민망한 듯 웃었다. 세금 인상으로 잠시 떠났던 흡연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 1분기 담배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었지만 수요 감소폭은 2분기 19%, 3분기 9%로 점차 완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11일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세 인상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었지만 총대는 복지부 장관이 멨다. 담뱃세
"우리 회사 주가가 10만원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최근 만난 국내 해운회사 직원은 "주가가 떨어져 현재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회사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직원은 몇 개월 전 회사가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자사 주식을 주당 6000원대에 취득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적게는 수 천주에서 많게는 수 만주에 이르는 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회사는 최근 5년간 네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했지만, 직원들의 애사심 덕분에 매번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본인 몫뿐 아니라 기존 주주가 포기한 실권주도 인수했기 때문이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증자 대금을 납부한 직원들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회사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증자에 참여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1인당 수 천 만원이 넘는 납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퇴직금을 담보로 회사에서 돈을 빌
10여 년 전으로 기억한다. 홍콩을 방문해 금융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가 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그 중에서도 철저한 시장 중심의 금융규제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이 불합리한 금융규제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도입한다는 얘기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의 금융사가 앞 다퉈 홍콩에 진출해 자유롭게 경쟁하며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면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한국도 금융개혁으로 규제 일변도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건 금융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에서도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금융사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를 가지게 된 것도 이 때쯤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아베 신조 정권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되돌리는 집단자위권 법제화를 사실상 완성하면서 한국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집단자위권은 동맹국 등이 공격당했을 때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일본은 지난 19일 새벽 관련 법안을 참의원 본회의에서 표결로 가결했다. 2차 대전 패전 후 70년 만에 일본 군대의 해외파병이 가능해진 순간이다. 우리 외교부는 법안 통과 직후 2개 문단으로 된 짤막한 논평을 냈다. 요지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투명하게 추진해야 하고,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선 우리 측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 가능 국가' 일본에 대한 우려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21일 법사위의 국방부 군사법원에 대한 국감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군이 일본 자위대에 (한반도로) 들어오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거절할
영화 ‘더 헌트’에서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와 새 여자친구, 아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꾼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있지도 않은 성추행 얘기를 꺼내면서 루카스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그의 진실은 ‘성추행’이라는 도덕적 이미지에 묻힐 뿐이다. 교사라는 ‘강자’를 상대로 한 소녀라는 ‘약자’의 거짓말은 집단으로 전파될 때 ‘선’으로 미화된다. 약자의 억울함은 곧 진실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팩트의 오류는 거세되기 일쑤다. 그 선한 주인공이 교회에서 눈물과 광기의 시선으로 집단 폭력에 대항하는 마지막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17명의 호소문으로 막말과 욕설, 성추행 당사자로 굳어진지 9개월이 지났다. 시작부터 약자의 집단적 피해자 의식은 언론의 동정을 얻기 충분했다. 당사자가 극구 부인하는데도, 거의 모든 언론이 약자의 억울함은 ‘선’일 수 있다는 전제로 앞다퉈 보도에 나섰다. 그런데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사건은 1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어가 서툴다. 일본에서 나고 성장했고, 20~30대 대부분을 일본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보냈다. 1977년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마치고 1980년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도 일본계 기업이다.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 입사했다. 한국에서는 1990년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 상무 이사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나이 35세였다. 신 회장은 한국어가 서툴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와중에 불거진 '일본기업 논란' 얘기를 듣고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단언할 만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주위에서 지켜본 임직원들의 평가다. 신 회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지배구조 불투명성과 특혜의혹, 국적논란, 병역문제 등이 거론될 전망이어서 롯데그룹을
"우리나라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매력 3가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다이어트만 하면 송혜교나 전지현이 될 거라고 착각하는데 자신의 매력을 찾지 못하면 다이어트를 해도 그냥 매력 없이 부피만 작은 사람이이 될 뿐입니다." TV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서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과체중 중학생에게 정아름 트레이너가 조언한 말이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관광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홍콩의 매력 3가지를 꼽으라면 어렵지 않게 야경과 면세, 미식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은 벚꽃과 면세, 엔저가 경쟁요소로 꼽힌다. 엔저를 대체할 수 있는 매력도 친절, 미식, 디자인, 온천 등 많다. 이러한 매력은 그 나라에서 뭘 해야 할지 직감적으로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해 보인다. 홍콩을 갈 때는 야경이 좋은 곳을 찾게 되고, 맛집을 검색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꼭 사야할 쇼핑·맛집 명단을 준비한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만족을 누리기 위해 여행객
"어이가 없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보통은 황당하거나 기막힌 일을 당했을 때 나오는 표현인데 최근엔 12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화제의 중심의 선 영화 '베테랑' 때문에 더 회자되고 있다. 극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시종일관 내뱉은 대사여서다. 특히 이 말의 어원을 설명하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유아인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유아인이 "나무로 된 맷돌 손잡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 '어이'는 사실 '어처구니'를 잘못 말한 것이다. 실제로 콩을 넣고 맷돌을 돌려야 하는데 정작 손잡이가 없는 상황을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다. 서두부터 '어처구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앞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협회는 7개월간 공석이었던 김준호 전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자율
금융개혁이 요란해질 조짐이다. 시내 대형 전광판에 금융개혁 광고가 돌아가고 금융개혁 슬로건을 제작해 여기저기에 게시하기 시작했다. 금융개혁을 홍보하는 별도의 웹사이트가 만들어졌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매달 기자들 앞에 나와 금융개혁의 진행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금융개혁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금융개혁이 공공, 노동, 교육개혁과 함께 소위 '4대 개혁' 중 하나임에도 "그랬어?"라는 게 국민들의 반응이라는 것. 정부 내에서조차 "이렇게 조용한 금융개혁이 무슨 개혁이냐"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의 비판 수위는 더 높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예 금융개혁을 '실체없는 개혁'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금융개혁의 전부인양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개혁의 목표는 낡은 방식에 안주해 있던 금융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개혁의 대상은 금융당국 스스로와 금융회사다. 군림하고, 가르치고, 때론 윽박질러 왔던 금융당국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9개 조선사 노동조합과 노동자협의회로 이뤄진 조선업종 노조연대가 공동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 한진중공업 노조가 파업 불참을 결정했다. 김외욱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지금 조선업종의 불황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조선사 공동파업은 우리와 정책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한진중공업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의 핵심 거점이었다. 그런 까닭에 한진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는 강성으로 유명했다. 2011년 2월 경영난에 빠졌던 한진중공업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때 노조는 전면파업으로 맞섰고 금속노조 부양지부장과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309일간 농성을 벌였다.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노동계 상급단체와 정치권에서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701명의 조합원 중 571명이 ‘정치노동운동 및 투쟁만능주의와 결별하겠다’는 새 노조에 가입했다. 새 노조는 발주사에 ‘납기 준수와 품질보장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고
"라텍스 매트리스랑 고양이똥 커피 사라고 어찌나 눈치를 주던지. 매일 상점에만 끌려 다녔어. 내 다시는 태국 안 갈란다." 한 20년전 쯤일까. 친구들과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할머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할아버지 단체 관광여행이 뭐 다 그렇지'라며 흘려 들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뒤끝이 대단했다. 70세가 넘어서도 미국·일본 등으로 수차례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태국은 두번 다시 가지 않았다. 태국 여행을 간다는 친구와 친척의 소식만 전해 들어도 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해묵은 할머니 얘기를 꺼낸건 20년전 태국의 어르신 단체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의 관광산업 현실을 짚어보고 싶어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 명으로 전년보다 16.6% 늘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전년보다 무려 70% 늘어난 613만명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덕분에 지난 2010년 35위였던 한국의 세계관광기구(WTO) 관광객 유치 순위는 지난해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