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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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허탈해 하죠. " 최근 기자와 만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소속의 복수 여권 관계자들이 입을 맞춘 듯 한 말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반대했지만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푸념이었다. 정부·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기로 가닥을 잡았다. 법안 제정을 실무적으로 맡은 의원과 보좌진, 자문단의 강한 반대에도 정부의 강경한 규제안을 수용한 당 지도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 논리는 이렇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 인프라여서 소수 대주주 개인의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분 분산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가상자산 시장 성숙기에 가해지는 전형적인 사후 규제라며 반대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위헌성'을 문제 삼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 대체 수단을 제안했다. 돌이켜 보면 법안 논의 초기 단계엔 지분 제한 문제가 테이블에 아예 없었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1967년 과학기술처 발족을 기념해 4월21일을 '과학의 날'로 제정한 후 매년 각종 과학문화 행사가 열리는 달이 됐다. 올해는 행사규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올해는 수도권, 부산, 전주로 확대됐다. 모든 국민이 지역과 상관없이 과학을 즐기게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궂은일'은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떠맡게 됐다. 출연연 실무진은 새해가 시작된 1월부터 예산과 인력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권역별로 각각 전시부스를 운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부 출연연의 경우 2~3명의 홍보인력으로 4월 한 달에만 3차례 전시를 진행해야 한다. 비용도 출연연 자체예산으로 지출한다. 형식상 '자율참여'인 탓이다. 많으면 수억 원의 예산을 축제에 투입하는 모양새다. 축제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출연연이) 성과를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받아들인 것 같다"며 "부스 짓는 비용은 정부가 지원했다"고 했다.
지난달 26일은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쏠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였다. 이날 74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주총을 열면서 주주들은 어느 기업에 참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별도로 진행됐다면 비중 있게 다뤄졌을 기업들의 주총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총을 하루에 몰아서 연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다. 현행 상법은 주총 개최 시점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사업보고서 제출과 감사 일정에 맞춰 매년 3월말에 주총일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산 후 3개월 내에만 주총을 개최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다. 다만 합법이라는 사실이 꼭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주총은 이사회 구성과 배당, 정관 변경 등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다루는 자리다. 각 기업의 주총에 참석할 권리는 보장돼 있지만 일정이 같은 날 집중되면 복수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한 곳에 참석하면 다른 곳은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매일매일 증시가 요동치는데 혜택이 어떻게 될 줄 알고 가입하겠습니까. " 미국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지인은 RIA(국내시장 복귀 계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매년 연말마다 세액 공제 한도에 맞춰 매매해둘 만큼 절세에 관심이 많지만 RIA 활용은 꺼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RIA를 개설하더라도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추가 매수하면 비과세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이 떨어졌다고 했다.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 국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RIA가 지난 23일 출시됐다. 국내증시 부양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까지 동시에 노린 정책 상품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약 나흘간 2만5000여개의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출시가 예고됐던 정책 상품이지만 생각보다 관심도가 높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 반응이다. RIA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이란 전쟁 불확실성 속에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517원대까지 치솟았고, 이날도 1515원에서 거래를 출발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곳에 5년만에 가장 강력한 모래폭풍이 몰아쳤다. 뿌옇다 못해 주황빛으로 변한 모래바람은 찢어진 천 한 장으로 덮인 피난민 텐트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피난민은 이거라도 지켜보겠다며 온몸으로 텐트 지지대를 붙잡았다. 이 피난민은 프랑스24 인터뷰에서 "모든 물건이 모래로 뒤덮였다. 매트리스도 모래 투성이"라며 "이 텐트마저 없으면 우린 있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점령지 코앞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도시 헤르손에서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드니프로 강 건너편에서 러시아 군이 띄운 드론이 주민, 차량 위로 폭탄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글자그대로 제자리에 멈추면 표적이 된다. 헤르손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직후 함락됐다가 9개월 만에 해방됐다. 러시아 군이 남긴 지뢰를 터뜨려 제거하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헤르손 주민은 일본 아사히신문 특파원 인터뷰에서 "지뢰 터지는 소리조차 행복하게 느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포성을 피해 지하 놀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겉으로는 '압승' 기대감이 넘쳐난다. 7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대통령 지지율과 집권여당 프리미엄, 국민의힘 내홍에 판세만 놓고 보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이 임박하면서 보수의 심장인 대구마저도 가져올 기세다. 그런데 당 내부 분위기는 바깥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에 이어 검찰개혁으로 옮겨붙은 당내 갈등의 불씨가 유시민 작가의 'ABC론'으로 되살아났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친명과 '뉴이재명' 세력을 가치보다 이익을 좇는 기회주의 세력으로 규정해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송영길 전 대표의 '친문(친문재인)' 세력 겨냥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 2022년 친문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관련 대장동 사건을 터뜨리고 선거운동을 돕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윤건영, 고민정 의원 등 원조 친문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선거를 앞둔 정당에서 당내 경쟁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경제부처를 출입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브리핑을 들을 때다.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아무 방향도 제시하지 않는 소통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한국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은 달랐다. 수장이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으면 시장은 그 신호를 기준으로 움직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기억할 한 단어로 '신호등'을 꼽고 싶은 이유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조건부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기준금리 전망)를 도입하고 최근에는 6개월 점도표 방식으로 확대하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신호를 켜주는 것"으로 규정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선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한은이 비난이 두려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신호등 없이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워드가이던스 도입 초기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전망이 달라지는 걸 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시장에 신호등을 켜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은행은 판단만 내리는 게 아니라 시장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제시하는 기관이라는 철학이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최악은 생각하지 못했다. " 최근 만난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의 얼굴엔 짙은 근심이 묻어났다. 연초만 해도 적자 폭만 줄여도 다행이라던 그는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사태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업계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공급이 막히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소 가동률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실제로 LG화학은 전남 여수 산업단지의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연쇄 셧다운(가동 중단) 공포도 점점 엄습해오고 있다. 특히 그간 업황 둔화로 대부분 기업이 운영자금과 재고를 최소화해온 탓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나프타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핵심 원료다. 에틸렌은 자동차와 전자, 건설, 섬유, 플라스틱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대표적 중간재다. 나프타 수급 차질이 국내 제조업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타사 게임이지만 '붉은사막'이 올해 게임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퀄리티 좋은 한국 게임이 전 세계를 휩쓴다는 자부심이 업계에 더 필요해요. " 다른 회사의 이 이례적인 응원은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이 처한 갈급함을 드러낸다. 빌보드를 점령한 BTS와 오스카를 거머쥔 '기생충'이 K-컬처의 위상을 바꿨듯 이제 게임 산업도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짙어진 것이다. 한국 게임의 경제적 위상은 이미 독보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85억347만달러(약 12조7000억원)로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 140억7543만달러(약 21조원)의 60%를 넘는다. 음악과 방송·영상산업을 합한 수출액보다 2. 7배 많다. 그러나 K-게임이 '고효율 상품'을 만드는 데 치중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업 종사자들은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단기적인 수익 목표로 인한 게임 수명 단축'을 압도적 1위로 꼽았다.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에서 또다시 보증금 미반환 문제가 불거졌다. 공공의 이름을 내건 정책이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하자 "민간임대라 개입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문제가 발생한 주택의 청년들은 결국 개인 대출을 받아 다시 살 곳을 찾아야 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뚫고 부모와 지인에게 돈을 빌려 이사했다는 한 청년의 사연은 취재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후에도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이어졌다. 임대인은 보증보험 가입과 갱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청년들의 보증금은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돈'이 됐다. 청년 '안심' 주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물론 임차권등기, 경매 배당 등 법적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금융 부담 그리고 불안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청년안심주택 일부 단지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대대적으로 보증금 선지급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가고 싶을까요, 복무기간 차이가 2배인데…. " 전북 한 보건의료원에서 일하는 3년차 의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A씨는 최근 의대 후배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말끝을 흐렸다. 자연스럽게 군 복무 얘기가 오갔지만 공보의나 군의관은 선택지에 없는 눈치였다. A씨는 "요즘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복무기간이 육군(18개월)의 2배인데 손해 볼 필요 있느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지역의료와 군 의료 지탱하는 공보의·군의관 수급은 최근 10년 새 절벽에 몰렸다. 올해 총 의과 공보의는 2010년(3363명)의 약 6분의1 수준인 593명에 그친다. 신규 배치 인원은 98명으로 공보의 단체가 최소한의 지역 보건의료 기능 유지를 위해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해 온 '200명' 선이 무너졌다. 의과 군의관도 2013년 662명에서 올해 225명으로 66%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의대생 현역병 입영자는 2020년 150명에서 2025년 1~8월 2838명으로 약 19배 급증했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은 36개월이라는 과도한 복무기간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도로가 비포장인데 아무리 차가 좋아도 잘 굴러갈 수 없죠. " 6. 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이 당에 내린 냉정한 평가다. 이른바 '윤 어게인' 노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표선수(공천 후보자)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담긴 말이다. 국민의힘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소속 의원 전원의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결의에도 유권자들은 냉담하다 못해 제1야당에 관심을 좀체 내어 주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윤 어게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 전선은 흡사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징계 문제'로 당 지도부와 친한계는 '루비콘 강'을 건넌지 오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까스로 후보 등록은 했으나 장동혁 대표와는 건곤일척 관계다. 선수를 이끌 감독(선대위원장) 인선 문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공천 과정에선 원칙과 기준없는 '물갈이'란 비판이 비등하다. 고물가, 고환율, 외교·안보 등 산적한 대내외 정책·민생 현안에서도 보수야당의 존재감은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