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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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그 시대의 변화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척도다. 오랜 기자생활을 하면서 해가 지날 때마다 다양한 신조어를 접했다.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저성장 시대, 확연한 빈부 격차를 향해 질주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소비문화가 왕성했던 1990년대 X세대, 오렌지족이 거론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88만 원 세대에서 이제는 헬조선, 흙수저에 이르렀다. 신조어의 변화만 보더라도 경기상황이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경기상황과 맞물려 근래 신조어는 불편하고 갑갑하다. 시대를 이끌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청년실업률이 1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얼마 전 '청년층의 사금융 이용급증', '여대생 성매매 성행', '생계형 알바로 연명하는 취준생' 등의 기사를 쓰면서 만났던 취재원으로부터 '헬조선, 흙수저'라는 단어를 공통분모처럼
"이 곳에서는 조용히 말해야 해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가면 안되잖아요." 3월, 새학기가 시작되는 대학가 한 고시원 원장은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떼며 조용히 말할 것을 당부했다. 방음도 잘 안되는 4~5평짜리만한 좁은 방이 빼곡히 붙어있어 작은 소리도 신경을 건드린다. 이 곳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가 고시원에는 대학생은 물론 외국인 유학생 심지어 교수들로 차고 넘친다. 대학가 월세난으로 고시원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입사 후 수습딱지를 떼고 맡은 첫 취재였다. 원룸 월세가 비싸 고시원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불과 1년 전 대학생활을 경험한 본인도 잘 알아 남 일 같지 않다. 대학마다 기숙사가 갖춰져 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수용률이 낮거나 경쟁률이 높다. 기숙사라고 해서 반드시 저렴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수도권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월세 보증금은 1,418만 원, 월세는 42만 원, 월 관리비는 5만
"저금리가 증시를 투기판으로 만들어놨다. 그리고 이 상황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CIO(최고투자책임자)의 말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했지만 삼성전자 외에 반등의 주도주를 꼽기란 쉽지 않다. 특정 종목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수를 이끈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종목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지수가 조금씩 조금씩 상승해온 결과기 때문이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전차(전기전자, 자동차), 중국수혜주(화장품, 음식료, 엔터테인먼트), 놀자주(게임, 여행, 면세점) 등 주도 업종을 부르는 축약어들은 기사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실적 개선이나 저평가 등 합리적인 근거 없이 투자자들이 사니까 오르는 유동성 장세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급등락세를 보이는 종목들도 있다. 상반기 코스닥시장을 흔들었던 코데즈컴바인은 주가가 지난 3월 18만4100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65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4개월만에 약 96%가 급락했다. 제일약품도 지
“혁신은 기업이 절박할 때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자회사 ‘라인’을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한 날 ‘성공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답이다. 세계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렸다는 그에게 IT업계 인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면서도 가슴 한편으로 씁쓸함이 밀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 의장의 발언을 기사를 통해 읽었다는 중소 소프트웨어업체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 본 입장에서 대단한 투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저런 분이었기 때문에 성공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솔직히 많이 부럽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부러워한 것은 단지 그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숱한 실패와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 준 기업의 문화가 아니었을까. 오늘날 라인의 성공이 있기까지 8할이 실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일본 검색 시장에 도전했다가
신세계가 영국계 글로벌 체인 '부츠'(Boots)와 손잡고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재도전한다. 신세계는 자체 드러그스토어 사업 '분스'(Boons)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장이 5개에 불과해 사실상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정용진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신세계가 드러그스토어 사업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1인 가구' 시장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이 제자리 걸음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고속 성장하는 유통채널이 편의점이다. 1~2인 가구 증가로 간편하게 소량 구매할 수 있는 점포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26.5%에 달한다. 최근 국내 1,2위 편의점 GS25와 CU가 모두 1만 점포를 돌파했다. 기존 유통채널을 대표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성장률이 낮은 한자릿수에 머무른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는 편의점 '위드미'가 G
“그동안 하락세에 접어든 케이블TV 산업의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습니다. 이번에 정말 구조조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닐까 싶네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8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금지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케이블TV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업계 1위(2016년 3월 말 기준 415만명)로 꼽히는 CJ헬로비전의 매각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나머지 기업 매각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시장은 스스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외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실제 케이블TV 가입자 규모는 지난 2012년 1480만명에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444만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감소세가 뚜렷하다. 반면, KT(668만명),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 (363만명), LG유플러스 (234만명) 등 인터넷TV(IPTV) 3사의 가입자는 갈수록 늘어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1265만명을 찍었다. 이같은 추세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신드롬으로 게임 마니아들은 물론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포켓몬 고 출시로 대박이 난 곳은 닌텐도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닌텐도의 주가는 출시직전인 6일 대비 93%가 올랐고 시가총액은 3조9356엔(약 42조1000억원)으로 20조원이 증가했다. 닌텐도의 급등으로 이 주식에 투자한 헤지펀드들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가운데 10억 달러 규모의 홍콩 소재 헤지펀드인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는 투자금의 약 4%를 닌텐도에 투자해 수천억 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 매니지먼트가 주목받는 것은 높은 성과뿐만 아니라 현재의 닌텐도를 있게한 세스 피셔 대표의 노력때문이다.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피셔 대표는 닌텐도 지분을 2013년 처음 인수했다. 이후 3년동안 그는 지속적으로 공개 서한, 대중 프레젠테이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기존의 콘솔 게임 사업에만 갇혀 모바일 게임 사업에 진출하기를
"10년차 실수령액 141만원"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업에 들어갈 즈음이면 노동조합은 언론에 이런 내역이 찍힌 급여명세서를 공개하곤 한다. 고액 임금을 받는 '귀족노조'가 파업에 나선다는 비난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파업을 앞둔 현대중공업 노조는 얼마전 '월급 141만원'이 찍힌 조합원 A씨의 급여 명세서'를 공개했다. 사업보고서상 1인 연간 평균 급여액이 7826만5000원(평균 근속연수 16.3년)에 달하는 이 회사 근로자가 왜 월급을 141만원밖에 받지 못할까. '기성 언론'은 이처럼 열악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들을 '귀족'이라고 몰아부쳤을까. 기자도 궁금해서 내역을 따져 봤다. 우선 141만원은 세후 숫자다. A씨의 세전 월급은 242만원이다. 여기서 근로소득세·지방소득세·건강보험료·국민연금·개인연금·노조회비·융자금 등을 뺀 숫자가 141만원이다. 둘째, '급여 명세서'와 함께 나온 '상여금 명세서'가 제외돼 있다. A씨의 급여 명세서는 올해 4월분인데, 4월은
"이제 곧 휴가철인데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사람들에게 잊힐 수 있다고 판단,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일부만 뽑은 것으로 저희도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국토교통부 관계자) 국토부가 최근 뉴스테이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뉴스테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데이터 제공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부정적 요인에 대한 분석 없이 긍정적 요인만을 알리는데 치중했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기본적인 룰은 지키지 않은 채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만 뽑아 발표한 것. 특히 지난해 9월 반쪽짜리 뉴스테이 설문 조사로 홍역을 치른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같이 조사 결과를 발표해 비난이 거세다. 지난해 국토부는 1억원 가량의 용역비를 들여 뉴스테이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발표 시 뉴스테이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와 입주희망 여부가 주 내용으로, 정작 가장 궁금해하는 '임대료 적정성'에 대한 내용은 빠져 논란이 일었다. 이번 설문 조사
"지진 때문에 시끄럽다가도 잠잠해지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요. 예산이 부족합니다." 10억 4700만원. 올해 국민안전처의 지진 관련 총 예산이다. 지진 예산의 수치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 여러 번이나 확실한 수치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안전처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지진 예산이 뒷전이었던 것은 그간 한반도는 '지진안전지대'란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각변동이 심상찮다. 지난 4월엔 일본 규슈지역서 규모 6.4의 강진이, 이어 지난 5일엔 울산 인근 해역서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해 울산과 경북·부산·대구 등에서 수천건의 신고가 빗발치며 불안이 확산됐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진 준비는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내진설계율은 공공기관 41%, 민간건물 34%에 불과하다. 건물 10개 중 6개 정도는 무너진다는 얘기다. 특히 학교 내진설계율은 23% 밖에 안된다. 지진으로 생길 참사는 불 보듯 뻔하다. 안전처는 뒤늦게나마 지진 대비 종합대책을 세웠다. 계
생명보험업계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어 놓은 자살보험금 논란이 일단락되기도 전에 암보험이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판매된 일부 암보험의 약관에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될 경우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약관의 불명료함으로 인해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소급해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암보험 역시 자살보험금과 비슷하게 ‘모호한 약관-법정분쟁-미지급 보험금 추가 지급-소멸시효 논쟁’으로 이어지는 논란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우선 자살보험금 논란을 계기로 소멸시효와 관련한 기준 등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준을 보험금 지급 책임이 개시되는 시점이 아닌 소비자가 인지하는 시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특약이나 소멸시효 등에
"며칠전 과장 진급 하자마자 회사에서 희망퇴직 면담을 받고 결국 퇴사하게 됐습니다. 집도 못 구했는데 사원 아파트서 나오면 당장 어디로 가야할까요." 조선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이야기다. 몇 주전부터 들었던 위험하겠다는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11일자로 과장 진급을 하자마자 회사 요구로 조만간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됐다. 조선업계는 한때 정년과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최고 직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직원들은 승진이 제일 무섭다고 토로한다. 과거 부장급 이상이 희망퇴직의 주요대상이었다면 요즘은 20~30대 사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상황이 이러자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5월 회사에 과장급으로 승진을 거부할 수 있는 '승진거부권'을 달라고까지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사원·대리급까지 희망퇴직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장에 부는 바람은 더욱 차고 날카롭다. 남은 인력이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입사한지 5년차인 한 직원은 "회사가 조직을 통폐합하