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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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조윤선 전 수석이 지난달 18일 공무원연금개혁 불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지 1개월여가 흘렀다. 조 전 수석이 사의를 표한 시점인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공백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당·청 소통 강화를 위해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만성화된 인물난과 내년 4월 총선 불출마 조건이 인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난제까지 더해졌다. 정무수석은 당·청간 긴밀한 조율을 담당하는 '주무 수석'인데 박근혜 정부에선 지금껏 이정현, 박준우, 조 전 수석까지 3명의 수석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했다. 무엇보다 '소통'에 대한 당·청간 인식차가 원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만 잘하면 됐지 정무수석을 꼭 정치인만 해야 하냐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기용한 게 외교관 출신의 박 전 수석이다.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조 전 수석은 최초의 여성 정무수석이었다. 모두 파격이었다. 여의
프랑스 칸에서 세계음악마켓 ‘미뎀’이 열린 지난 6일 한국 뮤지션들의 기자회견이 한창 진행되는 사이, 주변에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났다. 유명 연예인이라도 왔나 싶어, 어깨 너머로 보니 카메라 플래시가 끊이지 않고 터졌다. 호기심이 발동해 가까이 다가가자 일단의 프랑스 남성들이 웬 동양계 여성을 에워싸듯 빙 둘러섰다. 지난해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한국계 입양아 출신 플뢰르 펠르랭(김종숙·42)이었다. 기자가 다가가 약간의 빈틈을 보일 때, 말을 걸었다. “지금 한국관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으니, 잠시 다녀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펠르랭 장관은 “한번 고려해보겠다”며 나머지 일정을 비서관에게 일임했다. 비서관이 약간 서툰 영어로 “원래 5시까지 마쳐야하는데, 여기 대화가 길어져서 모든 일정이 늦춰졌다. 원래 한국관 방문 계획이 일정에 없었던 사안이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일찍 끝나면 방문 요청 사안을 전달하겠다”고 상냥히 설명했다. 외교적 무례를 범한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지난주 내내 아내는 다섯 살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어린이집이 휴원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내는 나에게 "메르스(중증호흡기증후군)가 난리인데 굳이 어린이집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보건복지부 담당기자인 나는 아내에게 "메르스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으니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같은 반 아이들이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에 갔을 가능성이 없으니 보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말을 믿을 수 없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아내 말에 마땅한 대꾸를 찾지 못했다. 딸아이가 언제쯤 어린이집에 다시 가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5년 6월의 흔한 이야기다. 전국적으로 2900여개에 달하는 각 급 학교가 휴교·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어린이집이 휴원했다. 전염병 관련 최고 권위자들이 모인 WHO(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13일 휴교를 철회하라고 권고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요지부동이다. 역병(疫病)을 막는 것은 국가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을 지나던 길에 무덤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시아버지와 남편, 자식을 호랑이에게 잃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데도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는 공자의 물음에 그녀는 "가혹한 정치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중국 고대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가혹한 정치(폭정)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유래가 된 이 일화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최근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의 무능이 메르스 공포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첫 확진 환자 관리에 소홀하며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병원공개 등이 늦어지면서 메르스 괴담이 빠르게 유포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질타가 거세지며,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다. 신뢰를 잃은 정부가 폭정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오는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진행하려던 베트남 콘도 분양 설명회가 취소됐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직접 한국에 들어와 사업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었는데 중증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우려로 방한 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로 내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호텔, 리조트 등 숙박업계는 비상이다. 이미 각종 행사들이 취소되고, 예약도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숙박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다.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주거지를 이탈해 숙박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다. 단 한명이 이용해도 그 업체에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메르스 의심 환자들은 왜 주거지를 이탈할까. 일부 직장인들은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 쉴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농담 삼아 한다.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겪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반 감금상태인데다 가족들에게 전염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 치사율 40%라는 원천적 공
"금융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지점에 찾아가 직접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도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비대면 본인확인 허용'의 핵심 내용이다. 금융실명법상 본인확인의 방법을 그동안 '대면 확인'만 허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해도 법규 위반이 아니라는 얘기다. 각종 기술개발로 본인을 증명할 방법이 많아졌으니 시대 변화를 반영한 당연한 조치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왔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전제 조건이기도 했다. 금융권도 '시대착오적 규제'라며 개선을 요구했던 사안이다. 결국 개선됐으니 잘 됐지만 그 과정엔 우리 금융의 현실과 수준이 그대로 숨겨져 있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실명인증의 방식을 금융회사들이 자율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대신 최소 2가지의 절차를 거쳐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규정만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 발표에는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시 확인, △기존계좌 활용 등 4가지
'54 vs 11 vs 5 vs 2 vs 0' 최근 금융전문지 아메리칸뱅커와 금융서비스 및 정보제공업체 BAI가 발표한 '전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순위'에 따르면 미국이 54개로 가장 많았고, 인도가 11개로 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이 각각 5개를 기록, 핀테크 강국임을 입증했다. 중국과 브라질 역시 2개를 순위권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IT(정보기술)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 기업들의 핀테크 경쟁력을 보여주는 현주소인 셈이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100대 기업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지분뱅크, 더재팬넷뱅크, 소니뱅크, 세븐뱅크, 라쿠텐뱅크, 아에온뱅크 등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설립돼 이미 영업에 들어갈 정도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실물화폐없는 화폐경제 실현 움직임도 나타난다. 특히 은행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이나 핀테크 스
기자라는 직업의 좋은 점으로 흔히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다'를 꼽는다. 하지만 이는 때로 '누구든 만나야만 하고, 무엇이든 물어봐야만 하는' 힘겨운 상황이 된다. 요즘 팬택 임직원들을 만날 때가 그렇다. 지난 26일 팬택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당장 기사를 써야 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 직원들 거취 등을 팬택 관계자에게 조목조목 물었다. 당장 자신이 수 십 년 몸담은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는데, 야속해도 너무 야속한 기자 아닌가. 팬택에게도 시장논리는 이렇게 냉정하고 야속했을 듯싶다. 삼성, LG 등 국내 양 강 구도 속에 3위가 발붙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반복하며 사업을 지속했지만 버티기가 어려웠다.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 폐지 요청을 받아들이면 '벤처신화'의 대명사로 불렸던 팬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가장 걱정 되는 것은 팬택 청산의 후폭풍이다
식당에서 쓰는 물통보다 작다. 흔히 쓰는 컵보다 큰데 손잡이가 없다. 뚜껑이 있고 재질은 스테인리스나 두툼한 플라스틱이다. 어떤 물건에 대한 묘사다. 만약 이것이 갓 생겨난 것이라면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떠올린 이름이 있을 것이다. 커피전문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텀블러'다. 텀블러가 인터넷에서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1일 국립국어원이 우리말 다듬기를 통해 텀블러를 대신할 말로 '통컵'을 제안했을 때다.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간 관련 기사는 900개 정도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댓글의 반응은 대부분 별로 좋지 않거나 매우 나빴다. "우리말로 했다더니 왜 컵이 들어가냐"는 반응이 많았고, "외래어는 그냥 외래어로 두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왜 통컵이었을까? 국립국어원의 한 연구관과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우선 우리말 다듬기 활동은 외래어를 몰아내려는 순혈주의가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
대한민국은 지금 ‘대륙의 큰손’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들썩이고 있다. 명동, 신촌은 물론이며 제주도까지 점령해 그 덕에 제주도 경제는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화장품·패션산업에서 시작한 이들의 구매력이 면세점, 음식, 공연에 이어 이젠 관광지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커’.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이 단어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외래어는 현지발음 그대로 표기한다’는 외래어표기법상, 중국어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일단은 ‘요우커’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유커’ ‘유우커’ ‘요커’ 등 정체불명의 단어들이 언론에 쏟아지자 결국 국립국어원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국립국어원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제118차 회의(2014년 12월3일)에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유커’로 결정한 것. 그런데 얼마 전 중국에 사는 한 지인으로부터 기자라는 이유로 뜻밖의 ‘항의’를 받았다. 왜 유독 중국 관광객만 ‘유커’라고
정부 정책에도 궁합이 있다. 이로운 음식이라도 함께 먹을 경우 독(毒)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함께 추진될 때 역효과를 내는 조합이 있기 마련이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월 2만 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일제히 출시했다. 음성 통화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이른바 ‘데이터중심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사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통 3사를 설득해 내놓은 정책 산물이다. 해외 유사 요금제와 비교해 봐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따져보면 마치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처럼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당장 알뜰폰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알뜰폰 산업은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 시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또 다른 산물이기도 하다. ‘저렴한 음성통화료’를 강점으로 알뜰폰 가입자 수는 급기야 500만 명을 넘어섰
24시간 마다 바뀌는 해독불가의 암호를 풀어 1400만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그 이름을 딴 튜링상이 만들어질 정도로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정작 개인적 삶은 처참했다. 그가 살았던 1952년 당시 동성애는 '범죄'로 취급됐다. 결국 동성애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감옥에 가는 대신 화학적 거세를 받아야했던 그는, 2년 뒤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결국 생을 마감한다. 사후 59년만인 2013년 12월 2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크리스 그레일링 법무부 장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튜링의 동성애 죄를 사면했다. 튜링의 삶을 담담히 그려낸 영화 의 스토리다. 피 말리는 암호전쟁을 중심축으로 한 영화에 감성이 입혀진 대목은 여자 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와의 우정보다 죽은 동성 벗에 대한 회상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했다기보다는 한 외톨이가 유독 따뜻했던 한 사람을 그리워한 모습이다. 튜링이 사후 61년만인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